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서정주의 집] 1960년대 말, 당시 영등포구에 속했던 지금의 사당동 남부순환도로 주변으로 예술인 마을이 조성됐다. 200동 양옥이 들어섰던 예술촌은 다가구와 연립주택이 밀집한 주택가로 변했고, 그 한복판으로 2011년 일반에 공개된 2층 집은 서정주 시인이 당시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직접 설계해 지은 곳이다.

1970년 서정주 시인이 입주해 2000년까지 거주한 서정주의 집은 건축면적 74평의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시인이 직접 그리고 수치를 적어 넣은 간이 설계도며 자재 목록에선 시인의 꼼꼼한 성품과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이고, 1층은 생활공간으로 2층은 시인의 창작공간으로 사용되었다. 

▲ 건축면적 74평의 지하1층 지상2층1970년 서정주 시인이 입주해 2000년까지 거주
▲ 생활공간으로 사용된 1층
▲ 작은 침실과 서재로 꾸며진 2층 창작공간

기억력 상실을 막기 위해 매일 세계 1,600여 개의 산과 그 높이를 외웠다는 시인의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스스로 지어 붙인 집 이름은 “봉산산방(蓬蒜山房)”.
곰이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웅녀가 됐다는 단군 신화에서 따온 이름으로 우리 민족 신화의 원형이 시작된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시인이 지은 당호 ‘봉산산방(蓬蒜山房)’

2001년 서울시는 봉산산방 보존계획에 착수하였으나 친일 유산이라는 여론으로 계획이 무산되고 2003년 서울시 지원으로 관악구에서 매입해 예산 문제로 5년간 방치되다 시인이 작고한 뒤 10년 만에야 복원 개방되었다. 

한국어의 운용에 관한 한 가장 세련된 경지에 도달한 시인, 한국 문단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인의 작품들. 그러나 동시대, 민족 시인으로서 절개와 지조를 지켰던 문인들이 있어 친일과 친독재로 얼룩진 시인의 삶은 어쩔 수 없는 그늘로 남아 있다.

탄생 100여 년.
짧지 않은 30년 생애가 깃든 옛집과 시인을 기리는 방법은 어쩌면 후대에 남겨진 과제일지 모른다. 하지만 위대한 문학적 업적과 영욕의 삶... 시인은 그렇게 기억되고 있다.

<서정주의 집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네이버TV : http://tv.naver.com/v/304661
유튜브 : https://youtu.be/Bg9uRmME1lM

※ 영상기록 <서울 시간을 품다> ‘서정주의 집’ 편은 2015년 2월 16일에 방송되었습니다.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서울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tbs.seoul.kr)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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