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시대의 규제개혁, 추진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류충렬 칼럼]

류충렬 박사l승인2017.07.30l수정2017.07.3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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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류충렬의 파르마콘] 규제법령은 대게 만들어지는 시점의 규제환경에 맞추어 규제할 내용을 담게 된다. 만들어진 규제는 만들어진 이후 규제환경 변화, 특히 기술발전·적용, 산업간 융·복합 및 경제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수정이 필수적이다. 기존규제가 규제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공익과 바람직한 경제사회를 위한다는 당초의 규제목적과 달리 자칫 새로운 산업의 발목을 잡거나 피규제자에게 고통만 주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제는 필요성에 의거하여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필요하고 불가피하지만 대신 규제환경 변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다듬어 주는 규제개혁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개혁은 변화를 뒤 따라 수용하기보다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다듬는 개혁이어야 한다. 걸림돌이 된 이후에 다듬는 만큼 실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규제환경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모든 산업에 ICT의 결합은 기본이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drone(무인항공기) 등 새로운 기술의 산업화는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새로운 기술의 산업화에는 이를 뒷받침하거나 유도해주는 새로운 규제의 선제적인 정비를 기본적으로 필요로 한다. 융·복합화의 추세는 어떠한가? 기술발전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산업 간의 융·복합화는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종래 토지, 노동, 농촌자본의 결합이라는 농업분야도 이미 1차산업이 아니라, 가공·판매·유통·관광과 결합되어 6차산업으로 불리는 새로운 융·복합산업이 되어 가고 있다. 이렇듯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융·복합화는 종래 농림업, 제조업, 유통업, 서비스업, 관광업 등 산업분류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산업간 경계를 구분할 필요성마저 없게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신규산업화, 융복합화 추세는 규제개혁에서도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융복합화 시대에는 하나의 부처, 하나의 법령에 대한 규제정비는 무의미하여 관련된 여러 법령(규제)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정비하는 규제개혁을 필요로 한다. 예를들어 농업의 6차산업화에 의한 새로운 산업이 가능(예: 목장형 유가공업, 농장형 가공·체험, 농장형 주류제조업 등)하려면 부수적인 규제를 제외하고도 기본적으로 농지법, 식품위생법, 축산물위생관리법, 주세법 등은 동시에 정비되어야 가능하게 된다. 최근 농업의 6차산업화에 관한 애로규제 연구에 의하면, 6차산업과 관련된 규제는 15개 부처, 41개 법령이 관련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의 신규산업화, 융·복합화는 여러 부처, 여러 규제법령이 관련되어 새로운 규제정비가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어렵게 되고 있다.

현재 정부의 규제는 법령별 소관부처를 지정하고 소관부처가 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규제개혁에 있어서도 소관부처가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른 정비계획 수립·추진 등 1차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고, 다른 부처의 개선협의에 대해서 소관부처가 종국적으로 수용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물론 법령별 소관부처의 지정과 소관부처의 1차적 규제개혁이라는 현행 방식은 기본적으로 불가피할지 모른다. 그러나 규제는 기본적으로 계속적으로 유지되려고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규제자인 소관부처도 규제포획(regulatory capture)되어, 다른 부처 또는 피규제자가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의 적용, 융·복합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보다 수동적이거나 땜질식 대응에 그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는 부처 이기주의와는 다를 것이나 법령별 개혁접근에 피규제자 또는 이해관련 부처보다 변화에 둔하거나 기존 법령체계를 크게 흩트리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개별부처의 규제환경 변화 추세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새로운 업종, 새로운 산업의 등장이 무산되거나 부분적으로 개선되어 무의미한 사례, 지연되고 있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관련부처가 요구한 ‘목장형 유가공업’, ‘트리하우스(tree house, 자연친화적 숙박시설)’ 등 새로운 업종, 새로운 산업이 무산된 것도 이러한 사례의 하나이다.

어쨌든 최근 기술의 신규산업화, 융·복합화는 여러 법령, 여러 부처가 복잡하게 관련되어 개별 부처, 법령별 접근으로는 원만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융·복합화 시대, 융복합화 분야의 걸맞은 규제개혁은 부처단위의 개별적 추진보다 범정부적인 접근이 더 필요하고 효과적이다. 현재 정부에 규제개혁위원회, 국무조정실(규제개혁실) 등 범정부적인 규제개혁 추진조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관련된 법령, 관련 부처 모두를 아울러 혁신적이고 선제적인 규제정비에는 인력, 추진방식 등에 한계가 있다. 융복합화 시대, 걸맞은 규제개혁 추진체계의 보완과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행정규제기본법」에 근거한 규제개혁의 최고기관은 규제개혁위원회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현재 그 역할이 신설·강화규제 심사에 주로 머무르고 있다. 위원회에게는 법제18조(기존규제의 심사)에 의거 기존규제를 강력하게 개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참에 규제개혁위원회라도 기존규제의 정비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해 본다. 행정규제기본법 시행 초기의 규제개혁위원회는 기존규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활동한바 있었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현)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저서 : 규제의 파르마콘

류충렬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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