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시 임대인이 임차인 과실 입증 못하면 임차부분 외 배상책임 못 묻는다 [박병규 변호사 칼럼]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l승인2018.01.03l수정2018.01.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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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임차인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여 임대차 목적물을 보존하고, 임대차종료 시에 임대차목적물을 원상에 회복하여 반환할 의무를 부담합니다(민법 제374조, 제654조,제615조). 그리고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민법 제390조).

따라서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인하여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에,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며 그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원인이 밝혀지지 아니한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 종료 당시 임대차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 상태는 아니지만 반환된 임차 건물이 화재로 인하여 훼손되었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한편,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하므로(민법 제623조),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발생한 화재가 임대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추단된다면, 그 하자를 보수⋅제거하는 것은 임대차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기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하는 임대인의 의무에 속하며, 임차인이 그 하자를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은 그 화재로 인한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 등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임차인에게 물을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0. 7. 4. 선고 99다64384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5다65623 판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13170 판결).

그렇다면 임차인의 매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여 건물 전체로 옮겨붙은 경우 임차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까요?

특정 임차인의 매장에서 난 불이 건물 전체로 번져 피해가 크게 발생했더라도 화재가 그 임차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임대인이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임차인이 빌린 부분 이외의 부분에 발생한 피해는 그 임차인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6895)이 나와,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경기도 광주에 2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A는 2008년 5월 B에게 이 건물 1층 가운데 150평을 골프용품 매장으로 빌려줬습니다. 그런데 2009년 10월 B가 운영하던 매장에서 불이 나 건물 2층까지 모두 타 버렸습니다. 그러자 A는 "임차목적물(B가 임대한 1층 골프용품 매장) 반환채무가 이행불능이 됐으니 그로 인한 손해와 화재가 번져 2층 등으로 발생한 손해까지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화재가 B의 매장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의 보존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이 부족한 이상 손해배상책임이 있으며, 나아가 임차인은 임차 목적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 뿐만 아니라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건물 전체에 발생한 손해까지도 배상해야 한다"면서 A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B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해 삼성화재에게도 이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임대인 A가 임차인 B와 B가 가입한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2012다86895)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임대차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소멸됨으로써 임차인의 목적물 반환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임차인은 그 이행불능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한 것이라는 증명을 다하지 못하면 그 목적물 반환의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며 "이는 그 화재 등의 구체적인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때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차한 부분 이외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화재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음을 임대인이 입증한 경우에만 책임이 인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재판부는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해 사용·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 임차 건물이 아닌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 건물의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해 화재 발생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위반이 있었다는 점을 임대인인 원고가 주장·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인은 임차 건물이 아닌 건물 다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점은 B의 매장임이 밝혀졌으나,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화재 발생과 관련한 B의 계약상 의무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B씨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신·권순일 대법관은 "임차 외 건물 부분이 불에 탄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채무불이행책임에서의 손해배상의 목적인 이행이익의 배상과는 무관하고, 법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관하여는 계약책임이 아니라 불법행위 제도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재산상 손해에 관하여는 불법행위책임만이 성립한다고 보고, 따라서 가해자인 임차인의 귀책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인 임대인에게 있는데 화재의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B씨의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고 그 보험자인 삼성화재의 책임 역시 부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별개 의견을 냈습니다.

김재형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김 대법관은 "임대차계약 존속 중에 화재가 임차인이 지배·관리하는 영역에서 발생해 임차 건물과 임차 외 건물이 함께 불에 탄 경우, 이는 복수의 의무위반이 아닌 하나의 의무위반 사태로 보아 채무불이행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손해가 발생한 부분이 임차물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해당 건물 부분의 손해가 채무불이행에 따라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에 포함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도 피고들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기택 대법관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책임의 성립 및 임차인이 배상해야 할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해서는 (김재형 대법관의) 반대의견과 견해가 같다"면서도 "법원은 임차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면서 일정한 요소들을 반드시 고려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를 합리적으로 분담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원심이 이러한 필수적 고려요소들 중 일부에 대해 심리하지 않았으므로, B의 상고 이유 중 책임제한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습니다.

종래 대법원은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그 건물의 유지, 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부분이 소훼되어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왔습니다.

위 사안의 경우 대법원은 화재로 임차한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는 기존 판례와 동일하게 임차인에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대해서는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위반, 의무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그 의무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하여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이 입증책임을 져야 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입증책임의 분배를 통하여 임차인의 책임범위를 축소한 의미있는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임차인은 자기가 관리하는 임차건물부분에 대해서만 적절한 관리와 주의를 하면 책임이 그 이상으로 커지는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 반면 임대인은 화재보험가입 등 위험에 대비한 조치를 취해야 할 부담이 생겼습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박병규 이로 대표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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