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진영, 장동건, 그리고 르씨엘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04.05l수정2018.04.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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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반뎀타이거 제공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지난달 29일은 고 최진영이 39살 1개월로 세상을 떠난 지 8년째 되는 기일이었다. 많은 매체와 팬들이 그의 요절을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그가 스카이(SKY)란 프로젝트 그룹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취입한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 ‘영원’을 기억해내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지난 1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2’는 그와 더불어 고 김성재의 무대를 소환해 생전에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그들을 추억했다. 한날 문시온(보컬, 기타)과 강지욱(랩, 베이스), 그리고 객원 세션맨들로 구성된 신예 밴드 르씨엘이 SBS ‘인기가요’에 출연해 데뷔곡 ‘스윗튠(Sweetune)’을 불렀다.

장동건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7년의 밤’ 개봉(지난달 28일) 전 각종 방송 출연 및 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스윗튠’의 티저 영상에서 자신이 드럼을 연주하는 것을 소개하며 르씨엘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사격에 앞장선 바 있다. 그래서 르씨엘은 장동건이 아끼는 후배로서 각별하게 인식되고 있다.

최진영 장동건 르씨엘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연관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이들의 구심점은 르씨엘의 소속사 대표 겸 프로듀서인 강민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상벌조정윤리위원장이다. 그는 오래전 장동건의 음반을 프로듀싱했으며, 배우 최진영을 가수 스카이로서 성공하게 만든 중견 음반 제작자다.

그는 발라드와 댄스 뮤직이 주류이던 1990년대 솔로 로커 김정민을 스타덤에 올린 실력자로 가요계에 알려져 있다. ‘영원’도 원래는 김정민이 취입하려 했는데 오래전부터 가수에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던 최진영이 각별한 애정을 보여 그의 데뷔곡이 됐다. 그는 이 한 곡을 무려 1200시간 녹음했다. 

▲ 사진=문시온(반뎀타이거 제공)

강 대표는 왜 안정적인 김정민을 외면한 채 리스크가 큰 ‘신인가수’ 스카이를 선택했을까? 허스키 보이스의 터프가이 로커로 이미지가 고착된 김정민에게 ‘영원’은 그리 새로울 게 없지만 정체를 가린 스카이란 신인가수가 부르는 ‘영원’은 신선할 것이란 발상의 전환이었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르씨엘은 오랫동안 필드를 떠난 채 문시온과 강지욱의 트레이닝에 전념해온 강 대표의 야심작이다. Le Ciel은 프랑스어로 하늘이니 그들은 2기 스카이다. 김정민과 스카이처럼 강렬한 록 음악을 표방하는데 ‘스윗튠’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EDM과 랩을 접목한 16비트의 속도감을 자랑한다.

밴드는 대중가수 형태의 기초이자 뿌리고, 거의 모든 음반 프로듀서들이 꿈꾸는 그룹의 형태다. 1990년대 댄스그룹의 창궐 이후 유행에 따라 아이돌 그룹이 대세이긴 하지만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등 창작과 플레이의 모든 것을 도맡아 해내는 밴드가 대중음악계의 진정한 선두주자인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엔 거의 세션맨이 없다. 반주음악을 틀어놓고 목소리만 재생하거나 아예 입만 벙긋거리며 퍼포먼스에만 열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이런 콘서트에서 가끔 멤버들이 연주 실력을 ‘뽐내는’ 경우가 있다. 아이돌의 연주가 그만큼 희소가치를 지닌 요즘이기 때문이다.

AOA도 처음엔 걸 밴드를 표방했지만 이내 아이돌의 전형적인 형태로 바꿨다. 그만큼 가벼운 소비성향을 보이는 10대를 대상으로 한 아이돌 그룹에게 앞서 중요한 건 연주 실력이 아니라 외모와 퍼포먼스와 중독성이다. 르씨엘은 20~30대를 주 타깃으로 10대까지 포용하는 게 목표니 숙제가 많다.

▲ 사진=강지욱(반뎀타이거 제공)

두 명의 레귤러 멤버를 중심으로 나머지는 세션맨으로 채우는 건 흡사 015B를 연상케 하는데 차이점은 리드 보컬리스트다. 015B는 리드 보컬리스트를 객원 멤버로 채웠지만 르씨엘은 문시온이 보컬과 기타를, 강지욱이 랩과 베이스를 각각 담당하는 오리지널 멤버고, 나머지 세션맨만 유동적이다.

장동건은 사실상 1대 세션 드러머다. 전문 드러머는 아니지만 배우 중 꽤 탄탄한 실력을 지닌 그는 오래전 자신의 음악을 도와줬던 강 대표와의 변함없는 우정과 더불어 두 후배의 꿈에 보탬이 되고자 재능 기부에 발 벗고 나선 것. 그의 이런 지원사격은 큰 힘이 돼 ‘슈퍼 신인’이란 별명이 붙을 수 있었다.

음악성과 연주 실력은 물론 외모까지 뒷받침돼 벌써부터 드라마, 영화, 예능 출연의 ‘입질’이 온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가수로서의 성공이다. 이들은 록 밴드니만큼 탄탄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많은 대중을 사로잡는 히트송을 보유하는 게 급선무다. 그게 바로 기초공사다.

그룹명을 르씨엘로 정한 건 아직 최진영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등을 떨쳐내지 못한 강 대표의 마음속의 짐과 더불어 애정 때문이다. 안정된 배우를 떠나 가수를 꿈꿨던 최진영을 '얼굴 없는 가수'라는 무명으로 무대에 세워 정상에 올린 성공 드라마 연출의 재현에 대한 기시감 혹은 의지도 작용했을 것이다.

르씨엘의 목표는 20세기 팝계의 대표적인 2인조 슈퍼스타 밴드인 왬의 인기와 분위기, 그리고 스틸리 댄의 깊이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다. 왬의 ‘Careless Whisper’의 정서와 듀크 엘링턴의 첫 히트송 ‘East ST. Louis Toodle-OO’를 재해석한 스틸리 댄의 상상력이 관건이다.

르씨엘이 Mnet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데뷔한 날이 3월 29일이었다. 순수 제작비만 7억 8000만 원을 들여 무려 3년 동안 ‘영원’ 앨범을 녹음했던 강 대표의 애정이 각별하긴 했던 모양이다. ‘영원’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던 장동건 역시 최진영을 기리는 마음이 동기가 됐을 건 당연지사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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