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해 방송된 KBS2 ‘태양의 후예’로 최고의 한류스타 자리에 등극한 송중기(32)와 송혜교(36)가 오는 10월 31일 결혼한다는 소식에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전체가 시끌벅적하다.

지난해 2월~4월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이들의 열애설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이후에도 몇 차례 해외여행을 함께하는 장면이 포착됐지만 양 측은 이를 극구 부인하다 최근 다시 떠오르는 과정에서 한 TV 연예프로그램에서 과잉취재 논란에 휩싸이는 가운데 모든 이의 허를 찌르는 식으로 전격적인 결혼발표가 있었던 것.

‘태양의 후예’는 2015년 6개월에 걸쳐 촬영이 완성된 후 방송됐다. 따라서 두 사람은 이미 2년여 전 친해졌다. 그때부터 연인관계가 됐을 수 있고, 최대한 미뤄도 온-에어 중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급격하게 가까워졌다고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열애사실을 감췄을까?

유명 스타는 드러내놓고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 달리 연애나 결혼 등으로 자신의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지 않는다. 불협화음이 일지 않는 한 결혼 후 오히려 주가가 더 폭등하는 추세가 굳어진 지 꽤 됐다. 짧게 사귀다가 헤어져도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위로받는 분위기다.

▲ 영화 <군함도> 스틸 이미지

요즘 추세로 볼 때 송중기는 결혼이 약간 이르거나 적령기인 나이다. 송혜교는 적당하거나 살짝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송혜교는 공연한 배우 몇 명과의 열애설이 있었다. 송중기는 오래전 일반인 여자친구와 사귄 게 SNS에 올라온 적은 있지만 스타가 된 후 연예인과의 열애설은 송혜교가 처음이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나이 때의 사랑은 앞뒤 재지 않고 관능과 직관에 내맡기는 편이다. 즉, 지각을 이루는 인상과 관념 중 인상에 속하는 정념에 따르기 쉽다는 것. 인상은 영혼의 지각에 의하기보다는 몸이 따르는 동물적 본능에서 생겨나거나 외부의 자극에 의한 신체의 반응에 의해 발생되는 근원적 인상과, 거기서 비롯되거나 그 관념이 개입한 반성 인상으로 나뉜다.

하지만 송혜교는 이제 그럴 나이를 지났다. 그들이 우려했던 건 자신들의 주가하락이나 일부 팬들의 이탈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입을 상처였다. 두 사람이 연애 중인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것을 조심한 배경이다. 만약 사실을 인정할 경우 몸값에 흠집이 나는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대중의 지나친 관심이 그들의 감정의 흐름을 방해해 자칫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게 두려웠던 것이다. 그들은 한창 불붙었을 때 이미 마음속으로 결혼을 생각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스틸 이미지

이런 심리적 배경을 알지 모를지 모르겠지만 대중이 이들의 거짓말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축복하고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송혜교와 송중기는 다르겠지만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증거 사진’이 나오기 전까지 거짓말로 일관하는 뻔뻔한 행동을 자행하는 데 반해 팬들의 의식수준은 상당히 성숙해졌다.

이들에게 대중의 애정과 축복이 쏟아지는 이유는 또 있다. 송중기는 지금까지 반듯한 이미지를 지켜왔다. 한 소속사에서 남다른 우정을 나누고 있는 박보검은 실제 ‘바른생활 청년’으로 연예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당연히 송중기가 그 이미지를 나눠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그는 영화 ‘군함도’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공교롭게도 국내외 정치현황과 맞물려 천박한 ‘국뽕’이 아닌, 진지한 역사의식에 대한 고찰과 과거사정리에 대한 고민을 촉구하는 가운데 조심스레 1000만 관객에 대한 기대치가 상승 중이다. 올바른 사관을 요구하는 애국심 고취의 영화로 자리매김 중이다. 그 주인공 중의 한 명이 송중기고, 곧 영화가 개봉된다니 자랑스러운 애국청년의 이미지까지 그에게 더해져 긍정적 이미지가 더욱 탄탄해지는 것이다.

▲ 영화 <태평륜피안> 스틸 이미지

송혜교는 이미 최소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소셜테이너’로서의 자질을 보여준 바 있어 팬들의 응원이 더욱 거세다. 브랜드 아파트 광고는 연예인에게 꽤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집에 관해 애착이 강한 우리 국민적 정서 때문이다.

하지만 송혜교는 한 아파트 광고 재계약 포기로 박수갈채를 받은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부터 ‘톱스타들이 광고 모델로 기용됨에 따라 아파트 분양가가 더 올라가고 그 부담을 소비자들이 그대로 떠안게 된다’는 내용의 일종의 신문고 같은 편지를 받고 재계약을 포기한 것. 더구나 그 단체가 여러 연예인들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송혜교만 유일하게 재계약을 포기했다고 해서 더 화제가 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그녀는 일본의 한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자동차 광고모델 제안을 받았지만 일제강점기 때 1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을 강제징용하고도 사과나 보상을 하지 않은 전범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가차 없이 차버렸다. 공교롭게도 ‘군함도’는 그런 강제징용의 만행이 소재다.

▲ 영화 <군함도> 스틸 이미지

물론 그들이 연예인이기에 어느 정도 프로파간다 효과의 노림수가 전혀 안 보이는 건 아니다. 송혜교는 예전에 전지현이 중국의 동북공정에 동조하는 현지 생수 CF 출연으로 여론의 비난 폭격을 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얄팍한 사람은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지만 고단수는 먼 미래를 내다볼 줄 안다.

의도했건 안 했건 어쨌든 두 사람의 전격적인 결혼발표는 오는 26일 ‘군함도’의 개봉과 맞물려있다. 곧 제작발표회 언론시사회 VIP시사회 등의 공식행사가 있을 것이고, 송중기는 언론 인터뷰 및 TV 출연 등을 할 것이다. 그들의 결혼이 축복받는다는 점은 영화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고, 영화의 성공은 송중기는 물론 송혜교의 주가도 더욱 띄워줄 것이 확실하다.

속셈이야 어찌됐든 두 사람은 영리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의 결실은 모범이 된 선배 연예인 커플의 긍정적 맥락을 잇는 선례로 남을 것이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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