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상대의 업무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대화 중 흔한 일이다. 특히 상대가 자신의 관심사와 연관된 일을 하거나, 궁금증을 명쾌히 풀어줄 역량을 갖춘 전문가라면 분위기는 활기를 띠고 대화는 탄력이 붙는다. 상대의 하는 일을 듣고 그에게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숙고하는 것이 대화의 시작점이라면 필자와 만나는 이들은 그 대화의 물꼬를 열기가 어렵지 않은 듯 보인다. 내 뱃살 어떻게 하나요? 라고 물어보면 되기 때문이다. 참치 뱃살은 맛이라도 있지만 내 뱃살은 어디에 쓸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자도 있다.

인간 앵무새가 되어야 할 필자는 리모컨을 감출 때(접힌 부위에) 쓰라며 일단 뱃살의 용도를 가르쳐 준다. 서로 낄낄 대지만 이건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부모들이 자식 자랑할 때 아들은 어느 대학을 나와 어떤 직장을 다니며, 며느리는 뭐에 사위는 어쩌고 하며 정해진 패턴대로 자랑을 쏟아내듯, 필자 역시 루틴하게 정해진 답변이 있다. 인체생리학 강의를 단시간에 집약하여 짧게 내뱉어야 내 입 주위의 괄약근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사람 사는 대화도 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한 한국 사람들은 빙빙 돌리기보다 핵심을 콕 집어 단번에 얘기하는걸 좋아한다. 제 뱃살 내가 살찌운 것도 아닌데 해법을 내라고 달려들 땐 난감하다. 이런저런 연유로 필자는 5분 안에 핵심 강의를 마치기로 한다. 짧은 5분의 시작은 면, 떡, 밥, 죽, 빵과 인슐린 호르몬, 그리고 술이다. 야식은 무엇을 먹는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긴 하지만 비만에 치명적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생략한다.

탄수화물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보편적 상식처럼 되었지만 그렇다면 3대 영양소 중 지방은 어떨까. 살이 안 찐다는 말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지방은 식품의 발열 효과, 즉 음식을 섭취 후 이를 이용하기 위해 소화, 흡수, 대사, 이동 및 저장 시 발생하는 열 발생 에너지 소모율이 영양소 중 가장 낮다. 바꾸어 말하면 체내에서 잉여 에너지로 저장되는 과정이 가장 쉬운 영양소라는 점이다. 특히 수분이 필요 없이 부피 단위로 저장되는 특성상 우리의 몸을 D자 형태로 보이게 만드는 원흉임이 틀림없다.

다만 지방은 느끼하다고 느끼거나 열량이 높고 해롭다는 인식 등의 이유로 빈번하기는 하나 사실상 먹는 양 자체는 탄수화물보다 적다. 지방과 달리 자기 무게의 4배에 달하는 수분을 가지고 저장되는 면, 떡, 밥, 죽, 빵은 어떨까. 아침 식사로 간편식인 죽을, 점심 면, 저녁엔 밥을 먹고 중간에 떡 한 점 및 커피에 약간의 빵을 곁들였다면 오지게 살붙이는 오 남매를 하루에 모두 섭렵한 셈이 된다. 빵과 밥을 식사라 치부하는 현실에서 시식용 컵에 담아준 우동을 호로록 마시듯 탄수화물을 매 끼니 적게 먹는 것은 괜찮을까. 칼로리는 낮더라도 밀도가 높은 당질을 통해 혈당치를 상승시켜 인슐린의 분비를 부추기기는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고당질의 음식을 빈번히 섭취하게 되면 수시로 혈당치는 치솟고 체내에 지방을 저장하는 인슐린 호르몬은 분비량이 촉진되어 비만이 될 수밖에 없다. 인슐린을 사용하는 식습관을 철저히 배제하거나 통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해보자. 당질을 섭취하면 혈당은 상승한다. 이어 인슐린이 분비되면 체지방의 분해는 중단되고 남은 혈액 속의 당, 즉 혈당은 중성 지방으로 변환된다.

즉 인슐린 호르몬은 체지방의 축적을 촉진하는 동시에 체지방의 분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탄수화물에 중독된 우리의 식습관이 이 악순환을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당질을 제한한 식사를 하면 식후에도 인슐린의 분비가 과하지 않으므로 만복 시에도 체지방이 분해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다. 이것저것 다 빼면 뭘 먹으란 거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먹을 것이 없는 게 아니다. 노력해 보지 않았거나, 먹고 싶지 않은 거지.

▲ 박창희 교수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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