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종중원의 지위 인정 여부에 대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중은 기본적으로 혈연관계를 기초로 구성되며, 이러한 성격 때문에 종중 관련 분쟁은 명문의 법률 규정과 함께 관행이나 관습법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특히 종중과 관련된 관습법은 과거 존재하였던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확인 및 변화되어 왔습니다.

최근에도 어머니의 성을 따른 자녀도 어머니 종중의 종중원임을 확인하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있어, 종중원 지위와 관련된 규정 및 판례의 변화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중원 상호 간 친목 등을 목적으로 구성되는 자연발생적 종족집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종중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됩니다. 별도의 약정에 의하여 일부 종원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박탈할 수 없습니다.

종중원의 자격과 관련하여 과거 판례는 성년 남성만이 종중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있다고 하였으나, 2005. 7. 21.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종중원 자격을 성년 남성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에 관계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판시하여, 종래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종회회원확인]

[3]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의 효력

[다수의견] ...(중략)...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종족단체로서 공동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후손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하는 것임에도,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만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하고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등 종중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에 의하여 생래적으로 부여하거나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위와 같이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만으로 제한하는 종래의 관습법은 이제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4]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되는지 여부(적극) 및 그 근거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므로, 종중의 이러한 목적과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

위 전원합의체판결에서 대법원은 종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만 제한하고 여성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에 대한 우리사회의 법적 확신은 상당 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되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우리의 전체 법질서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이러한 남녀평등의 원칙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나아가 자녀의 성과 본 결정 및 변경제도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현행 민법 제4편 친족 하 자녀의 성과 본 규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781조(자의 성과 본) 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⑥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자가 미성년자이고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777조의 규정에 따른 친족 또는 검사가 청구할 수 있다.

최초 혼인신고 시, 자녀의 성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하는 합의가 있다면 자녀가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습니다. 또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더라도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가정법원 허가를 받아 성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가정법원 허가를 받아 어머니의 성(姓)으로 바꾼 자녀도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의 종원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씨는 지난 2014년 서울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신의 성을 아버지 성인 김씨에서 어머니 성인 이씨로 바꾸었습니다. 출생 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더라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바꾸게 된 것입니다.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한 이씨는 2015년 어머니가 소속된 A종중에 종원자격을 부여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A종중은 “종중은 본질적으로 부계혈족을 전제로 하는 종족단체”라며 종원자격 부여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어 A종중은 “공동선조의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이더라도 모계혈적인 이씨는 종원자격이 없다.”는 이유를 더하였습니다. 이에 이씨는 A종중을 상대로 “종원으로 인정해달라”며 종원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이씨의 종원 자격을 인정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18부는 “종중에 관한 대법원 판례와 성·본 변경 제도의 취지를 볼 때 이씨가 여성 종원의 후손이더라도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구성되는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조리(條理)에 합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씨는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혈족”임을 확인하며, 여성 종원의 후손이어도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어서 서울고법은, “설사 여성 종원의 후손은 여성 종원이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이나 관습법이 있었더라도 이는 변화된 우리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아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했다"고 더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재판부는 부계혈족인지 모계혈족인지에 관계없이 종중원 자격이 인정됨을 전제 하에 이씨에게 A종중 종중원 자격을 인정하였습니다.

201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별과 관계없이 인정하는 취지였다면, 이번 2017년 서울고법 판결은 부계혈족인지 모계혈족인지에 관계없이 종중원 자격이 인정됨을 확인하였다는데 의미가 있다할 것입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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