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 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있는 한,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그 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정도 등 당사자 쌍방의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여야 하는 것이고, 재산분할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가액은 객관성과 합리성이 있는 자료에 의하여 평가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09.6.9.선고,2008스111결정)

남편이 부모님으로부터 신혼집 구입자금 등 여러 명목으로 1억 원 가량을 빌렸다며 위 차용금 채무가 분할대상 소극재산이라고 주장한 사건에서, 부모님이 남편 명의 예금계좌에 입금한 돈을 모두 차용금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다만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은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을 정함에 참작한다고 판단한 사안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내 갑은 남편 을을 상대로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남편 을은 자신의 부모님으로부터 신혼집을 매수할 무렵 3,000만원, 수원 소재 아파트를 매수할 무렵인 2004년 4월 6일 1100만 원, 파주로 이사할 무렵인 2010년 5월 19일 3,000만원, 2012년 9월 28일 2,000만원, 2013년 2월 20일 1,000만원 합계 1억 1,000만원을 차용한 후 2012년 9월 28일자 대여금 중 100만원을 변제하였으므로, 을은 자신의 부모님에게 나머지 1억 원을 변제할 의무가 있다며 위 차용금 채무 1억 원은 재산분할대상 소극재산에 포함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갑과 을이 2010. 5.경 중국에서 귀국하여 운정 신도시에 1억 2,000만 원을 주고 전셋집을 마련하면서 2010. 5. 19. 을의 부모님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아 사용 하였고, 갑과 을은 그 무렵 사용하던 산타페 승용차를 을의 여동생에게 준 사실이 있습니다.

법원은 을이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1억 원을 차용금으로 볼 수 없어 재산분할 대상인 소극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습니다.

(1) 을의 부모님이 갑과 을의 혼인기간 동안 을에게 합계 1억 10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은 인정된다.

(2) 한편 갑은 2012년 9월 28일 2,000만 원을 차용한 후 100만원을 변제하여 현재 남은 차용금이 1,900만 원인 사실은 인정하지만, 2004년 4월 6일자 1,100만원은 수원 집 이사비용조로 증여받았고, 2010년 5월 19일자 3,000만원은 갑과 을이 승용차를 을의 여동생에게 주는 것으로 갈음하였으며, 나머지 돈은 알지 못한다고 다투고 있는 점, 을의 부모님이 갑과 을의 신혼집 매수시점부터 을에게 상당한 금액을 입금하였으나, 그동안 을과 을의 부모님 사이에 그에 상응한 차용증이 작성된 적이 없고, 을의 부모님이 갑과 을에게 위 돈의 변제 내지 이자를 독촉하였다고 볼 만한 다른 정황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을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입금액이 모두 차용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갑과 을 사이에 다툼이 없는 1,9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을의 차용금 채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다만, 을의 부모가 갑과 을의 혼인기간 중 상당 액수의 경제적 지원을 한 사정은 갑과 을의 재산분할 비율을 산정함에 일부 참작하기로 한다.

위 법원의 판단은 남편이 부모님으로부터 신혼집 구입자금 등 여러 명목으로 1억 원 가량을 빌렸다며 이 차용금 채무가 분할대상인 소극재산이라고 주장하였지만, 부모님이 남편 명의 예금계좌에 입금한 돈을 모두 차용금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다만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것은 재산분할 비율을 정함에 참작해야 할 사정으로 본 것입니다.

증여는 당사자가 대가 없이 자기의 재산을 상대방에게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게 되는 계약입니다.(민법 제554조)

반면에 소비대차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은 동종․동질․동량의 물건을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입니다.(민법 제598조)

위 사안에서 재판부는 남자가 결혼하면서 집을 마련할 때 부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 차용증 등의 계약서가 없는 점, 부모에게 돈을 받으면서 자신 소유의 자동차를 여동생에게 준 점 등으로 보아 남자가 부모에게서 받은 돈은 차용한 것이 아니라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일응 재판부가 옳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나, 결혼하면서 부모에게서 돈을 증여받는 우리나라의 관행이 과연 옳은가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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