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자녀의 성과 본은 출생과 동시에 생부의 성과 본에 따라 정해집니다. 그러나 최근 이혼 및 재혼 가정이 늘면서 실제로 부모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계부와 성이 달라 정신적으로 혼란과 고통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고, 가정의 변화 과정에서 ‘자’의 복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우리 민법은 ‘자(子)의 성과 본 변경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우선 관련된 민법 규정을 살펴보겠습니다.​

민법 제781조
⑥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우리 민법 규정은 ‘자(子)의 성과 본 변경 제도’의 목적은 ‘자의 복리’임을 명시하며, 자(子)의 성과 본 변경을 위한 가사 소송 중 ‘성과 본 변경허가 심판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 모 또는 자는 자녀 (사건 본인)의 주소지 가정법원에 성과 본의 변경 허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허가 시에는 심판고지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재판서 정(등)본 및 확정증명서를 첨부하여 시(구) · 읍 · 면의 장에게 그 내용을 신고하여야 합니다. 만약 불허 시에는 즉시 항고로 불복할 수 있습니다.

한편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 대하여 우리 대법원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단 기준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781조 제6항에 정한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자의 나이와 성숙도를 감안하여 자 또는 친권자·양육자의 의사를 고려하되, 먼저 자의 성·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에 내부적으로 가족 사이의 정서적 통합에 방해가 되고 대외적으로 가족 구성원에 관련된 편견이나 오해 등으로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심리하고, 다음으로 성·본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에 초래되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자와 성·본을 함께 하고 있는 친부나 형제자매 등과의 유대 관계의 단절 및 부양의 중단 등으로 인하여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심리한 다음, 자의 입장에서 위 두 가지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형량 하여 자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12. 11.자 2009스23 결정 [자의성과본의변경허가] 참조).

자(子)의 성과 본이 변경되는 경우와 변경되지 않는 경우를 나누어 각 경우의 불이익을 비교·형량 하여 ‘자의 복리를 위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성·본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려는 등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있는 등 성·본 변경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성·본 변경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부산 거주 7세인 사건본인 A (2010년 생)의 성과 본 변경허가신청을 기각한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는 2010년 생으로 성과 본 변경허가신청 당시 7세였습니다. A는 친부와 친오빠가 있으며, 현재 친모와 계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A의 친모는 A의 성과 본을 계부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것을 허가해달라는 심판을 부산가정법원에 제기하게 됩니다.

법원은 “민법 제781조 제6항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결국 A의 성과 본 변경허가심판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기각의 이유로 법원은 ‘사건본인 A의 나이가 아직 만 7세에 불과하여 자신의 성과 본의 변경이 자신이나 가족 또는 사회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며 설명하였습니다. 나아가 계부와 친모 간 혼인관계의 성격을 고려하기도 하였습니다.

법원은 “A의 친모와 계부의 동거기간을 포함한 혼인기간이 2년 밖에 되지 않고”, 뿐만 아니라 “혼인기간 중 부부 사이의 갈등으로 가정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신청을 하는 등 아직까지는 두 사람 사이의 혼인관계가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자(子)의 성과 본 변경으로 인한 불이익이 클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원활하게 사건본인과 교류 중에 있는 사건본인의 친부 및 오빠가 사건본인의 성본 변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자의 주관적·개인적인 선호의 정도를 넘어 자의 복리를 위하여 성·본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본 판결은 자(子)의 성과 본 변경제도의 궁극적 취지와 목적이 ‘자의 복리’에 있음을 다시 확인하는 판결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습니다.

자(子)의 성과 본의 결정은 친모나 사건 본인의 일시적으로 주관적인 선호에 의하여 좌우될 것이 아니라, 자가 처한 가정환경의 실태, 친부와의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하여 ‘자의 복리가 최우선 되는 선택’의 결과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민법이 ‘자의 복리’를 위하여 민법 상 자(子)의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음과 동시에 변경절차를 ‘신청’이 아닌 ‘가정법원 심판’을 통하여 하도록 규정한 것도 본 판결의 취지와 일맥상통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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