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 책임감으로 완성한 ‘내 인생은 나의 것’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02.23l수정2018.02.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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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궁합>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궁합'(홍창표 감독)은 '관상' 제작사의 역학 시리즈 두 번째다. 이 씨 조선시대 영조(김상경)가 아끼는 후궁이 송화 옹주(심은경)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세상을 떠난다. 송화의 기가 강해 그런 것이라는 역술가의 풀이에 영조는 송화를 출궁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오해를 풀고 다시 궁으로 불러들인다.

영조는 수년 전 송화에게 짝을 맺어주려다 극심한 흉년에 여론이 안 좋아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흉년이 장기화돼 민심이 최악으로 치닫자 이번엔 역으로 송화의 혼사만이 가뭄을 해소할 것이라 믿고 궁합 풀이를 잘 하는 사헌부 감찰 서도윤(이승기)에게 궁합이 잘 맞는 부마를 엄선할 것을 명한다.

도윤은 본업과 상관없이 조선 최고의 역술가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 사이비 역술가 이개시(조복래)의 사기행각을 들춰내 검거하는 등 역술 능력으로 감찰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왔다. 그는 최종 간택된 4명의 부마 후보를 놓고 송화와의 궁합을 정밀하게 따져간다.

송화는 지금까지 자신의 뜻대로 한 게 하나도 없었다는 회의에 최소한 신랑만큼은 누가 될지 미리 얼굴이나 성품 등을 알고 결혼하자는 마음에 사주단자를 훔친 뒤 궁녀의 신분을 도용해 몰래 궁을 나선다. 사주단자를 찾아 나선 도윤은 송화가 사주단자를 훔친 궁녀라 여기고 뒤를 캔다.

▲ 영화 <궁합> 스틸 이미지

악연인지 인연인지 모를 우연스러운 연속적인 만남으로 가까워진 두 사람은 동선을 함께하는 가운데 왠지 모를 야릇한 감정을 점점 쌓게 된다. 도윤은 어릴 때 가세가 무너지자 외숙부의 집에서 자랐다. 사헌부 감찰로 함께 근무하는 윤시경(연우진)은 그때 함께 자란 외사촌.

하지만 천성적으로 선하고 올곧은 도윤과 달리 시경은 어긋난 출세욕을 활활 불태우는 인물로 물과 기름 같은 사이. 시경은 신분상승 및 부의 축재를 위해 부마 후보로 나서 최종 후보까지 오르는데 사실 그의 뒤에는 영빈(박선영)이 있다.

영빈은 천신만고 끝에 아들을 낳아 세자 책봉을 받아냈지만 송화의 기가 센 탓에 세자가 제대로 왕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선 그 기를 잠재울 수 있는 더 강한 양기를 가진 부마를 선택해야 한다는 측근의 조언에 따라 시경을 포섭한 것. 시경은 은밀히 도윤을 술집으로 불러 궁합 풀이 조작을 협박하는데.

심은경은 ‘써니’ ‘수상한 그녀’ 등으로 이미 귀여운 코미디의 대표 여배우로 인정받은 만큼 그 순수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다. 이승기는 가수로서 정상에 오른 뒤 드라마와 예능에서도 그 진가를 입증했지만 영화에선 별로 재미를 못 봤다. ‘오늘의 연애’로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넘긴 게 최고 성적.

▲ 영화 <궁합> 스틸 이미지

이를 의식한 듯 코미디, 멜로, 액션, 비극 등 다양한 장르의 변주를 온몸을 불사르듯 소화해내는 열정을 보인다. 영화가 표방하는 재미는 조복래 담당. 특별출연한 개그우먼 이수지와 함께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야릇하고 코믹한 ‘밀당’을 펼침으로써 웃음을 책임진다.

좀처럼 보기 힘든 김상경의 살짝 망가진 모습은 보너스. 코미디로 시작해 액션 서스펜스로 옷을 갈아입는 영화는 결국 진정한 사랑을 통한 자아 찾기와 완성으로 매조진다. 옹주라는 신분은 양면성을 지녔다. 천민에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왕족이지만 본인 입장에선 정통성이 부족한 ‘홍길동’이다.

궁을 떠나 온갖 고생을 하며 죽을 고비까지 넘기는 송화는 “움직여야 뭐라도 변하니까”라고 그 이유를 댄다. 변혁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녀의 소망은 궁을 떠나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왜?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그래서 그녀의 결론은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다.

▲ 영화 <궁합> 스틸 이미지

1980년대 크게 히트한 김현준 민해경 듀엣의 ‘내 인생은 나의 것’이란 가요가 있다. ‘내 인생은 나의 것/ 그냥 나에게 맡겨 주세요’라는 가사에서 보듯 한 사람의 인생에 주변 사람들이 쓸데없이 참견함으로써 망가뜨리지 말고 그냥 본인이 알아서 행복을 찾게끔 간섭 말라는 내용이다. 송화의 얘기다.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기는 도윤 역시 마찬가지. 그 이유는 “내 불찰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불행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피니언 리더, 혹은 공직자의 책임감이다. 대중은 고위 공직자나 언론의 발표, 지식인의 주장 등을 맹신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작된 여론은 누군가에겐 큰 이득을 주지만 순진하거나 정보력이 부족한 약자에겐 결정적인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선택일 수 있는 결혼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현대에서 역술은 참고사항일 뿐 '자연스러운 인연과 주도적 선택'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109분. 12살. 2월 28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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