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레이다(Radar)는 전자파를 목표물에 발사해 그 반사파를 측정하는 것으로써, 대상물까지의 거리나 형상을 측정하는 장치이다. 원거리 물체와의 거리를 전자파로 계측해서 표시하는 것으로 비행기나 배의 위치 파악, 강수량 예측, 심해의 수심 측정 등에 사용된다.

레이다의 긴 파장 저주파는 전파의 감쇄가 작고 먼 곳까지 탐지하나 정밀한 측정이 되지 않아 해상도는 나쁘다. 반대로 짧은 파장의 고주파는 공기중에 포함되는 수증기, 눈, 비 등에 흡수 또는 반사되기 쉽고 감쇄가 커서 먼 곳까지 탐지하지 못하지만 높은 해상도를 얻을 수가 있다. 따라서 대공 레이다, 대지 레이다 등 원거리의 목표물을 빨리 발견해야 할 경우에는 저주파를 사용하고 사격관제 레이다 등 목표의 형태나 크기 등 정밀하게 측정할 필요가 있을 경우 고주파를 사용한다.

레이다의 역사를 보면, 인간은 박쥐가 초음파를 이용해 그 반사음으로 어둠 속을 무사히 비행하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레이다의 개발은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헤르츠가 1880년 중반 전파가 빛과 유사한 성질을 가졌다는 것을 실증한 것까지 올라간다. 독일의 크리스티안 휠스마이어는 헤르츠 발견을 이용한 최초의 사람 중 하나로, 항해에 이용할 수 있는 무선반향도구를 개발해 1904년 특허를 획득했다. 하지만 레이다와 유사한 그의 기구는 기술적 한계로 주목 받지 못했다. 전파가 물체에 반사되는 현상으로 물체를 탐지하는데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탈리아 굴리엘모 마르코니의 1922년 연구 후 미국의 해군연구소에서 마르코니의 연구를 실험했다. 이 실험에서는 송신기와 수신기 사이를 지나가는 함선을 탐지하기 위해 연속파를 사용했다. 펄스파로 거리를 측정하는 원리는 1925년에 이온층 연구를 하던 미국 물리학자 그레고리 브라이트와 멀 A. 튜브가 개발했다. 이들은 무선 펄스를 이온층에 반사시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해 이온층의 높이를 재는데 성공했다.

1930년대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은 원거리 항공기와 함선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다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은 적 항공기를 경보하는 레이다 송신소 망을 구성했다. 1939년 가을 독일은 프라이야(Freya)라는 지상 항공기 경보 시스템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나 영국은 비행기에 장착이 가능한 소형 항공기요격용 레이다를 개발하고 미국은 대포의 조준에 이용하는 레이다 장비를 내놓았다. 전쟁기간 중 미국과 영국의 합동연구로 전함의 자동 사격통제와 장거리 항공기 요격에 적합한 고출력 마이크로파 레이다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했다. 레이다 시스템 설계의 주요 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거의 확립되었다. 초기 레이다는 우천시 반사되어 도움이 안됐고, 지향성도 불충분했다. 일본인 신타로 우다와 히데쓰구 야기가 발명한 야기 우다 안테나는 지향성을 갖춘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이것은 구미 각국에서 군사용으로 기술개발이 급속히 진행됐고 영국에서 꽃 피었다. 독일 공군의 공습에 대해 영국 공군은 레이다를 사용한 방공 시스템으로 효율적으로 대처했다. 또 시마오키 해전과 빌라, 스탄모아 야전에서 미국 해군은 레이다를 활용해 일본 해군을 물리쳤다. 이처럼 레이다는 전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당시 일본군은 야기 우다 안테나를 불필요하다 배제해 레이다 개발은 하지 않았다. 그 후 이를 이용하는 미군을 보고 서둘러 개발했지만 때는 늦었다.

1940년대 후반 이후 고밀도 집적회로에 이르는 고체전자소자의 사용으로 레이다는 급속히 발전했다. 새로운 주사 방법의 채용과 신호처리를 위한 고속 디지털 컴퓨터의 채용으로 레이다 장비의 효율과 신뢰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초기의 레이다는 일본 해군 전함이 사용한 A-Scope 표시 방식이었다. 세로축에 전파 강도를 가로축에 시간을 표시하여 강도가 가장 큰 반사파가 돌아오는 시간부터 대상물까지의 거리를 읽어냈다. 다음 세대 레이다 표시기는 PPI스코프(Plan Position Indicator scope)인 원형의 표시기에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주사선으로 대상물의 이차원상 소재를 파악했다. 또한 B스코프로 불리는 표시 방식으로는 가로축에 방위, 세로축에 거리를 나타내는 방식으로 일부의 항공기용 레이다에 적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현대의 레이다 표시기는 통상 레스터 스캔 디스플레이 위에 대상물의 정보를 문자로 표시하거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지형 정보 등을 합성해 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하는 레이다 시스템 중 펄스 레이다는 무선 에너지를 강한 펄스의 형태로 송신한다. 가장 근거리 물체에서 반사하는 펄스는 전송한 직후에, 중간 거리의 물체에서 반사한 펄스는 좀더 시간이 지나서, 가장 먼곳의 물체에서 반사된 반향은 펄스 주기에 가까운 시간 뒤에 각각 레이다에서 수신된다. 가장 먼곳에서 반사된 신호를 수신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송신기는 펄스를 다시 송신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다. 레이다 시스템의 2번째 형식은 연속파 레이다다. 송신 신호를 짧은 펄스가 아닌 연속적 형태로 송신하므로 반향도 연속적으로 수신된다. 도플러 변이 즉 관측되는 파의 주파수가 물체의 운동에 의해 변화하는 것을 측정하면 목표물의 운동 속력을 결정할 수 있다. 주파수 변조 레이다에서는 송신되는 신호의 각 부분마다 어떤 표시를 하여 수신시에 구별이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송신신호의 주파수를 주기적으로 계속 변화시켜 얻어진다. 또 다른 레이다 형식은 광선 레이더 즉 라이더(lidar)인데 이는 무선주파수 대신 매우 좁은 폭의 레이저 광을 발사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 감시용으로 우주 탐지와 추적 시스템 레이다 망을 공동 운영한다. 레이다의 민간 응용분야도 발전해 상업용 항공기나 항해용 선박의 보조기구로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 공항은 정찰 레이다 시스템과 정밀 근접 레이다 시스템으로 이착륙하는 모든 항공기를 관제소가 제어해 충돌을 방지한다. 어선과 유람선 등 많은 선박이 근해 항해용 간단한 레이다 시스템을 구비하고, 다수의 항구에는 대형 레이다 정찰장비를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해안이나 조수로에 설치해 함선의 정박을 돕는다. 천문학이나 기상학 연구에도 레이다 기술은 광학적 방법에 비해 좀더 정밀한 거리 측정을 가능하게 하고 행성이나 위성의 표면상태에 대한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기상예보관이 단기 기상예보를 할 때 지상 레이다나 공중 레이다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레이다의 회로와 보조기구들이 점차 소형화되어 소형의 휴대용 레이다가 개발되는데, 경찰의 자동차 과속 단속용 휴대용 연속파 레이다 건이 그 예다.

볼 수 없는 사물을 측정하게 해주는 ‘레이다(RADAR)’는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레이다(RADAR)’는 무선 탐지와 거리측정(radio detecting and ranging)이라는 구절의 첫 글자들을 딴 것이다. 이것은 미국에서 지어진 것으로 당초 영국에서는 무선방향탐지기(RDF : Radio Direction Finder(Finding)) 혹은 고주파 방향탐지기(HFDF : High Frequency Direction Finder(Finding))로 불렸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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