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디어’&‘서버비콘’, 신과 인간에 대해 [유진모 칼럼]

유진모 칼럼니스트l승인2018.07.12l수정2018.07.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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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버비콘>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2일 개봉된 외화 ‘킬링 디어’(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와 ‘서버비콘’(조지 클루니 감독)은 각기 다른 감독과 제작사의 크레딧이지만 인간의 천박한 속성을 다룬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또한 신화를 바라보는 인간의 신에 대한 시선까지 담고 있어 묘한 동질감을 준다.

‘킬링 디어’는 아예 신이 인간의 삶 속에 함께하고 있고, 인생의 방향과 지침을 정해준다고 노골적으로 외친다. 성공한 중년의 흉부외과의 스티븐과 안과의 애나 부부, 그들의 자녀, 그리고 스티븐의 의료사고로 사망한 남자의 16살 아들 마틴이 주인공. 마틴의 복수가 소재다.

마틴은 스티븐에게 “당신이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당신 가족 중 한 명이 죽어야 공평하다”며 저주를 내린다. 아들 밥에 이어 딸 킴이 원인 모를 하반신 마비로 입원한다. 마틴은 빨리 한 명을 죽이지 않을 경우 세 가족 모두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스티븐은 결국 이 신의 신탁에 복종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가족은 리디아의 왕이자 탄탈로스 가문의 시조인 탄탈로스와 그 후예다. 올림포스에 초대될 정도로 신들의 총애를 받았던 탄탈로스는 신의 음식 암브로시아와 음료 넥타르를 훔쳐 인간에게 전하고, 막내아들 펠롭스를 죽여 신들을 시험하는 등 오만방자해진다. 

▲ 영화 <킬링 디어> 스틸 이미지

이에 격노한 신들은 5대에 걸친 골육상쟁의 저주를 내린다. 증손자인 미케네 왕 아가멤논이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를 모욕한 죄로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내놓게 되고, 이에 분노한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아가멤논을 죽이자, 성장한 막내아들 오레스테스가 어머니를 죽임으로써 저주가 끝난다.

마틴은 올림포스의 신이고, 스티븐은 아가멤논이다. 그런데 스티븐보다 아내와 두 자녀가 더욱 추악한 모습을 보이는 게 소름 끼친다. 애나는 스티븐의 취향을 무시한 채 자신의 감각대로 옷을 입는다. 사춘기 킴은 제멋대로고, 어린 밥은 아버지의 말에 콧방귀를 뀐다.

그러던 그들은 아버지가 가족 중 한 명을 골라 죽일 막강한 권한을 신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을 알곤 순종적으로 변한다. 애나는 옷장 구석에 처박아뒀던 스티븐이 선물한 드레스를 꺼내 입고, 킴은 자신이 희생하겠노라 거짓말을 하며, 밥은 아버지가 싫어하는 긴 머리를 자른 뒤 의사가 되겠노라 선언한다.

아킬레우스와의 결혼이 예정돼 그리스 여성들의 부러움을 받았던 이피게네이아가 아가멤논이 자신을 제물로 지목하자 결국 받아들였던 것과 킴의 위선적 태도를 교묘하게 교차시킴으로써 인간의 치졸한 내면을 비꼰다. ‘서버비콘’의 아버지 역시 아가멤논이나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다름없다.

서버비콘은 영화가 설정한, 1950년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았다는 가상의 도시. 꽤 큰 회사 간부인 가드너, 아내 로즈, 쌍둥이 처제 마가렛, 아들 니키가 주인공. 겉으론 점잖아 보이는 가드너는 마가렛과 불륜의 관계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교통사고를 조작해 아내를 불구로 만들었다.

▲ 영화 <킬링 디어> 스틸 이미지

그것도 모자라 더 큰 생명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마가렛과 공모해 마피아를 끌어들여 로즈를 죽였는데, 니키가 범인의 얼굴을 알고 있다. 경찰이 용의자를 잡아 진범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하는 과정에서 니키가 용의자 얼굴을 보지만 가드너는 경찰에게 범인이 아니라고 부인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니키가 아버지와 이모를 의심하고, 경찰이 석연치 않은 낌새를 채 뒤를 조사하는 데다, 보험조사관 버드까지 나타나 협박을 하는 등 풍요로운 여생을 꿈꿨던 둘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간다. 돈이 최고의 가치관이 되는 자본주의의 폐단을 가슴 서늘하게 그린다.

신화가 그리는 아주 먼 옛날의 그리스는 신과 인간이 공존하고, 신이 인간을 보호해주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시대였다. 올림포스가 거인 신족 티탄과 싸워 이겨 하데스가 다스리는 하계보다 더 깊은 지옥인 타르타로스에 가둔 뒤 천상계와 지상계가 안정돼 신과 인간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다.

서버비콘은 겉으론 아름답고 고요해 보이지만 내면은 썩을 대로 썩었다. 마을에 유일한 흑인 메이어스 세 가족이 이주해 들어오자 그들의 추악한 내면은 본격적으로 겉으로 드러난다. 흑인 가족을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무시하더니 결국 집에 방화까지 서슴지 않으며 목숨을 위협한다.

이 마을이 백호주의와 자본주의 등의 광기에 휩싸여 그들만의 가식적인 천국을 만들어내자 결국 신들은 이곳을 새로 만들기로 마음먹는다. 각본을 맡은 코엔 형제의 블랙 코미디가 전편에 걸쳐 넘치더니 결말 부분에서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권위만 앞세우는 가드너는 아가멤논이다.

▲ 영화 <서버비콘> 스틸 이미지

아가멤논은 아내 헬레네를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빼앗긴 메넬라오스의 친형이다. 오랫동안 야욕을 불태워온 트로이 정복에 동생의 유치한 치정사건을 명분으로 내세워 전 그리스를 10년의 전쟁에 내몬다. 특히 영웅 아킬레우스에게 ‘어른’답지 않은 행동을 한 걸로 유명하다.

그는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부를 때 아킬레우스와의 결혼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이 내용을 안 아킬레우스는 크게 분노한다. 전쟁 중 일시적으로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이 브리세이스와 크리세이스를 각각 전리품으로 챙겨 귀국한 적이 있다. 크리세이스는 아폴론 사제 크리세스의 딸.

아폴론이 크리세이스를 돌려달라고 하자 마지못해 내준 아가멤논은 치사하게 아킬레우스에게서 브리세이스를 빼앗는다. 사위가 될 뻔했던 그리스의 영웅에게 전 그리스군의 지휘관이라는 거물이 한 짓치곤 정말 지질하다. 외간 남자와 눈이 맞은 아내에게 죽임을 당한 운명에 어울릴 만한 스케일이다.

‘서버비콘’의 마지막 날은 성서에서 천지창조 뒤 맞은 안락하고 평화로운 일요일이다. 그 일요일을 만드는 건 마을 사람들과 달리 메이어스 가족에게 친절하게 다가가 흑인 소년과 친구가 된 니키다. 더러운 욕망으로 건설된 서버비콘에서 어른은 악마, 아이는 천사다.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서울신문, 미디어파인)

유진모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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