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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제기동 성당] 조선 시대 때부터 풍년을 기원하며 왕이 제사를 지내던 자리 제기(祭基: 제터). 잡신을 위한 무당의 굿판은 물론 때마다 남사당패들의 놀음이 한판 벌어지던 이곳에 기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1942년. 서울 내 늘어난 천주교인들을 위해 동대문 밖에 자리했던 한 공소가 본당으로 승격했다. 서울에서 일곱 번째로 설립된 성전, 제기동 성당이 바로 그것이다.
멀리 혜화나 명동까지 가야 했던 교인들이 대거 유입되고, 6.25전쟁 후 신앙을 찾아온 이들이 급증하자 새로운 성당 건축이 시급해졌다.
하지만, 제기동은 예부터 제사를 지내던 곳, ‘제터’라는 뜻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토속신앙이 강한 곳이었다.

천주교회가 들어서면 큰 화를 당할 거라는 주민들의 방해로 땅 매입조차 어려웠고,어렵사리 마련한 부지 매입금은 강탈당할 뻔하는 등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공사 측의 고의적인 작업 지연과 공사대금 부족 등의 문제로 수차례 공사 중단(사진 합성)
그뿐만 아니라 시공사 측의 고의적인 작업 지연과 공사대금 부족 등의 문제로 수차례 공사 중단(사진 합성)

이에 마음이 아팠던 교인들이 건축기금은 물론 노동력까지 제공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공사 착공 4년 만인 1959년 제기동 성당이 완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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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단순한 장방형으로 Nave(신도석)와 Aisle(통로) 구별이 없는 강당 형태
내부는 단순한 장방형으로 Nave(신도석)와 Aisle(통로) 구별이 없는 강당 형태
종탑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준고딕 양식과 둥근 아치 등 로마네스크 양식이 결합된 석조성당
종탑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준고딕 양식과 둥근 아치 등 로마네스크 양식이 결합된 석조성당

그러나. 건축 전문가 참여 없이 신자들에 의해 진행된 까닭에 여러 가지 양식적인 면에서 완벽하지 못하다는 건축적 아쉬운 평이 생겼는데... 제기동 성당에는 숨겨진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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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을 겪고 난 다음에 성당이 가지는 신자들에 대한 이미지는
하나님이 보호하는 성곽 이런 이미지를 띄게 됩니다.
신앙이 돈독했던 지역이고 많은 분이 희생하면서 지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계획성에서는 전문가 참여 없이 지었다고 하지만
디테일에 있어서는 굉장히 열성적으로 잘 지었습니다.”
교수 인터뷰(단국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크로바형 십자 문양(좌측 사진) / 사면에 놓인 조각상(우측 사진)
크로바형 십자 문양(좌측 사진) / 사면에 놓인 조각상(우측 사진)

성전 건축을 염원한 사람들의 마음이 곳곳에 그대로 담겨있다.

화강석을 쌓아 만든 외벽과 성곽 형태의 지붕으로 완성시킨 이미지
화강석을 쌓아 만든 외벽과 성곽 형태의 지붕으로 완성시킨 이미지
하나님이 보호하는 성
하나님이 보호하는 성

초가집에서 시작한 뒤 17년 만에 얻은 든든한 석조 성전, 제기동 성당은 여전히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귀의 소굴이던 이 뫼(산)
거룩한 성전터 되어
온 마음을 한품에 안고…
그 모습 참으로 웅장하도다.”
- 황 베네딕다 수녀의 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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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기동 성당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 네이버TV : https://naver.me/5nXwmJjb
☞ 유튜브 : https://youtu.be/YdA-m94PTKI?si=7U3r4bX3nSI8urlX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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