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대중가요 ‘님과 함께’를 보면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고싶어….”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는 초원하면 양이나 소가 평화롭게 풀을 뜯는 넓은 들판이 연상된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초원은 거의 없고 농토와 숲과 산이다. 하지만 유럽, 미국, 아프리카를 보면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 평화로운 그림이 연상된다.

원초적 식물들이 다수인 초원은 인간이 농사를 짓기 전까지는 단일 유형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생물군계였다. 이곳의 식물 구성은 목본 식물이 적고 벼과 등의 초본이 주를 이룬다. 초원은 남극과 인간이 큰 영향을 끼치는 곳을 제외하면 자연적으로 형성된다. 온대 기후 초원들의 절반 이상이 ‘반자연적’으로 농사 등 인위적으로 이루어진다. 경작되지 않은 초원에는 야생화가 다양하고 무척추 동물이 풍부하며, 많은 새 종류가 있다. 경작된 초원은 육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보통 경작으로 원래 살던 식물들이 파괴당하여 야생화 종이 단순하다. 일년생 식물이 식물군의 절대 다수인 아열대 초원에는 남미 북부의 라노스 초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년생 식물이 대부분인 온대 초원은 북미 대초원, 아르헨티나 팜파스, 그리고 유럽의 스텝 등 중위도의 초원을 말한다.

아프리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원 특히 사바나는 온대 초원보다 더 다양한 생물군이 존재한다. 초원 생물의 상당수는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고, 땅 밑에 사는 것도 많다. 설치류와 도마뱀, 뱀, 개구리 등이 있고, 진드기, 곤충 유충, 지렁이 등과 흰개미, 메뚜기와 같은 곤충들, 포식조류와 함께 종달새, 뇌조 등의 초식조류도 있다. 지렁이 등은 기생 곰팡이들과 함께 단단한 토양을 잘게 부수고, 자연적인 비료로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미네랄과 물을 가둬 식물들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초원은 약간 건조한 기후에서 습한 기후까지 다양하며 주기적으로 비가 온다. 연평균 강수량은 온대 초원이 250~750㎜, 열대, 아열대 초원은 630~1,500㎜이다. 강수량은 초원의 상태, 토양성분 등에 영향을 준다.

바람과 불은 초원의 확장을 조절하는 중요한 변수다. 초원의 풀은 키와 배열상태로 분류된다. 키 큰 풀은 열대지역에, 줄기에 꽃 피는 중간 키의 풀은 온대지역에, 키작은 풀은 건조한 저지대에 분포한다. 초원의 식생분포를 보면 맨 위층에는 키큰 넓은 잎의 풀이, 그 아래층에는 키작은 풀이, 지표에는 이끼류가, 수면에는 조류(藻類)가 차지한다.

초원 식물군은 가축들의 풀 섭취, 건초용 풀 베기, 혹은 화재로 관목들의 생존과 군집 형성이 방해받는다. 세계 최대 초원 중 몇 개는 아프리카 대평원인 사바나에 존재하며, 이것들은 야생 초식동물이나 소, 양, 염소를 기르는 목축 중심의 유목민들이 유지하고 있다. 서북 유럽의 초원은 축산업을 위해 숲을 꾸준히 제거한 인위적 초원이다.

초원의 종류는 다양하다. 범람 초원은 매년 주변의 물이 넘치는 초원으로 브라질, 파라과이의 판타나우 등이 예이다. 산지 초원은 고산맥에 위치한 초원들로 안데스 산맥의 파라모가 대표적이다. 극지대 초원은 산지 초원과 비슷하여 북극 초원은 풀이 자랄 수 있다. 건생 초원은 사막 초원으로 사막과 건생 관목지 지역의 초원들이다.

평화로움을 선사하는 ‘초원(meadow/ grassland, prairie, savana, steppe)’은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Meadow’는 게르만 조어 ‘mēdwō(베다, 거두어 들이다)’가 고대 영어 ’mǣdwe’로 유입되고 중세 영어 ‘medowe/ medewe/ medwe’를 거쳐서 최종 ‘meadow’로 정착했다.

‘Grassland’는 ‘grass’와 ‘land’가 합성된 단어로 ‘grass’는 ‘자라다’의 의미인 인도-유럽 공통기어가 게르만 조어 ‘grasą(grass)’가 되었다. 이 단어가 고대 영어 ‘græs/ gærs(grass, herb, hay, pasture)’로 유입되었고 중세 영어 ‘gras/ gres/ gers’를 거쳐 최종 ‘grass’로 정착을 했다. ‘land’는 인도-유럽 공통 기어 ‘lend(land, heath)’가 게르만 조어 ‘landą(land)’가 됐다. 이 말이 고대 영어 ‘land/ lond(earth, land, soil, ground)’로 유입되고 그대로 중세 영어를 거쳐 최종 ‘land’로 정착을 했다.

‘Prairie(초원, 평원)’는 라틴어 ‘pratum(meadow)’에 ‘-aria/ -arium’이 합성된 단어가 고대 프랑스어 ‘praerie’가 됐다. 이 단어를 영어에서 차용하면서 최종 ‘prairie’로 정착을 했다.

‘Savana(아열대 대초원)’는 카리브해의 타이노어를 스페인어로 차용한 ‘savana’가 영어에서도 그대로 쓰인다.

‘Pasture(목초지)’는 ‘pascere(to feed, graze)’에서 유래한 라틴어 ‘pastūra’가 고대 프랑스어 ‘pasture’가 됐다. 이 말이 앵글로-노르만어 ‘pastour’로 되고 중세 영어에서 차용하여 ‘pasture/ pastoure’가 되면서 최종 정착을 했다.

‘Steppe(나무없는 광활한 초원)’은 러시아어 ‘step(flat grassy plain)’이나 우크라이나어 ‘step’이 프랑스어와 독일어 ‘steppe’을 거쳐 영어로 들어와서 최종 정착을 하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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