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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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신수식의 세상읽기] 최근에 윤석열 정부는 2023년에 발생했던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와 관련하여 수사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전(前)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하고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지 6일만에 그리고 출국금지가 해제된 지 이틀만에 전격 출국시켰다. 출국금지상태였던 이 전(前)장관을 해외공관장으로 임명하고 속전속결로 출국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비판여론이 팽배하다.

윤석열 정부가 범죄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前)국방부장관을 이렇게 야반도주하듯 부임시키는 행위 자체가 국격의 추락이며 외교적 망신이라 할 것이며 나아가 이런 문제의 사람이 나라를 대표해 당당하게 국익을 챙길 수도 없을뿐만 아니라 부임하는 국가의 입장에서도 환영하기가 어색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관점에서는 이번 행태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을 불통, 밀실, 독단, 무능, 무책임이 집약돼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또 다른 언론은 공수처가 수사상의 필요로 출국을 막아놓은 피의자를 대사로 임명한 대통령실의 인사부터가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으며 이종섭 전(前)장관이 채상병 사고 의혹과 관련한 핵심 인물로 오래전부터 지목돼온 상황에서 주호주대사에 임명한 사실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며 피의자인 이종섭 전(前)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기 어렵다할 것이다. 특히 핵심피의자가 없는 수사를 통해 내놓은 결과를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며 주호주대사 임명으로 채상병 사망사건수사를 대통령이 방해하는 것이 되며 이종섭 주호주대사임명부터 약식조사, 출국금지 해제, 전격 출국에 이르기까지의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이 오히려 채상병 사건에 대한 의혹을 더 키우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은 2023년 7월 19일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을 하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고이며 해병대 지휘부가 작전 초기부터 실책을 거듭해 빚어진 인재였다. 채수근 상병은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큰 홍수 속에서 수색 구조 활동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으며 시신은 14시간 뒤에 발견된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은 사단장 등 지휘관 8명이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고 국방부 장관 보고 후 언론브리핑을 열어 수사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었으나 국방부는 브리핑을 취소토록 하며 수사외압의혹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종섭 전(前)장관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에 사건이 이첩됐다 회수되고, 재검토되는 과정 등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놓고 야당은 대통령실 등 윗선이 수사에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여당은 수사단장의 항명이라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은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 즉 군형법상 항명으로 기소돼 군사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다음의 몇 가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 군인 사망사건의 범죄혐의 수사권한은 경찰에 있으므로 사건기록을 바탕으로 조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갑작스럽게 국방부가 게입하여 경찰에 이첩된 사건내용을 회수한 것은 외압에 의해 사실을 축소, 은폐하려는 의도라는 의혹이다.

둘째, 국방부는 당초 해병대 수사단이 8명의 범죄혐의를 특정한 보고서를 제출하자 혐의를 단정하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방부 조사본부에 재검토를 지시했고 결과적으로 적용 대상까지 축소한 사실상의 새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면서 추가 의혹이 제기되었다.

셋째, 국방부가 재검토 결과로 해병대 수사단의 결론, 즉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내용을 조사본부의 의견과 함께 보낼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원안폐기 의혹이 제기된다. 만약 당초 수사단의 원안보고서가 폐기된다면 원안이첩이란 원칙이 깨질뿐만 아니라 결론이 뒤집일 수 있다는 우려이다.

넷째,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신속한 보직해임처리와 집단항명의 수괴로 입건시킨 과정이 이해하기 어려운 의혹이다. 수사기관이 아닌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에서 수사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적법하지 않은 여러 차례 요구는 국방부의 수사외압 의혹이다. 이러한 여러 의혹 논란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외압이 결국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으로 그 중심에 이종섭 전(前)국방부장관이 있으며 의혹은 그대로 의혹 그자체로 남아 있을 뿐이다.

필자는 이번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관련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前)국방부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한 과정을 보면서 70~80년대 군부독재때나 있을 역사적 회귀 현상에 정말 참담한 마음이다.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민주주의리포트2024에는 자유민주주의 지수(LDI)가 0.60으로 179개국 중 47위로 2020년 0.78의 18위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사실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더 이상 대한민국 국격의 추락이 없기를 바라며 민주주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국민만이 역사의 후퇴를 막을 수 있다.

신수식 정치학 박사
신수식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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