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인천 관동갤러리] 개항기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인천. 현재의 중구청 앞 거리는 개항기 시절 인천으로 건너온 중국인과 일본인들이 모여 살았던 곳이다. 돌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이 당시의 중국 조계지, 오른쪽이 일본 조계지였다. 지금도 계단을 사이에 두고 중국식 건물과 일본식 건물이 뚜렷이 나뉘어 있어, 130년 전 역사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과 중국의 이색적인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일본 조계지의 흔적이 남아있는 거리. 개항기 때 세워진 일본식 건물 대부분은 6.25 전쟁 때 소실. 현재는 외관만 일본풍으로 새로 만들어진 건물들
일본 조계지의 흔적이 남아있는 거리. 개항기 때 세워진 일본식 건물 대부분은 6.25 전쟁 때 소실. 현재는 외관만 일본풍으로 새로 만들어진 건물들

당시 조계지의 일본인들은 격자 모양으로 도로를 배치하고, 구역마다 일본식 목조주택을 지어 거주했다. 일본인들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목조주택. 이 중 특별한 변신을 한 곳, 바로 관동갤러리이다.

당시 조계지의 일본인들은 격자 모양으로 도로를 배치하고, 구역마다 일본식 목조주택을 지어 거주했다.
당시 조계지의 일본인들은 격자 모양으로 도로를 배치하고, 구역마다 일본식 목조주택을 지어 거주했다.
아픈 역사의 기억과 현재의 삶이 만난 탄생한 관동갤러리. ‘관동’이란 지명은 개항기 당시 신포동 일대가 일본인들이 개척한 지역으로 관청이 많아 일본인 관료들이 많은 데에서 유래되었다.
아픈 역사의 기억과 현재의 삶이 만난 탄생한 관동갤러리. ‘관동’이란 지명은 개항기 당시 신포동 일대가 일본인들이 개척한 지역으로 관청이 많아 일본인 관료들이 많은 데에서 유래되었다.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예술 공간으로 탄생한 관동갤러리.

이곳은 원래 여섯 채의 가옥이 나란히 붙어있는 나가야(ながや) 형태의 집이었다.

나가야(ながや) 주택 : 한 지붕 아래 이웃집과 벽을 공유하는 서민주택(삽화는 메이지 시대의 나 가야 주택. 출처: 위키피디아)
나가야(ながや) 주택 : 한 지붕 아래 이웃집과 벽을 공유하는 서민주택(삽화는 메이지 시대의 나 가야 주택. 출처: 위키피디아)

이 집을 사들여 갤러리로 변신시킨 것은 일본인 도다 이쿠코(戶田郁子) 씨.

일제강점기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30년 전 한국으로 유학하러 온 도다 이쿠코(戶田郁子) 씨는 그녀의 남편 사진작가 류은규 씨와 함께 인천에서 살 집을 구하다 90년의 세월을 머금은 이곳을 만났다.

“이 집도 일본 사람들이 살았을 때는 다다미방이었을 거예요.
그러면 다다미라는 게 규격이 있습니다.
그니까 가로세로의 규격이 다 똑같기 때문에
특히 이 집을 지었던 사람들 지역이 관서 지방,
오사카 주변에 일본에 남쪽 지방 사람들이 와서 지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일본 주택의 규격이 다 정확하게 똑같이 지은 이유가
다다미를 그 방에 몇 개를 갈 수 있는지
어느 집이든 다 똑같은 규격으로 해야지 만이 딱 맞거든요.
그래서 여기가 바로 그런 특징이 있습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규격이 다 똑같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쿠코(戶田郁子) 인천 관동갤러리 대표

도다 이쿠코씨는 한양대 건축학부 도미이 마사노리 교수의 도움을 받아 1년여의 개조공사 끝에 관동갤러리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90년 역사가 있는 집이잖아요?
그 집의 미래까지 어떻게 연결할까 그런 부분을 많이 신경 썼는데
그 부분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구조 부분입니다.
기둥, 보, 다락방 그런 부분 인테리어가
계속 앞으로 연결하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마사노리(富井正憲) -한양대 건축학부 객원교수

집의 옛 모습은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둬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하다.

일본식 건축기법인 대나무 벽(좌) / 벽 위로 노출된 가스관(가운데) / 기름때 묻은 타일(우)
일본식 건축기법인 대나무 벽(좌) / 벽 위로 노출된 가스관(가운데) / 기름때 묻은 타일(우)
좌로부터 1층 전시 공간(오래된 미싱, 빛바랜 연습장, 낡은 도시락... 개항기 일본인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소품들) / 2층 전시 공간(1년간 관동갤러리 공사에 참여한 한양대 건축학부 학 생들의 연구자료들) / 3층 다락방(근대역사서가 가득한 다락방 속 작은 서재)
좌로부터 1층 전시 공간(오래된 미싱, 빛바랜 연습장, 낡은 도시락... 개항기 일본인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는 소품들) / 2층 전시 공간(1년간 관동갤러리 공사에 참여한 한양대 건축학부 학 생들의 연구자료들) / 3층 다락방(근대역사서가 가득한 다락방 속 작은 서재)

아픈 과거의 흔적 위에 새로운 역사를 켜켜이 쌓아 올리고 있는 관동갤러리.
앞으로 우리에게 이곳은 어떤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 <인천 관동갤러리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 네이버TV : https://tv.naver.com/v/1208973
☞ 유튜브 : https://youtu.be/K10MvQreeyc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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