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불감증과 관음증 [김주혁 칼럼]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l승인2019.03.26l수정2019.03.2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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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김주혁 소장의 성평등 보이스] 버닝썬, 승리, 정준영, 김학의, 장자연, 모텔 불법촬영 유포, 스쿨 미투…. 최근 들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며 인기검색어에 자주 등장한 성범죄 관련 사건들이다.

강남의 유명 클럽에서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이 자행된다. 클럽 VIP룸에서 이뤄진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 장면을 불법촬영한 동영상마저 국내외 성인 사이트 등에 나돈다. 마약 성폭력이나 불법촬영 피해를 당할까봐 클럽에 가기도 겁나는 세상이 돼버렸다. 인기 가수 승리가 성접대 및 성매매 알선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 가수 정준영은 처음 만난 여성 등과 성행위를 하는 장면을 불법촬영하고 승리 등 단체카톡방 멤버들과 공유한다. 돌려보며 낄낄댄다. 불법촬영 동영상을 더 올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몇몇 교수들도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정준영 동영상을 구하지 못해 아쉽다는 등의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 김학의 전 법무 차관은 성접대 및 특수강간 혐의로 재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성접대 또는 성폭력 의혹을 받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관련된 장자연 리스트도 재조사 대상이다. 부산, 대구, 충청지역 등 10개 도시 30개 모텔에서 불법촬영에 더해 생중계까지 한 일당이 붙잡혔다. 피해자만 800여건 1600여명이다. 남성들도 불법촬영 피해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 생중계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만 40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서울 서초구 모텔에서 불법촬영 범죄가 적발되기도 했다. 몰래 찍힌 영상이 유포될까봐 화장실뿐 아니라 모텔에 가기도 불안하다. 중고대학에서 교사와 교수 등에게 당한 성희롱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도 끊이질 않는다.

▲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출처: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이 사건들을 통해 우리사회의 치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힘 있는 사람들이나 인기 연예인 등이 성상납이나 특수강간, 성매매 알선, 약물이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불법촬영 및 유포 등 성범죄를 죄의식 없이 행동에 옮긴다는 사실이 섬뜩하다. 게다가 범죄자들을 공정하게 수사해 사회정의를 구현해야 할 수사기관이 오히려 그들과 유착해 비호했다는 의혹을 산다는 사실도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할 불법 촬영 및 유출 동영상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불법 동영상을 구하지 못해 안달하거나 회비를 내고 불법 동영상을 감상하는 등 2차 가해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무시무시한 범죄자들만 그럴까? 아니다. 식자층을 포함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 서글픈 일이다. 자신이나 가족이 피해자여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일까. 궁금증의 대상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여야 한다. 우리사회의 성범죄에 대한 죄의식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강간문화’가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이 성범죄를 재수 없어서 적발되는 동정의 대상으로 여길 게 아니라, 마땅히 엄중 처벌을 받아야 할 범죄행위로 대하는 인식 개선이 너무나도 절실하다. 특히 일단 퍼지면 걷잡을 수 없어서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가하는 불법촬영과 유포에 대한 죄의식 불감증을 고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 빨간 원 프로젝트=불법촬영 하지도 보지도 않겠다(출처 : 경기남부경찰청)

성매매, 성매매 알선, 성상납, 성폭력 모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다. 불법촬영(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은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는 중한 범죄행위다. 불법촬영물 유포도 5년 이하의 징역이다. 불법촬영물을 영리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으로 높아진다. 단톡방 등에서 불법촬영물을 “보내라. 공유하자.”고 해도 교사죄에 해당한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유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다. 일반 음란물 유포행위도 1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한다.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촬영과 유포를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죄의식 없이 불법 영상을 돌려보는 사람들은 더 많다.

11세기 영국의 한 지역 영주가  농민들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걷었다. 영주의 젊은 아내 고디바가 농민들의 고통을 안타까워 한 나머지 남편에게 세금을 줄여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영주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간청이 거듭되자 영주는 아내가 실천할 수 없으리라 확실시되는 제안을 한다. 속옷까지 모두 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세금을 깎아주겠노라고. 고디바 부인의 간청이 날로 심해지자 영주는 자신의 아내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을 하나 고심하던 아내는 이윽고 남편의 제안대로 실천하기로 한다.

고디바 부인이 백성을 위해 알몸으로 마을을 돈다는 사실과 시간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그녀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표시로 알몸 행진이 끝날 때까지 모두 집의 창문과 커튼을 닫기로 약속하고 실천에 옮긴다. 영주도 아내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감탄해 농민들의 세금을 줄였다. 그러나 톰이라는 남자 아이가 약속을 어기고 몰래 밖을 내다보았다가 결국 장님이 되었다. 그래서 ‘훔쳐보는 톰’(Peeping Tom)이란 말이 관음증 환자를 말한다.

이제는 우리도 훔쳐보는 톰이 되지 말자. 단톡방 등에서 불법촬영물 관련 이야기를 접하면 절대로 공유하자고 하지 말 뿐 아니라 모른 척 침묵하지도 말자. 처벌 대상 불법행위이니 불법촬영물을 유포하면 안 된다고 말하자. 불법촬영물을 보는 것이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도덕적으로 공범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자. 나부터 예외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서자. 이렇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불법촬영 자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피해자들도 지옥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럴 때 우리 사회는 여성과 남성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으로 변할 것이다.

▲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성평등보이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국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myhappyhome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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