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문 작가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4인과의 인터뷰-김원봉]

▲ 의열단 : (사진 출처-김문 작가: 내 직업은 독립운동이오)

현상금 300억원의 사나이

‘그들의 생활은 밝음과 어둠이 기묘하게 혼합된 것이다. 언제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살아 있는 동안이라도 마음껏 즐기려 했던 것이다.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멋진 친구들이었다. 사진 찍기를 아주 좋아했으며, 언제나 이번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는 것이라 생각했다.’

미국의 여류 작가인 님 웨일즈는 자신의 책 ‘아리랑’에서 의열단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이다. 그의 본명은 헬렌 포스터 스노(1907년 9월 21일~1997년 1월 11일)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로 남편인 에드거 스노와 함께 1930년대 격동기의 중국 혁명가들을 취재하여 저서를 남겼으며, 특히 옌안에서 조선인 독립운동가 김산을 취재하여 남긴 ‘아리랑’이 유명하다. 격변하는 아시아에서 보내면서 중국과 한국에 관하여 많은 글을 집필했다. 그런 과정에서 의열단에 대해 알게 됐다.

영화 ‘암살’을 잠시 들여다본다.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과 임시정부 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 살인 업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2015년 7월 개봉했다. 180억 원을 투입해 만든 블록버스터로 전지현과 이정재, 하정우 등이 주연을 맡았다. 2015년 8월 15일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한국 영화로서는 12번째, 외화를 통틀어서는 16번째 1,000만 영화 기록을 수립했다. 이 영화에 특별출연한 조승우는 의열단 단장 김원봉 역을 맡았다. ‘나 밀양 사람 김원봉이오’라고 대사를 할 때에는 영화가 급반전되면서 김원봉의 눈초리에 이목을 집중시킨다.

▲ 영화 <암살> 스틸 이미지

밀양출신 독립운동가로 의열단을 조직해 백범 김구와 함께 중국 땅에서 독립운동계의 양대산맥을 잇는다. 중국, 독일어에 능통하고 위장에 능해 일본경찰들 농락할 정도였다. 교토3굴(영리한 토끼는 굴을 3개 판다)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에서 거사를 앞두고 ‘우리도 잊혀지겠지’라는 비장함을 보인다. 그렇듯 귀국할 때 백범과 약산은 환영을 받지 못했다. 모든 환호는 이승만의 차지였다. 결국 백범은 암살되고 약산은 북한에서 숙청을 당해 쓸쓸한 종말을 맞이한다. 가족들은 총살당한다. 한마디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미틱하게 살았다.

김원봉은 영화 ‘밀정’에도 등장한다. 이병헌이 그로 변신했다. ‘밀정’은 역사상 실재했던 ‘황옥 경부 폭탄 사건’(黃鈺 警部爆彈事件)’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920년대 일제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자 상해에서 경성(서울)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묘사한다. 의열단 제2차 국내폭파의거 이른바 '황옥 경부 폭탄사건'이다. 1923년 3월 15~19일 사이 의열단과 이르쿠츠크 고려공산당 간 합작으로 이뤄졌다. 이때 의열단이 들여온 무기의 양은 대형 시한폭탄 6개 및 그 부속품이 시계, 뇌관 각 6개, 소형 작탄 17개, 암살용 소형 폭탄 13개, 권총 5정, 실탄 155발, 조선혁명선언 360부, 경고문 550매에 이른다. 이들 폭탄 성능이 당시 일본 육군이 사용하는 것과 같이 매우 정교한 것이었다. 이게 서울까지 반입됐으니 조선총독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김원봉은 톈진에 머물며 이 일 추진 과정 전반을 총지휘했다.

영화 제목 ‘밀정’은 황옥(이정출)의 역할에서 따왔다. 그는 당시 경기도 경찰부(서울시경) 고등과 소속 경부였다. 반면에 고려공산당 비밀 당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른바 '이중스파이'인 셈이다. 조선총독부는 폭탄 규모와 수준보다 현직 경찰이 개입했다는데 더욱 놀랐다. 황옥은 김시현의 거사 협조 요청에 종로경찰서 투탄 사건 조사를 위한 출장길에 톈진에서 약산을 만난다.

▲ 영화 <밀정> 스틸 이미지

이뿐만 아니다. 김원봉은 또 드라마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먼저 ‘이몽’(MBC, 2019년 5월 방영 예정)에 나타난다. ‘이몽’은 일제강점기 경성과 만주, 그리고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펼치는 첩보 멜로 드라마로 독립투쟁의 최선봉이었던 비밀결사 ‘의열단’ 단장 약산과 일본인에게 양육된 조선인 외과의사 이영진이 상하이 임시정부의 첩보요원이 되어 태평양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 활약하는 블록버스터 시대극이다.

KBS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조선시대 발명왕 ‘장영실’이후 3년 만에 대하드라마를 부활시켜 올해 광복절을 전후해 첫 방송될 예정으로 기획 중이다. 역시 주인공으로는 독립운동가인 약산이다. 이처럼 요즘들어 김원봉에 대한 재조명이 많아지고 있다.

약산은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테러리스트답게 변신의 명수였다. 그 증거가 그가 사용했던 이름이다. 그는 김약산(金若山)·최림(崔林)·진국빈(陳國斌)·이충(李沖)·김세량(金世樑)·왕세덕(王世德)·암일(岩一)·왕석(王石)·운봉(雲峰)·김국빈(金國斌)·진충(陣沖)·김약삼(金若三) 같은 이름들을 번갈아 사용했다.

그는 십대 시절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금릉대학(난징대학)에서 수학한 뒤 신흥무관학교로 적을 옮겼다. 그곳에서 13명의 동지들과 함께 ‘천하에 정의로운 일을 맹렬히 실행한다’며 ‘의열단’을 창설하고 의백이 됐다. 스물한 살 때의 일이다. 이후 약산 체포 대상 첫 번째가 됐고 당시 현상금이 지금 가치로 300억 원이 넘었다. 이때 김구의 현상금은 58억원이었다. 이제부터 북한 어디에 묻혀 있을 약산 김원봉을 고향인 밀양에서 만나 가상 인터뷰를 해본다. (다음편에서 계속...)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 인용했다>
약산 김원봉(이원규, 2005, 실천문학사), 경성의 사람들(김동진, 2010, 서해문집), 한국 근대민족운동과 의열단(김영범, 1997, 창작과 비평사), 양산과 의열단(박태원, 2000,깊은샘), 약산 김원봉 평전(김삼웅, 2008, 시대의창)

▲ 김문 작가 – 내 직업은 독립운동이오

[김문 작가]
전 서울신문  문화부장, 편집국 부국장
현) 제주일보 논설위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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