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차근차근, 끈기있게 - 체육인 행복 나눔의 성공 키 포인트
‘체육인 행복 나눔’ 조금씩 결실 맺어

대한체육회가 창립 95년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체육인 행복 나눔’이 느린 걸음이지만 조금씩 결실을 맺는 모습이다. ‘체육인 행복 나눔’은 우리나라 체육발전에 많은 공헌을 했지만 현재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체육인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로 함께 행복을 나누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체육인 행복 나눔’의 핵심은 기금 확보 방안. 고령이나 만성질병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체육인들에게 지속적이고 실제로 생활에 보탬이 되는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기금 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체육인 행복 나눔 기금 마련을 위한 첫 행사로 호국보훈의 달인 6월 4일 정동극장 야외마당과 공연장에서 물품 바자회, 스포츠 스타 팬 사인회 및 포토타임, 학술 세미나, 공연 관람 등 갖가지 이벤트를 벌였다.

물품 바자회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의 사인볼, 국가대표 의상 등 일반인들이 평소에 접하기 힘든 물품들이 많이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국가대표 선수를 비롯해 인기 프로선수들의 다양한 애장품 경매에서 ‘피겨 여제’ 김연아, 2012년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의 유도복,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의 T 셔츠와 축구국가대표 사인볼 등이 인기리에 낙찰돼 기금 마련에 한몫을 했다. 또 일반인들의 참여폭 확대와 장기 기부금 모금이 가능하도록 CMS 제도를 도입한 점은 칭찬할 만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렇게 바자회 물품 판매 및 기부금 모금을 통해 조성한 수익금으로 시도체육회와 경기단체에서 추천을 받은 불우 체육인 가운데 검도, 농구, 배드민턴, 사이클, 육사, 카바디 등 6개 종목 6명을 선정해 7월부터 1년 동안 매월 30만원과 쌀 20㎏ 1포씩을 지원하고 있다.

많이 뒤늦었지만 무엇보다 대한체육회가 지금까지 사각지대였던 불우 체육인의 복지에 눈을 돌렸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우리나라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레슬링의 양정모 선수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불과 40년도 되지 않아 동․하계 올림픽에서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했으나 사실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깔려 있었다.

실제로 ‘체육인 행복 나눔’을 시작하고 불과 얼마 되지 않은 6월 26일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역도 금메달리스트인 김병찬 선수가 자신의 임대아파트에서 생활고에 지쳐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대한체육회의 ‘체육인 행복 나눔’을 통해 불우 체육인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좀 더 일찍이 이뤄졌다면 “이처럼 불행한 일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체육인 스스로 동참하는 자세를 가져야
‘체육인 행복 나눔’은 이제 발걸음을 겨우 떼었고 첫 결실을 보았을 뿐이다. 당연히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도 있지만 또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전시성이나 일과성이 아닌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면밀한 계획수립과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육인 행복 나눔’를 주관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체육인 복지부 김종수 부장은 “이번 행사는 과거에 추진해 온 정형화 된 사업이 아닌 탓에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경험을 쌓았다”며 “기금 모금을 위한 다양한 방안 마련을 다각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승패는 불우 체육인들을 지원할 충분한 기금 모금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이 사업은 단순 행사를 통해 기금을 마련하는 데는 많은 제약과 한계가 뒤따른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물품 바자회나 스포츠 스타선수들의 애장품 경매는 기껏해야 1년에 한번 정도가 고작이다. 팬 사인회, 포토타임은 일반인들의 스포츠 스타에 대한 호감도나 흥미도를 높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금 마련과는 거리가 멀다.

각 경기단체나 스포츠 스타들이 기증한 물품은 일반인들이 항상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스포츠 스타들의 애장품 경매도 실제로 선수들이 평상시 쓰고 있는 물품들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기증을 받아 장기간 팬들에게 노출을 함으로써 구매 욕구를 부추길 필요도 있다. 또 가능하다면 스포츠 스타와 애장품을 구매한 팬과의 만남의 장이나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고액 기부의 장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육인들이 자신보다 조금 더 생활이 어려운 동료이자 선배, 후배 체육인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느냐이다. 8월 중순까지 체육인 행복 나눔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금(CMS)에 신청한 인원은 고작 120명 정도다. 금액으로 2,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대부분 대한체육회 직원이고 외부 인사는 20명밖에 안 된다. 실제 체육인들의 동참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체육인들이 스스로 행복 나눔을 외면한다면 일반인을 비롯한 외부 인사나 기업들의 동참을 요구할 명분이 없어진다. 적은 금액이나마 체육인들이 장기적으로 기금 모금에 동참한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느리지만 차근차근히 그리고 끈기 있게 - 바로 이 세 가지가 ‘체육인 행복 나눔’의 성공으로 가는 키포인트가 아닐까?

▲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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