[미디어파인=박수룡 원장의 부부가족이야기] 상담실을 찾아오는 이들 중 상당수가 지나친 부부싸움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오십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듯이 결혼하여 살면서 싸워보지 않은 부부가 없을 텐데, 어째서 어떤 이들은 싸우더라도 별문제가 되지 않고 또 다른 이들은 이혼을 결심할 정도로 더 큰 문제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요? 결혼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함정, 부부싸움. 이번 글 부터는 부부싸움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려 합니다.

신혼, 정말 깨가 쏟아지나요? 우리 삶에는 몇 번의 전환기가 있습니다. 그런 전환기, 즉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20대 초반, 결혼을 할 때, 중년기, 은퇴와 죽음 등 인생의 각 전환기에는 누구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입니다. 그 중에서도 평생 함께 할 사람을 맞이하는 혼인 시기에는 다른 때보다 몇 곱절 많은 스트레스를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결혼을 앞두고는 예식장을 어디로 할지, 예단이나 혼수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집은 어디에 또 누가 얼마나 부담하여 마련할 것인지, 신혼여행은 어디로 갈지 등으로 의견 충돌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결혼식 후에는 양가 어른들에게 선물은 얼마짜리로 누구누구에게 줄지, 주말에는 얼마나 자주 찾아가야 하는지 등 (연애 기간에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싸움거리가 생기고 또 해결하기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런 고비를 넘기고 함께 살면서는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 아침 식사는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낼지, TV 리모컨을 누가 차지하는지 등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가사 분담과 성생활 및 임신은 빠질 수 없는 신혼기의 싸움거리입니다.

한 마디로 신혼기는 ‘깨가 쏟아지는 시기’가 아니라 ‘싸움거리가 쏟아지는 시기’라고도 하는 게 옳은 말입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이렇게 싸우며 살 바에야 빨리 이혼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도 낫겠다”는 섣부른 판단을 내려 조기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사실 신혼기에 싸움이 잦다는 것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닙다.

오랫동안 서로 다르게 살아온 두 사람이, 그것도 상대의 가족과 새 가족을 이루어 산다는 게 순탄할 리 없습니다. 혹시 우리는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니까 그런 것으로 싸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지나치게 순진한 탓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만큼 결혼생활에서 부부싸움이 피할 수 없는 일부분이라면, 어떻게 하면 싸우지 않을까 보다 어떻게 싸우는 것이 현명한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응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싸울까 말까? 우선 신혼기의 부부싸움에서 주의하여 피해야 할 점에 대해서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신혼기의 부부싸움은 서로에 대한 또 결혼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높은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그 자체로는 별문제가 아닌 것에도 지나치게 실망하고 또 예민하게 반응하기 쉽습니다.

또한 이 시기의 싸움들은 대개 어느 일방의 잘못보다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워서 불필요한 감정 대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싸움의 원인 자체보다는 싸우면서 주고받은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서로에게 실망하다 보면 자신이 이상한 사람과 잘못 결혼한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회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처럼 싸움이 서로를 할퀴고 상처를 주고받는 것으로만 끝나면 앞으로의 결혼 생활 전체가 망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웬만하면 싸우지 않고 지내기로 마음을 먹기도 합니다. 그것은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서로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웬만한 것은 양보하고 넘어가려는 뜻에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엉겁결에 그렇게 굳어져버린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라면 싸우지 않고 지내는 것이 당연히 좋겠지요. 또 사실 사소한 문제라면 일일이 따지기보다 모른 척 눈 감아 주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히 화가 나고 억울한 마음이 있는데도 무조건 참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우선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문제도 문제지만, 적절하게 해소되지 않은 부정적인 감정은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정적인 ‘감정 기억’은 마음속에 쌓여서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 자체를 꺼리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지게 합니다. 게다가 상한 자존심과 불안한 마음은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들거나 만성적인 우울 상태에 빠지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문제 당사자는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를 수 있고, 따라서 그 문제가 적절히 개선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합니다. 나중에는 그 상대가 도리어 화를 내면서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를 했어야지,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느냐?”고 되레 따져 물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싸움 자체를 줄이거나 피하려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싸우지 않았지만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서로의 사이가 멀어지고 맙니다. 따라서 이런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는,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현명하게 싸우고 또 싸운 후에는 화해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이가 좋은 부부들도 전혀 싸우지 않는 것은 아닌데, 과연 어떻게 하길래 싸우고 나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들은 사이가 워낙 좋으니까 싸우고 나서도 사이가 나빠지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면 싸움을 통해서 사이가 더 나아지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그 답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부부싸움의 비결’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결을 습득하면 누구나 불필요한 부부싸움을 줄일 수 있고 또 싸우더라도 얼마 후에는 오히려 그것을 계기로 결혼 생활을 더 잘해갈 수도 있습니다.

(부부싸움이 정말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싸우는 것일까요? 부부싸움에서 주의하여 지키거나 피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박수룡 라온부부가족상담센터 원장

[박수룡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과 전문의 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 VAMC 부부가족 치료과정 연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겸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현) 부부가족상담센터 라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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