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의 ‘서유쌍기’, ‘서유기’의 마하라자디라자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01.12l수정2018.01.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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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유기 2 - 선리기연> 포스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중국 영화계에서 배우 겸 감독 겸 제작자 저우싱즈(주성치, 56)를 빼곤 도저히 얘기가 안 된다. 21세기에 주연 감독 제작 각본 등 4역을 해낸 ‘소림축구’ ‘쿵푸허슬’ ‘CJ7-장강 7호’ 등으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그이지만 흔히 ‘서유쌍기’(리우천웨이-유진위-감독)로 불리는 연작 ‘서유기: 월광보합’과 ‘서유기2: 선리기연’을 빼곤 얘기가 안 될 그다.

‘서유기’는 지금도 중국 영화의 소재에서 뺄 수 없는 고전이다. 최근 ‘서유기: 월광보합 리턴즈’ ‘몽키 킹2: 서유기 여정의 시작’ 등 다양한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을 정도인데 대다수는 ‘서유쌍기’를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떠받든다. 그만큼 유머 철학 메시지 교훈 등으로 가득한 코믹 판타지 액션 장르다. tvN은 ‘신서유기’ 시리즈와 ‘화유기’로 재미를 보고 있다.

손오공(저우)은 삼장과 서역으로 불경을 구하러 가던 중 삼장을 먹으면 불로장수한다는 말에 혹해 우마왕과 결탁해 삼장을 죽이려 한다. 그러자 관세음보살이 그를 소멸시키지만 삼장이 희생으로 그의 부활을 약속받는다. 500년 뒤 손오공은 오악산 산적 무리의 우두머리인 지존보로 환생한다.

그들 앞에 매번 죽일 듯이 싸우는 요괴 자매 춘삼십랑과 백정정(모원웨이, 막문위)이 나타난다. 자매는 삼장을 잡아먹기 위해 그의 제자인 발바닥에 점 3개가 있는 사람을 찾는 중이다. 여기에 우마왕까지 끼어들어 우방과 적이 따로 없는 일대 혼전이 벌어진다. 이 와중에 지존보와 백정정이 사랑에 빠지고 부두목 이당가와 춘삼십랑 사이에서 삼장이 태어난다.

▲ 영화 <서유기 2 - 선리기연> 스틸 이미지

지존보는 비로소 자신이 손오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살한 백정정을 살리기 위해 일종의 타임머신인 월광보합을 작동시키지만 오작동으로 500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이는 천생연분을 찾아 천상의 세계에서 탈출한 신선 임자하(추안, 주인). 500년 뒤 백정정의 스승이 될 그녀는 자신의 자청보검을 뽑는 이라면 천생연분이니 인간이든 요괴든 평생 사랑하며 살 것이라 작심하고 하계로 내려온 것.

자하는 지존보에게서 월광보합을 빼앗고, 그가 자신의 노예라는 표식으로 발바닥에 점 3개를 심어준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지존보가 자청보검을 발검하는 걸 본 그녀는 천생연분이 그임을 깨닫고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지존보의 생각은 오로지 월광보합을 빼앗아 백정정을 되살리는 것뿐이라 그녀에게 거짓 사랑을 고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물론 삼장까지 우마왕에게 잡히고 우마왕은 자하와 결혼식을 준비하며 여동생 향향을 지존보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때마침 멀리 여행을 갔던 우마왕의 본처 우부인까지 들이닥치고 삼장을 구하려는 저팔계와 사오정도 몰래 우마왕의 성에 숨어 들어온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부인도 향향도 지존보와 ‘그렇고 그랬던’ 사이.

▲ 영화 <서유기 2 - 선리기연> 스틸 이미지

지존보는 야반도주를 했다 우연히 백정정을 만나게 되고 더 이상 월광보합이 필요 없게 되자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그녀가 편지 한 통 남긴 뒤 갑자기 사라진다. 지존보의 심장 안에 들어가 봤더니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가 자하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 고통스러워하던 지존보는 비로소 삼장이 파리처럼 왱왱거리며 떠들었던 깊고 넓은 부처의 뜻을 깨닫고 속세의 인연을 끊기로 결심하는데.

흔히 ‘병맛’이라고 얘기하는 B급영화로서 아시아에서 이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니, 세계적으로 봐도 그렇다. 그만큼 저우는 천재고 리우 감독은 절정의 연출력을 자랑한다. 겉으론 코미디를 표방한다. 저우 특유의 화장실 유머와 슬랩스틱, 가벼운 성적 농담이 넘실대고, 의도적으로 어설픈 특수효과와 연출이 풍성하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다.

‘쿵푸허슬’이 매우 견고한 비주얼과 안정된 특수효과를 보였다면 ‘소림축구’는 일부러 허술한 특수효과로 재미를 준다. ‘서유쌍기’는 아예 대놓고 ‘소림축구’보다 더 기계적이지 않고 작위적이지 않은, 인간적인 특수효과로 ‘피식’거릴 수 있는 유머와 재미와 메시지를 던진다.

저우 특유의 패러디도 돋보인다. 영화의 결론. 500년 뒤로 간 손오공은 삼장 등과 서역으로 가던 중 성루에 거리를 두고 대치 중인 지존보와 자하를 본다. 자하는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고 지존보는 아내에게 되돌아가야 한다고 버틴다. 자하가 그렇다면 입맞춤이라도 해달라고 거듭 애걸복걸하지만 지존보는 무사가 대중 앞에서 그럴 수 없다고 매몰차게 거부한다.

▲ 영화 <서유기 2 - 선리기연> 스틸 이미지

그러자 손오공은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환생인 지존보에게 요술을 부리고 지존보는 자하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 뒤 떨어질 줄 모른다. 왕자웨이 감독의 ‘동사서독’의 패러디다. 대사 중엔 ‘중경삼림’의 패러디도 있다. “인간사의 가장 큰 고통은 바로 후회지. 하늘이 내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면 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해줄 거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만약 사랑에 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1만 년으로 하겠소”다.

자하의 몸속엔 언니 청하도 동시에 들어있다. 이 이중인격 구조는 ‘동사서독’에서 독고구패(린칭샤, 임청하)에게 모용연 모용언 남매의 이중인격이 들어있는 것을 패러디했다. 자하가 자신의 언니의 이름을 임청하라고 말하는 데서 관객들은 배꼽을 잡는다.

삼장은 수다쟁이에 이기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갑자기 지존보 앞에 나타난 그는 로마 군인의 복장이었다가 이집트 파라오로 변하는가 하면 터번을 쓴 인도사람으로 바뀐다. 제국주의에 대한 알레고리 혹은 패러독스다. 또한 그는 감옥에 스스로 갇혀 지존보를 끌어들인 뒤 시끄럽다는 지존보의 투정에도 불구하고 플래터스의 ‘Only you’를 부른다.

그는 우마왕의 결혼식과 동시에 처형될 운명이다. 그런데 결혼식 절차가 진행되는 꽤 긴 시간 얼마나 잔소리를 해댔는지 괴로워 차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요괴의 모습이 요절복통하게 만든다. 꽤 의미심장한 유머 겸 페이소스다. 동성애 코드 역시 빠지지 않는다.

▲ 영화 <서유기 2 - 선리기연> 스틸 이미지

저우의 영화의 주제는 뭐든지 첫째가 사랑이고, 둘째가 희생과 정의구현이다. 특히 그는 불교의 해탈의 철학을 좋아한다. 감독 제작 각본을 맡은 ‘서유기: 모험의 시작’(2013)은 자신은 빠지고 젊은 배우를 캐스팅한 ‘서유쌍기’의 리부트다. 어설픈 퇴마사 현장(원창, 문장)이 관세음보살에게 오만방자하게 굴다 봉인된 손오공(황보)의 계략에 속아 봉인을 풀어주자 손오공이 그를 죽이려 한다.

그러나 현장을 사랑하는 뛰어난 퇴마사 단소저(수치, 서기)가 그를 위해 손오공에게 희생된다. 이를 통해 비로소 부처의 깨달음에 득도한 현장이 손오공을 제압한 뒤 삼장으로 개명해 그를 이끌고 서역으로 간다는 내용이다. 자신이 죽을 줄 알면서도 현장을 보호하기 위해 손오공에게 산산이 부서지는 단소저는 ‘서유쌍기’의 자하를 연상케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사랑이지만 거기엔 고통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므로 모든 속세의 연을 끊고 무념무상의 열반에 들어가는 게 진정한 철학을 수반한 인생과 수양의 값어치라는 얘기다. 저우와 그의 ‘서유쌍기’는 진정한 ‘서유기’의 마하라자디라자(왕 중의 왕)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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