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의 허와 실 [강동형 칼럼]

강동형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l승인2017.06.14l수정2017.06.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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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미디어파인=강동형의 시사 논평] 협동이나 협조의 의미에 비해 협치(協治)라는 말은 익숙하지가 않다. 인사청문회가 한창인 요즘 협치가 화두다.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 강경화 외교부장관 지명자의 임용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치는 없다”고 강경한 입장이다. 특히 김 공정위원장을 임명하자 자유한국당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야당이 말하는 협치는 협조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협조하지 않겠다고 하면 될 일을 굳이 협치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협치가 협조에 비해 대세 언어인 까닭이 아닐가 한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 보면 협치와 협조는 그 의미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우리 정치권에서 협치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2015년 11월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통합과 화합이라는 말이 재조명됐다. 양극화, 헬조선, 지역주의, 세대갈등 등 갈라질 대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통합해야한다는 반성이었다. 통합과 화합은 김 전 대통령의 유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도 화해와 용서, 평화를 유지로 남겼다. 정치권에도 통합과 화합, 화해와 용서,평화와 상반되는 개념인 분열과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의 현실은 대화와 타협, 화합과 통합, 용서와 화해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협치는 우리 정치가 달성해야할 목표가 됐다. 특히 4.13 총선 결과는 대화와 타협, 협치가 아니면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정치구도를 만들었다. 이 바탕위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했다.

협치란 무엇인가
우리 정치권은 협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남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정에 협조하거나, 대화와 타협을 협치로 인식한다. 협치는 포괄적인 개념이어서 협의의 협치는 단순히 행위자들이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협치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협치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우리는 영어 거버넌스(Governence)를 협치로 번역한다. 거버넌스는 관리, 운영 등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가 정책결정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는 일방적인 의미가 아니라 쌍방향,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거버넌스에 대한 해석이 아직도 정확하게 확립되지 않았지만 거버넌스, 다시말해 협치에는 행위자의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정치에서의 협치는 정당 등 주요 행위자는 물론이고 관련 사회단체 등이 소통을 통해 국가운영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고 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사정위원회가 아닌가 한다. 노사정 위원회의 결정사항은 협치의 산물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협치의 목표는 정의로워야 한다. 정의롭지 못한 협치는 일방 통행만 못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상황은 어떤가, 여야 모두 협치를 하겠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협치는 안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한 달이 넘었지만 언제 제대로 된 정부가 출범할지 불투명하다. 정부 여당은 협조를 부탁하고, 야당은 자신들의 주장을 들어 주지 않으면 협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대화도 안 되고 소통도 안 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나 국민이 참여할 공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정부여당은 더 인내하고, 야당은 국민의 뜻 받들어야
협치 거부 정당, 결국 선거에서 존폐위기에 놓일 수도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야당이 문재인 정부에 협조해 주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요지부동이다. 일각에서는 우리헌법에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협치가 안 되는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 여당이 져야 한다. 따라서 좀 더 인내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찾는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속담에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게임이론에서 이기기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은 관용이라는 연구사례도 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종거래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미 정상회담 준비 등 하루가 급한 외교부장관 임명을 먼저하고, 헌법재판소장이나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임명 건은 자유한국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때까지 좀 더 설득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래도 안 되면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한 뒤 결단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많은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야당의 행태는 말만 협치 일 뿐 국정운영에 협조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정치패러다임이 바뀌었고, 국민들은 변화를 희망하는 데도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국민여론은 그 주체가 누구든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정치 분야나 경제 분야 사회 분야 등 어떤 분야가 됐든 협치에는 행위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행위자가 배제되고 정의롭지 못한 협치는 협치가 아니다. 촛불을 든 국민은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치에 있어서 행위자는 정당이지만 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는 시민사회단체나 국민이 다시 촛불을 들고,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 분야의 협치에서 행위자는 정부와 여당, 야당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민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 여당은 좀더 인내를 갖고 야당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야당은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 협치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때로는 조건을 전제로 한 협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장관 인사청문회에 관한한 조건을 전제로 한 협치는 옳지 않다. 이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며, 아예 행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협치를 거부하고, 협치의 대상이 아닌 것을 두고 협치를 하자고 하는 것은 생떼를 쓰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대화와 타협으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협조하는 협치의 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협치를 거부하는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프랑스에서 불고 있는 무혈선거혁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강동형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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