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유럽 여행은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 사람들의 로망이다. 그중에서 대자연을 보려는 사람들은 북유럽을 선호한다. 바로 피오르 해안을 보기 위해서인데, 피오르가 발달한 곳이 바로 노르웨이 해안이다. 오늘날의 노르웨이 남서 해안선은 약 200만년 전부터 빙하로 덮이고 침식을 수차례 받으면서 피오르가 발달해서 복잡하다. 유명한 송네 피오르는 길이가 200km 이상, 최고 수심이 1,234m를 넘는다. 이곳을 보기 위해 많은 여행자가 크루즈 관광을 한다. 배타고 가면 코발트색 바닷물과 웅장한 산, 정상의 만년설이 녹아 폭포로 떨어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이 피오르는 옛날 빙하의 영향을 받은 알레스카 서해안, 캐나다, 뉴질랜드 서해안, 칠레 등에도 존재한다.

협만(峽灣)으로 불리는 피오르/ 피오르드(노르웨이어 : fjord, 영어 : fiord)는 빙하의 움직임으로 인해 만들어진 좁고 깊은 만을 말한다. 옛날 두껍게 쌓여있던 빙하가 바다쪽으로 이동하면서 땅을 침식하여 깊은 U자 골짜기를 만들었다. 이후 빙하기가 끝나며 빙하가 녹아 해안선이 높아지면서 바닷물이 골짜기를 채웠다. 피오르가 형성될 때 침식의 정도에 따라서 해수면보다 깊이가 깊은 피오르도 있다. 그래서 협만의 절벽이 수백m가 되는 것도 있고, 해안 부근에서는 그 수면의 깊이가 수백m가 되는 것도 있다. 노르웨이의 송네 협만은 깊이가 1,234m이며, 칠레의 카날메시에르 협만은 1,270m이다.

협만은 보통 하류보다 중류나 상류 쪽이 더 깊다. 그 이유는 빙하의 출발지 움직임이 더 활발하여 침식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은 후 골짜기 상부의 바닥에는 하천이 만들어지고, 협만의 상부에는 삼각주가 형성된다. 이 삼각주는 협만 주변에 마을이 형성되는 유일한 장소이다. 장소에 따라서 소규모 하천들이 수백m 아래 협만으로 떨어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세계에서 높은 폭포들은 이런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협만의 유로는 날카로운 굴곡면에 곡류가 심하다.

웅장한 천연의 아름다움 ‘피오르/ 피오르드(fjord, fiord)’는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Fjord, fiord’는 ‘per-(to carry forth)’와 ‘-tus(명사형 접미사)’가 합성된 인도-유럽 공통 기어 ‘pertus(crossing)’가 게르만 조어 ‘ferþu/ ferþuz(inlet, fjord)’로 유입이 되었다. 이 말이 고 노르드어 ‘fjǫrðr’가 됐고 노르웨이어 ‘fjord’가 되면서 영어로 차용되어 ‘fiord’와 함께 최종 정착을 했다. ‘fjord‘는 노르웨이어를 차용한 영어에서 ‘fj’로 시작하는 몇 안되는 단어이다. 오랫동안 ‘fiord’는 ‘Gris Fiord’처럼 협만을 가리키는 철자로 표현되었으나 이제는 뉴질랜드 영어에서만 일반적인 철자이다. 영어 ‘firth(피오르드로 생긴 좁은 만)’, 스웨덴어/ 핀란드어 ‘fjard(피오르드 보다 기복이 낮은 계곡)’, 독일어 ‘foerde’는 어원이 같은 단어이다. 노르웨이어 동사 ‘ferd(travelling/ ferrying)’와 명사 ‘fjǫrðr’는 통로와 왕래에 이용되는 호수 같은 수역을 의미한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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