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여성들은 10명 중 8명꼴로 경력단절을 두려워한다. 여성 72%는 결혼이 직장생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 8월 출생아 수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 8월 기준 3만명 이하로 떨어지며 33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감소추세를 이어갔다.

일하는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 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는 가정·기업·사회문화를 만들지 않는 한 우리사회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여성가족부는 경력단절 예방주간을 신설,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로 정했다. 전국 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공동으로 경력단절예방 윙크(W-ink) 캠페인을 펼친다. 여성(Woman)과 일(Work)의 알파벳 더블유(W)와 잇다(Link)의 잉크(~ink)를 조합한 말이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부터 재직여성의 고용유지를 위한 전문상담과 직장문화 개선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경력단절예방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예방주간을 맞아 직장인, 기업인, 일하는 여성과 그 가족들을 함께 초청하는 ‘여성의 경력 언제나 윙크(W-ink) 토크콘서트’(이야기공연)를 10월 26일 오후 4시 서울시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연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홍보대사인 방송인 박경림 씨 사회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재취업 성공 여성, 남성 육아휴직자, 여성친화기업 대표자 등이 참여해 일․생활 균형, 남성 육아휴직, 여성친화 기업문화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여성가족부는 이밖에도 캠페인 확산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269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78.4%는 ‘경력단절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경력단절 두려움의 원인으로는 ‘출산’(55%, 복수응답)과 ‘육아’(52.1%)가 1, 2위를 차지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40.3%), ‘비정규직, 계약직의 고용 형태’(26.5%), ‘장기화된 경기 침체 영향’(18.5%), ‘회사 경영실적 악화’(13.3%)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45%는 경력단절이 되면 재취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출산과 육아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도 41.6%나 됐다. 65.1%는 주변에 경력단절된 동료가 있다고 답했다. 경력단절된 동료는 ‘여성’이라는 응답이 98.3%다. 경력단절 관련 효과적인 지원 정책으로는 ‘출산 및 육아휴직의 확대와 자유로운 사용’(29%), ‘남성 육아휴직 의무 제도화’(22.3%), ‘경력단절여성 대상 직업교육 및 알선’(20.1%), ‘유연근무제 지원’(17.8%) 등을 꼽았다.

사람인이 지난 2016년 직장인 14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결혼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여성 중 72%가 방해된다고 답했다. 반면 남성 중 76%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성은 ‘가사 및 육아 부담’(76.5%), ‘경력단절 가능성’(56.1%), ‘기혼자 배려 부족’(46.7%) 등을 방해의 이유로 꼽았다. 남성은 ‘심리적인 안정’(69.6%), ‘책임감으로 더 열심히 일할 것 같아서’(67.6%), ‘아내의 내조’(46.8%) 등을 도움의 이유로 내세웠다.

여성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여성에게도 결혼이 직장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부부가 살림과 육아를 각자 ‘내 일’로 알고 책임감있게 분담하도록 남녀 인식과 가정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결혼이 남녀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는 생각을 자녀들이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장시간근로 지양과 유연근무제 활성화 등 기업문화 개선도 필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 법정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결혼이나 출산을 계기로 퇴사 압력을 가하는 일부 잘못된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력단절을 예방하지 못하면 저출생 심화로 인해 소비자가 사라지고 결국 공멸한다는 절박감을 가지고 임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8월 출생아 수는 2만73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800명(9.3%) 줄어들었다. 올해 1∼8월 누적 출생아는 22만6000명이다. 연말까지 32만명 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70년 100만명을 기록했던 출생아 수는 최근 들어 급감하는 추세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자녀수인 합계출산율도 올해 1.0명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여성들의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저출생 탈출을 위해서도 경력단절 예방 노력을 게을리 할 여유는 우리에게 없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성평등보이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현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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