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의 지방체육회 이야기] 충청북도(이하 충북)를 흔히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이라고 한다. 뿌리 깊은 문화와 선비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속리산 월악산 소백산과 충주호 대청호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일궈내는 아름다운 자연은 말 그대로 ‘밝은 달’ ‘푸른 산’ ‘맑은 물’이 한데 어우러진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끼지 않고 있는 내륙 도(道)인 충북의 행정중심지인 청주시의 관문인 청주 IC를 접어들면 5㎞의 시원한 플라타너스 가로수 터널이 방문객을 환영이라도 하듯 늘어서 마치 호젓한 숲속을 걷는 느낌마저 준다.

충북체육의 작은 기적, 2년 연속 전국체전 종합 8위

‘충북 체육’을 이야기하면서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소년체전)를 빼 놓을 수 없다. 충북은 소년체전 제2회 대회인 1973년부터 1979년 제8회 대회까지 무려 7연패(連覇)의 위업을 이루었다. 바로 우리나라가 ‘체육 입국’을 내 걸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에 목을 매던 시기였다.

또한 이 소년체전에서 발굴된 우수 선수들이 고교, 대학을 거쳐 실업팀으로 간 시기는 바로 우리나라 체육이 세계의 변방국에서 서서히 세계의 중심으로 이동을 시작하는 시기와도 일치한다. 이런 점에서 충북 체육은 우리나라가 체육 강국으로 들어서는데 결정적인 주춧돌 역할을 하였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은 전국체전과는 인연을 크게 맺지 못했다. 충북이 전국체전을 개최한 1990년 제71회와 2004년 제85회 대회서 3위를 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그나마도 전국체전 개최도에 특혜가 주어졌기에 가능했다. 이때를 빼고 한자리 등위를 차지한 것은 서울올림픽 이듬해인 1989년 제70회 체전(9위)뿐이었다. 심지어 1998년 제79회 체전에서는 제주도를 겨우 이긴 15위에 머문 적도 있었고 보통은 11~13위가 고작이었다. 충북의 도세와 전국체전 성적이 거의 비례를 한 셈이다.

소년체전에서 발굴된 우수선수들이 타지방으로 유출되는 악순환이 거듭되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팀이나 체육을 육성하는 대학교가 없어 고교-대학-실업으로 이어지는 연계육성이 안된 탓이었다.

하지만 충북 체육은 최근 2년 사이 확연히 달라졌다. 2013년 제94회 인천체전, 2014년 제95회 제주체전에서 연거푸 종합 8위에 올랐다. 2012년 제93회 대구체전에서 11위에서 단숨에 3계단이나 껑충 뛴 것이다.

처음 11위에서 8위로 올랐을 때는 다른 시도에서는 ‘찻잔속의 태풍’ 정도로 가볍게 여겼다. 심지어 충북 체육인들조차도 언제 다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될지 모른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2년 연속 8위를 지키자 충북 체육의 저력에 대해 새삼 놀라워하고 있다. 물론 이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청주대와 중원대에서 대학팀 육성에 적극 동참하고 실업팀이 최근 9개나 늘어난 덕분이다. 당연히 중, 고등학교의 우수선수들이 고향 대학에 진학하고 실업팀에 입단하면서 전력이 급상승한 것이다. 즉 연계육성이 가능해 진 덕분이다. 충북 체육회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서슴없이 ‘충북 체육의 작은 기적’이라고 부른다.

땀과 열정으로 하나 되는 희망 충북 체육

충북체육회(회장 이시종 충북지사)가 올해 제시한 비전은 ‘땀과 열정으로 하나 되는 희망 충북 체육’이다. 비전에서부터 2년 연속 전국체전에서 8위로 도약한 상승세를 이어가자는 충북 체육인들의 염원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비전 달성을 위해 △체육 활성화를 통한 도민 화합 선도 △전문체육 육성으로 경쟁력 강화 △경기단체 조직운영의 선진화 주도 등 세 가지를 목표로 제시한 충북체육회는 전국체전 훈련 지원 강화, 대학‧실업팀 창단 추진 및 활성화, 2017년 제98회 전국체전의 체계적 준비, 스포츠 공정성 확립 및 인권 강화 등 네 가지를 역점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전국체전 훈련 지원 강화나 대학‧실업팀 창단 추진은 2017년 제98회 전국체전에 대비한 전력 보강과 괘를 같이 한다.

무엇보다 전국체전 훈련 지원 강화는 한 자릿수 등위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충북체육회는 이미 지난 1월과 2월에 고등학교, 대학교, 실업팀 선수들 약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종목별, 팀별로 전문체력 강화 및 경기력 향상을 위한 동계강화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 오는 7월말까지는 전국체전 종목별 참가 요강에 따라 대표선수 선발을 마치고 이들을 대상으로 ‘D-100일 하계강화훈련’을 실시해 전력 극대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예산 지원으로 대표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강화훈련비를 조기에 집행함으로써 전력 극대화와 사기진작,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충북체육회는 전문체육의 경쟁력 강화와 전국체전에서의 순위 향상을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인식아래 다관왕 종목, 종목별 특성을 반영한 정책종목은 집중관리종목으로 정하고 다득점 효자종목과 전략종목에 대해서는 스포츠 멘탈 교육을 실시하는 등 특별 관리할 예정이다. 목표 달성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무득점이나 노메달 종목을 위해서는 선수 발굴, 지도자 육성, 시설 보완 등 다각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충북체육회는 우수선수 확보를 위해서는 급여 등 대우에 못지않게 훌륭한 지도자가 필수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제는 선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이 더욱 발전하고 국내대회를 벗어나 아시안게임, 더 나아가 올림픽을 겨냥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장의 좋은 대우보다는 대우는 조금 못할지라도 훌륭한 지도자에게서 기술을 전수받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충북은 우수 지도자가 많은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충북체육회 사무차장실 장경일)

2017년 제98회 전국체전으로 상위권 발돋움 기대

충북의 2대 도시인 충주시를 주 개최지로 2004년 제85회 전국체전에 이어 13년 만에 통산 3번째 충북에서 개최되는 2017년 제98회 전국체전은 충북 체육이 중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물론 개최 시 ‧ 도에 주는 특혜를 고려하면 제98회 체전에도 당연히 상위권으로 올라서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예년의 경우 그 다음해에는 10위권 밖으로 급전직하했다. 하지만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이미 전국체전 2회 연속으로 중위권으로 도약할 정도로 충북 체육의 기반이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충북은 최근 2년 사이에 청주시청이 남녀 사격팀을 창단한 것을 비롯해 충주시청 남녀 복싱, 제천시청이 남자 탁구와 남녀 사격, 충북개발공사가 남자 우슈쿵푸를, 충북체육회가 남자 롤러 팀을 창단했다. 또 대학팀으로는 중원대가 수영, 축구, 양궁, 카누, 태권도, 골프 팀을 창단해 충북대 ‧ 청주대와 함께 충북 대학 체육의 트로이카를 형성했고 청주대가 남자 사격 팀을, 보건과학대가 남녀 태권도 팀, 순복음 총회신학교가 남녀 축구 팀을 창단해 힘을 보탰다. 바로 충북 체육이 중위권으로 도약한 밑거름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충북체육회는 2017년 제98회 전국체전에 대비해 고등학교-대학교-일반부로 연계 육성이 가능한 종목을 중심으로 대학 및 실업팀 4~9개가 추가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교통대가 여자 배드민턴, 중원대가 남자 배드민턴, 세명대가 여자 하키 팀 육성에 나서고 실업팀으로 진천군청이 여자 카누, 제천시청이 남자 체조, 음성 군청이 남자 사이클, 충북체육회가 여자 세팍타크로, 남자 스쿼시 팀을 창단한다. 충북체육회는 이들 창단 8개 팀에게는 훈련비, 훈련 장비를, 그리고 대학 팀 선수들에게는 등록금을 지원하는 등 연간 2억8천만 원씩을 5년 동안 지원할 예정이다.

충북 실업팀은 위에서 보듯 다른 시 ‧ 도들과 달리 재경실업팀은 하나도 없다. 모두 시청 및 군청, 그리고 충북 지역에 있는 기업뿐이다. 그만큼 소속 선수들의 애향심이나 단결력이 강해 이직률이 적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충북지역 대학 ‧ 실업팀의 꾸준한 창단은 우수선수 타시도 유출 방지 효과와 함께 선수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전국체전 불참률 감소로 상위 입상의 기반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승원 충북체육회 사무처장 인터뷰

“힘들었지만 체육인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 홍승원 충북체육회 사무처장

“37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색다른 체육계에 몸을 담아 처음에는 체육인 특유의 끈끈한 응집력 속에 적응하느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가맹단체장, 충북 체육인들이 합심한 덕분으로 지난 2년 동안 전국체전에서 연속으로 8위에 올라 큰 보람을 느낍니다.”

충북체육회 정관에 따라 2년 임기의 사무처장을 연임하고 만 4년째가 되는 5월 13일 송석중 후임 사무처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퇴임한 홍승원 사무처장은 “힘들었지만 체육인들 덕분에 행복했다”며 먼저 충북 체육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홍 처장이 충북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2011년 5월 13일. 충북도청에서 많은 직책을 두루 섭렵하고 6개월 동안의 체육진흥과장을 거쳐 진천 부군수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친 뒤였다.

홍 처장은 “당장의 눈앞에 성적보다는 체육인들과 가맹단체 화합에 힘을 쏟으면 자연히 성적은 따라 온다”는 이시종 회장(충북지사)의 당부에 따라 크고 작은 대회를 모두 찾아다니며 소통하다보니 어느새 4년이 흘렀다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홍 처장은 4년 동안 충북 체육을 전국 중위권으로 올려놓는 등 충북 체육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 체육회에 부임해보니 참 정적인 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랫동안 체육회에서만 근무하다 보니 안주하는데 익숙해 져 있었고 변화가 없었습니다. 손짓, 발짓, 몸짓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에게 변화를 주문했고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체육회 직원들의 현장 대응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홍 처장은 체육회 직원들의 기분 좋은 변화와 가맹단체와의 원만한 유대관계가 한데 어우러져 하위권이던 충북체육을 중위권으로 올린 원동력 같다고 나름 분석하기도 했다. 특히 사무처장으로 재임한 4년 동안 대학과 실업팀 20여 개 팀을 창단한 것이 무엇보다 뿌듯한 보람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엘리트 체육의 따뜻한 봄날은 갔다”고 진단한 홍 처장은 저출산 시대로의 선수 수급의 어려움, 사회복지비 증가로 체육예산의 한계, 대학스포츠부의 감소 해체, 선수 몸값의 상승으로 실업팀 해체 도미노 현상, 승부조작 등 부조리로 인한 국민들의 관심 감소. 생활체육과의 통합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평생 골프는 해 보지도 않았지만 MTB와 등산은 어느 전문가에 못지않다고 자랑한 홍 처장은 퇴임 후 원로체육인들과 유대를 함께 하며 충북체육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겠다고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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