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의 명 지휘자 순례(3편) [김광훈 칼럼]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l승인2020.05.11l수정2020.05.1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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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스 얀손스

[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이번 3편에서는 말러 교향곡들의 명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리카르도 샤이, 조나단 노트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

마리스 얀손스(Mariss Jansons), 현대의 말러
누가 뭐래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세계 최고의 말러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다. 번스타인 역시 일찍이 이 곡의 명연을 이 악단과 남겼지만 얀손스는 해석의 궤를 달리한다. 현과 목관, 금관군에 동등한 비중을 부여해 노래하게 하고, 마치 눈앞에서 연주하듯 투명함을 살리고 있다. 작곡가 말러의 손을 떠난 텍스트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관조하며 새로운 발견을 도출해내는 얀손스의 지휘예술은 아바도와는 다른 의미에서 매우 ‘현대적’이다.

심장 이상이 있었음에도 로얄 콘세르트헤바우와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을 오가며 활발한 지휘를 펼치고 있는 얀손스는 용장(勇將)의 풍모를 갖추고 있으나 덕장(德將)으로 알려진 지휘자다. 특히 곡의 전체적 구조와 세부적 묘사를 동시에 구현해 내는 얀손스만의 텍스트 리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균형감 있는 해석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깔끔한 연주와 귀족적 우아함을 동시에 살린 말러를 선보이고 있다.

때로는 이러한 침착함이 번스타인의 말러처럼 가슴을 뒤흔드는 강렬함의 부재로 이어진다고들 하지만 얀손스와 콘세르트헤바우의 느린 악장 연주들을 들어보면 이러한 이야기는 어느새 쏙 들어가 버리고 만다. 특유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느린 악장의 서정미를 포착해 내는 얀손스는 음악에서 드러나는 작곡가 말러의 인간적 내면, 어떤 망설임과도 같은 소소한 뉘앙스를 본능적으로 잡아내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2번 부활의 4악장과, 5번의 2악장, 그리고 4악장에서 얀손스의 이러한 미덕은 빛을 발한다.

일찍이 한 평생을 말러 연구에 바쳐온 노만 레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다. “말러의 작품 속 어딘가에는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과 하나 될 수 있게 하는 틈새의 빛이 존재한다. 바로 그 빛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말러라는 난공불락의 요새는 곧 당신만을 위한 피난처가 된다.”고 했는데, 과격하고 자극적 해석보다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따뜻한 소통과 신뢰의 앙상블을 미덕으로 여기는 얀손스의 연주에는 이러한 한 줄기 빛이 서려있다.

리카르도 샤이(Riccardo Chailly), 압도적 구조물
샤이의 지휘예술은 한 마디로 ‘예술’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샤이의 연주는 다성 음악인 폴리포니와 노래하는 칸타빌레, 이 둘로 크게 요약할 수 있는데 말러가 의도하는 다층적 성부를 독립적으로 살리며 동시에 주선율을 아름답게 노래하는 것에 완벽히 부합하는 접근을 견지하고 있다. 샤이의 말러를 듣고 있으면 말러가 마치 바흐처럼 완벽한 대위법 작곡가이자 베르디 같은 위대한 멜로디의 창조자로 느껴질 정도다.

▲ 리카르도 샤이

90년대에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전집 녹음은 온화한 해석, 악단의 탁월한 기능미, 그리고 뛰어난 녹음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연주다. 샤이는 언제나 목관악기와 비올라를 강조하며 내성을 잘 살려주며 디테일을 살리는 동시에 전체적 일관성(인 템포와 같은)을 선호하는데, 극단적 감정 과잉의 말러가 아닌, 엄정한 폴리포니와 부분적 말러가 아닌 전체적 구조로서의 말러를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샤이의 연주는 첫 손에 꼽는 해석이다.

▲ 조나단 노트

조나단 노트(Jonathan Nott), 차세대 말러
조나단 노트와 밤베르크 심포니의 말러는 마치 카라얀의 82년 말러 실황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연주이지만 카라얀의 연주와는 비교도 안 되는 완성도를 갖고 있는 연주다. 특히 작년에 완성시킨 2번 교향곡에서 흥미진진하며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데, 극도의 세밀한 세부 처리와 적시에 터뜨려 주는 힘, 그리고 폭이 넓은 다이내믹의 구사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꽉 찬 느낌의 구성을 들려준다.

노트의 중도적이면서도 분석적인 시각은 9번 교향곡에도 잘 어우러지며 곡에 대한 높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말러는 일찍이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다. 오스트리아 안에서는 보헤미아 인으로, 독일인 중에서는 오스트리아 인으로, 그리고 세계 속에서는 유대인으로서, 어디에서도 이방인이고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노트는 이러한 보헤미안적인 감성의 말러, 독일적 감성의 말러, 그리고 선율적인 말러의 중도적인 위치를 이상적으로 드러내며 차세대 말러 연주자로서 사이클을 이어가고 있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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