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색이 좋지 않은데, 어디 아파?” [홍무석 칼럼]

홍무석 한의사l승인2020.06.05l수정2020.06.0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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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어쩌면 사건의 시작은 사소했던 거 같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사는 46세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현지시간 5월25일 밤 8시가 조금 못돼 담배를 사려고 편의점에 들렀다. 플로이드의 얼굴을 알고 지내는 편의점 사장 대신 그 시간에 근무하고 있던 직원에게 담배를 사고 20달러 지폐를 냈는데 일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한다.

그 직원은 받은 돈이 위조지폐라며 담배를 돌려달라고 했는데, 플로이드가 거부하자 긴급전화로 신고했다. 경찰은 7분 만에 출동해 인근에서 술에 취해 자신의 차에 앉아 있던 플로이드 체포과정에서 질식사를 내고 병원에 이송한다. 그런데 한 행인이 촬영한 체포 당시 영상을 다음날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영상에서 경찰은 왼쪽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8분46초간 짓누르고 있고, 플로이드는 밑에 깔려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고 호소하고 있었다. 다른 경찰은 플로이드를 체포할 때 권총을 뽑아들고 수갑을 채운 사실도 드러났다.

영상이 공개된 뒤 경찰은 플로이드의 사망이 ‘의료 사고’였다고 발표해 기름을 부었다. 이후 경찰의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는 알려지고 있는 그대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 시민 뿐 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울분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발단은 경찰 당국의 흑인 차별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플로이드가 위조지폐로 알고 사용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출동한 경찰은 ‘외양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Don't judge one by one's appearance)'는 격언을 무시한 듯 피부색을 보고 사람을 차별하다 경종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한의학은 사람의 피부색을 보고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한의학의 4가지 진찰 방법인 이른바 망문문절-환자를 살펴보는 망진(望診), 환자에게 물어보는 문진(問診), 들어보는 문진(聞診), 만져 보는 절진(切診)-가운데 망진에 해당한다. 외양(피부색)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니 세상사의 격언과는 크게 대조된다.

‘동의보감’은 푸른색·붉은색·노란색·흰색·검은색 등 다섯 가지 색깔을 다섯 장기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간은 청색, 심장은 붉은색, 비(脾·지라)는 노란색, 폐는 흰색, 신(腎·콩팥)은 각각 검은색에 대응한다.

고대 한의학 서적인 ‘난경’에는 얼굴에 나타난 색으로 각 병의 계통을 알아내는 방법이 실려 있다. 얼굴이 퍼렇게 되고 성을 잘 낸다면 간 계통에 병이 생긴 것을 의심한다. 얼굴이 빨갛게 되고 잘 웃는다면 심장 계통에, 얼굴이 누렇고 트림을 잘한다면 지라 계통에, 얼굴색이 하얗고 재채기를 자주 한다면 폐 계통에, 얼굴이 시커멓고 하품을 자주 한다면 콩팥 계통의 병을 의심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망진은 내시경 엑스레이 등과 같은 진찰도구가 없던 그 옛날에 본질을 따져보려고 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지혜로운 접근방식이다. 피부 등으로 발현된 현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체 내부의 원인을 찾아서 경험으로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안색이 안 좋은데, 어디 안 좋은 거 아니야”라고 걱정하면서 진료받기를 권하는 것도 선조들의 지혜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홍무석 한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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