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요즘 이혼하는 부부가 많습니다. 또한 혼인관계는 파탄났지만 이혼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상 이혼상태로 살아가는 부부도 많습니다. 간통죄는 사라졌지만 부부간 정조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불법행위에 해당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민법 제750조).

사실상 이혼상태의 부부는 각자 다른 사람과 교제를 하기도 하는데, 과연 이러한 행동이 부정행위에 해당되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무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부부가 결혼 생활이 파탄 난 상태에서 별거를 하고 있었다면 배우자와 바람을 핀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2015드단18035)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1997년 남편 B와 결혼하여 슬하에 자녀 2명을 뒀습니다.

​두 사람은 결혼생활 중 경제적 문제나 자녀 양육문제 등을 이유로 지속적으로 다퉜고 점점 관계가 악화되자 2015년 2월 A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가면서 별거 상태가 됐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이혼얘기를 했고 위자료나 양육비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B는 2015년 5월 A와 함께 살던 아파트를 팔고 혼자 원룸에 살면서 A에게 자녀 양육비를 보냈습니다. B는 2015년 7월경 C를 만나면서 자신은 이혼한 상태라고 소개하며 교제했습니다. C는 B의 자녀와 함께 쇼핑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이와 B의 자녀들을 함께 물놀이 시설에도 보내면서 지내다가 2015년 8월 A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B가 아직 이혼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A는 B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C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3단독은 A가 "불륜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니 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드단18035)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B와 C가 적어도 2015년 8월부터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고의 부정행위와 이 사건 혼인관계 파탄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며

"A와 B가 2015년 2월부터 별거 중이었고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관한 논의가 있었던 반면, A가 소송 제기 전까지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C가 B가 이혼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은 2015년 8월 10일이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8월 31일 A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점에 비춰보면 혼인관계는 B와 C가 만나기 이전부터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며 "C의 부정행위로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려면 불법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위 사건은 부부가 이미 혼인파탄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부정행위와 혼인파탄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여 기존의 법리를 다시 한번 확인한 판례라 할 것입니다

결국 혼인관계는 파탄났지만 이혼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상 이혼상태로 살아가는 부부의 경우, 그 일방이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바로 불법행위 책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부정행위와 혼인파탄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불법행위 책임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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