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일반적으로 부부간의 명의신탁은 조세회피나 법령상 제한의 회피 등의 목적이 아닌 한 유효합니다. 그런데 만약 신탁자가 이 신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 직접 처분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에게서 제3자에게로 바로 경료해 준다면 이를 통해 신탁자는 자신의 채권자로부터 이 부동산을 지킬 수 있을까요?

부부간 명의신탁을 한 부동산에 대해, 신탁자가 제3자에게 이를 직접 처분하면서 바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 준 경우, 이는 신탁자의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대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0년 갑은 을에게 6억원을 빌려줬지만 돌려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을은 그 사이 자신의 아내에게 명의신탁을 하여 아내 명의로 소유권 보존 등기가 돼 있던 충남 당진군의 한 부동산을 병에게 팔면서 중간등기를 생략하고 바로 병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줬습니다.

갑은 이 같은 매매계약을 사해행위에 해당돼 무효라며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원상회복 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을과 병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을 취소한다"며 갑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에 병은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부부간의 명의신탁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고(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 참조),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신탁해지를 하고 신탁관계의 종료를 이유로 하여 소유 명의의 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신탁해지를 원인으로 하고 소유권에 기해서도 그와 같은 청구를 할 수 있음을 밝히면서(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5171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명의신탁관계가 종료된 경우 신탁자의 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신탁자의 일반채권자들에게 공동담보로 제공되는 책임재산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신탁자가 이러한 유효한 명의신탁약정을 해지함을 전제로 신탁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직접 처분하면서 수탁자 및 제3자와의 합의 아래 중간등기를 생략하고 수탁자에게서 곧바로 제3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이로 인하여 신탁자의 책임재산인 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소멸하게 되므로 이로써 신탁자의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게 되거나 채무초과상태가 더 나빠지게 되고,

신탁자도 그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신탁자의 법률행위는 신탁자의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행위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판결에서 명의신탁된 부동산에 대해 신탁자가 제3자에게 바로 처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이를 이유로 한 명의신탁의 해지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 명의신탁의 해지를 이유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이 신탁자에게 발생하였는데, 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 자체가 신탁자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로 되는 책임재산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탁자는 이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을 처분하여서는 아니 되는 것이나, 위 사안에서처럼 신탁자가 중간생략등기를 통해 제3자에게 바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 주는 경우 이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하여 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본 것입니다.

중간생략등기를 통해 소유권을 이전하면 마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서 제3자에게로 바로 넘어간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일반채권자들의 공동담보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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