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액슬>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액션 어드벤처 영화 ‘액슬’(올리버 달리 감독)은 모든 걸 떠나 관객이 뭘 원하는지 제대로 맥을 짚어낸 센스만큼은 단연 돋보인다. 애완견이 가족이 되고, 로봇 애완견이 생명체로 여겨지는 세상, 이 스마트하지만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영원한 친구이자 보호자가 필요한 절박함을 제대로 찔렀다.

미국 첨단 IT 회사 크레인은 군대의 의뢰로 스스로 진화하는 AI를 기반으로 구성된 로봇 군용견 액슬을 완성하지만 납품을 앞두고 그게 도주하는 바람에 비상이 걸린다. 아마추어 모터크로스 선수 마일스(알렉스 뉴이스테터)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활동하지만 부족한 경제적 지원이 늘 불만이다.

갑부 아들 폰테인과의 예선 대결에서 체인이 끊어지자 이어 열릴 본선 참가가 불가능해 난감해하다가 사라(베키 지)가 건네준 예비 체인으로 우승한 뒤 그녀와 급격히 가까워진다. 사라는 폰테인의 대저택 뒤채에서 숙식을 하며 도우미로 일하는 엄마와 함께 사니 사실상 그녀도 준 도우미다.

마일스는 폰테인의 일탈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모터사이클 사고로 낙오된다. 액슬은 연료 보충을 위해 마일스의 모터사이클을 쫓다 부분적으로 파손된다. 마일스가 정성으로 수리해주자 액슬은 ‘마음’을 열고 마일스의 DNA를 자신의 프로그램에 생체인식 동기화함으로써 그의 애완견이 된다.

▲ 영화 <액슬> 스틸 이미지

연락이 끊긴 마일스가 걱정돼 사고 현장을 찾은 사라는 액슬과 마일스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각 이런 장면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던 크레인의 앤드릭 박사는 액슬이 마일스에게 동화되면서 프로그램이 정한 진화의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되는 과정을 보며 액슬의 포획을 지연시킨다.

그러나 군대의 압력이 거세지자 한 실무 직원은 앤드릭과 달리 요원들을 파견해 시시각각으로 포위망을 좁혀간다. 평소 사라를 짝사랑했던 폰테인은 그녀가 마일스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질투심을 못 이겨내고 그들이 머무는 폐허에 왔다가 액슬에게 호되게 당한 뒤 복수를 계획하는데.

서양은 오래전부터 애완견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우리나라도 애완견 인구가 1000만 명을 넘겼다고 한다. 물론 인간과 개의 동맹은 1만 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특별한 사이다. 하지만 각박한 현대사회에선 양날의 검이자 동전의 양면이다. 유기견이 많이 발생하는 배경이다.

이럴 때-돈만 많다면-액슬은 최상의 선택이다. 엄청난 가격만 감당해낼 수 있다면 이별 후 겪을 트라우마와 위생 문제는 문제없다. 사람, 시설, 사물 등을 보호할지, 공격할지, 무시할지 판단이 가능하니 주민과의 분쟁 가능성 제로. 전투 능력에 첨단 무기까지 갖췄으니 보디가드로 적임자다.

▲ 영화 <액슬> 스틸 이미지

뭣보다 강점은 의사소통, 자체 정비와 수리 및 업그레이드, 그리고 개의 속성과 습성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 시종일관 PC와 모바일 모니터로 스크린을 꽉 채운 ‘서치’의 기획 의도가 디지털 시대 젊은이의 정서를 정확히 읽어냈듯 이 영화도 첨단 스마트 시대를 펼치는 현재의 입맛에 맞췄다.

다소 황량한 사막지대와 황폐한 폐허에서 드라마와 액션이 펼쳐지는 건 자칫 가벼운 청춘물로 흐를 수 있었던 핸디캡을 살짝 디스토피아적인 미장센으로 덮어주는 센스로 해석된다. 단 폰테인의 캐릭터는 조금 과한 듯하다. 앤드릭과 크레인의 정책과 손발이 엄발나는 듯 일부 산만한 플롯도 옥에 티.

그럼에도, 거창하게 역사와 신화까지 들먹이며 과유불급의 약점을 보완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혹평을 못 피한 ‘트랜스포머’ 시리즈보다 훨씬 기대감을 주는 ‘범블비’를 먼저 만나보는 듯한 재기 발랄함과 친숙함은 강점이다. 액슬은 강렬하면서도 귀엽고, 남녀 주인공의 매력은 신선하고 꽤 인상적이다.

앤드릭이 “인맥은 스폰서를 만들고 그건 수완”이라고, 폰테인은 “나 인맥 늘리는 것 좋아해”라고 말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의 친분관계가 어떤 목적으로 형성되는지 비꼬는 감독의 반어법이다. “나도 폰테인처럼 아버지가 부자였으면 수퍼크로스에서 우승했을 텐데”라는 마일스의 푸념도 같은 맥락.

▲ 영화 <액슬> 스틸 이미지

마일스의 아버지는 불만을 터뜨리는 아들에게 “그런데 다른 건 시도나 해봤냐?”라고 정문일침을 날린다. 나약한 젊은이들이 체제엔 순응하고 책임은 전가하는 걸 따끔하게 질책하는 것. 사라는 마일스와 달리 “우리 엄마는 여기서 벗어날 생각을 안 해”라고 굉장히 진보적, 혁명적인 태도를 보인다.

엄마와 사라는 사실상 폰테인 집안의 하녀다. 사라는 엄마가 ‘인정투쟁’을 통해 자아발전을 이루고 인격을 높이는 걸 포기한 채 ‘한낱’ 안정된 삼시 세끼에 존재감을 폭탄세일한다고 불만인 것. 사라가 그라피티에 각별한 재능을 지녔고 그걸로 액슬과 교감하는 시퀀스는 민중과 AI의 자립 봉기를 연상케 한다.

액슬과 만나기 전 마일스는 아버지에게 매번 불만만 털어놓던 나약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액슬의 호위를 받게 된 뒤로 갑자기 마초맨이 된다. 이를 보고 사라는 “(너도 폰테인처럼) 액슬이 생기니까 갑자기 강해진 거냐?”라고 질책한다. 여기선 액슬이 자본의 상징인 셈이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악한 쪽) 과학자는 대부분 인도계다. ‘베놈’이 그렇듯 여기서도 그렇다. 인도에 대한 견제. 고답적인 철학이나 도저한 깊이를 기대하지 않은 채 유행에 따른 오락을 즐기고자 한다면 팝콘 준비! ‘AI’와 ‘플란다스의 개’의 절묘한 조합! 98분. 12살. 10월 18일 개봉.

▲ 유진모 칼럼니스트

[유진모 칼럼니스트]
전) TV리포트 편집국장
현) 칼럼니스트(미디어파인, 비즈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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