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체육회 출범 논의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l승인2015.10.04l수정2015.10.1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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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화 논평] 올해 체육계 최대 이슈이자 화두로 떠올랐던 대한체육회(회장 김정행)와 국민생활체육회(회장 강영중)의 통합을 두고 그동안 마찰을 빚었던 갖가지 난제들이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제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국민체육진흥법 재개정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통합체육회 출범과 관련된 논의가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꼬인 실타래들 하나씩 풀려가
대한체육회가 2015년 3월 27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공포되고 난 뒤에도 통합체육회 출범과 관련해 한동안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하면서 상당한 혼란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체육인들 특유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쟁과 ‘설마 100년 된 대한체육회가 20년 갓 지난 국민생활체육회에 밀리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이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의 모호한 성격도 한몫을 했다. 통추위가 강제성을 가지는 실행기구가 아닌 자문기구였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통합체육회 출범을 위한 준비과정에서 대한체육회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문제점들이 드러났으나 이를 논의하고 결론을 내 한 목소리를 내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통추위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이기흥 위원장(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 겸 대한수영연맹 회장)의 힘이 컸다. 이기흥 위원장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들과 코치들뿐만 아니라 경기단체장, 체육 원로들을 수시로 만나 통합체육회 출범에 따른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이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 위원장은 무엇보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여야 국회의원들을 만나 끈질긴 설득작업을 벌였다. 통합체육회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에 명시되어 있듯이 체육인들의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과 그 어떤 경우라도 통합체육회 출범으로 대한체육회의 100년 정통성과 역사성은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너무 지나치게 강하게 나간다는 주변의 충고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위원장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에는 4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전국시․도사무처장협의회(회장 이재근 경북체육회 사무처장)와 대한체육회경기단체연합회(회장 정동국 대한근대5종연맹 사무국장)가 이 위원장과 뜻을 같이 한 것도 큰 힘이 됐다.

결국 7월 22일 열린 2015년도 대한체육회 제2차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체육단체의 합리적 통합방안 7가지를 의결하는 한편 통합추진위원회에 전권을 위임함으로써 꼬인 실타래들이 한꺼번에 풀리는 계기가 마련됐다.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통합추진위에 전권 위임해
대한체육회 57개 정(正) 가맹단체 회장들로 구성되는 대의원총회는 대한체육회의 최고 의결기관이다. 올해에만 2번째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된 체육단체의 합리적 통합방안 7가지의 주요 내용을 보면 아래 표와 같다.

▲대한체육회 체육단체 통합 e뉴스레터 제8호에서

또 이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통추위에 위임된 사항은 ① 정부 통합준비위원회 구성 개선(안) ② 정부 통합준비위원회 의결방법 개선(안) ③ 시도체육회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 당연직 선임(안) ④ 상향식 통합을 위한 세부적인 추진 방안 ⑤ 기타 통합 추진 상의 경미한 사항 등 모두 다섯 가지다. 이 내용을 보면 통합추진위원회에 통합체육회와 관련된 대한체육회의 생사여탈권 전부를 위임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즉 통합체육회 출범과 관련된 모든 사항들에 대해 통합추진위원회가 전권을 갖고 총괄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한편 7월 29일에는 전국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와 전국시․도생활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가 통합대책회의를 갖고 두 체육회의 지부격인 시도체육회들이 먼저 통합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바로 대한체육회가 그토록 주장했던 상향식 단체 통합의 첫 단추인 셈이다. 양 단체는 각 6명씩 12명으로 구성된 지방체육단체 통합 등 현안 사무를 추진하는 (가칭)통합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통합을 완성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통합대책위원회는 지방체육단체 통합에 따른 법적 지원 보장과 국비 예산의 안정적 확보 지원, 통합 대책위원회 운영에 관한 합의서 채택, 앞으로 발전적 의제 채택 등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성공적인 통합을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한체육회, 3가지 주장 받아들여져
우리나라 체육을 이끄는 두 거대 단체의 통합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대한체육회가 강력하게 주장한 부분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통합 시기 문제다. 2014년 11월 6일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서상기 국민생활체육회장,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4명이 두 단체의 통합 합의문에 서명할 당시 통합 시기는 2017년 2월 이전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법이 개정되면서 통합시기가 2016년 2월 이전으로 수정됐고 이것이 주요 쟁점이 됐다. 이렇게 될 경우 매번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체육회장과 경기단체장 선거를 하게 돼 국가스포츠 경쟁력에 막대한 지장을 주게 됨에 따라 당초 합의문대로 2017년 2월까지 통합체육회 출범을 당초 합의에 따라 2017년으로 하자는 것이 대한체육회의 주장이다.

둘째는 통합 방식 문제다. 대한체육회는 거대 단일 체육단체로 출범할 통합체육회는 체육인들의 자율적인 의지가 우선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상향식 통합이 유일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역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들이 먼저 통합을 해 대의원들을 선출하고 이들 대의원들로 구성된 대의원총회에서 통합체육회 회장을 선출하는 한편 정관을 비롯한 각종 규정들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정부는 통합체육회 명칭 확정-통합체육회 회장 선출-통합체육회 출범-경기단체 및 지역체육회 통합 뒤 통합체육회 회원 가입을 하는 하향식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에 설치될 통합준비위원회가 통합체육회의 정관 제정을 비롯해 통합체육회장 선출까지 모두 총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셋째는 통합준비위원회의 위원 인원 문제다. 대한체육회는 통합준비위원회 위원 구성을 정부안인 3-3-3-2(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각각 3명, 국회 3명, 문체부 2명)에서 7-7-1(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각각 7명, 문체부 1명)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체육회가 이 3가지 쟁점을 두고 정부와 날을 세우면서까지 이견을 보인 이면에는 정부 의도대로 통합체육회가 출범을 하게 되면 앞으로 통합체육회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토착화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체육인 자율을 규정한 IOC 헌장에도 위배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결론은 8월 13일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서상기․안민석 주최 제2회 체육통합포럼에서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이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안) 수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문대성 의원의 개정법률(안) 주요 내용을 보면 부칙 제1조 시행일은 2017년 2월 1일부터로 규정하고 제2조 2항에서 준비위원회 준비위원 구성을 대한체육회장 추천 4명, 국민생활체육회장 추천 4명,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추천 1명,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각 교섭단체 간사와 협의하여 추천하는 사람 2명 등 11명으로 구성하며 위원장은 호선토록 되어 있다.

또 3항에서는 준비위원회는 재적위원 3분의 2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 위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해 사실상 대한체육회의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한 셈이 됐다. 문 의원의 수정안 발의에는 여야의원 14명이 연명했으며 박주선 교문위원장, 전 교문위원장들인 한선교, 설훈 의원 등도 수정안에 적극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마지막 문제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이 언제 국회를 통과하느냐만 남아 있다. 대한체육회로서는 일단 통합체육회 출범에 따른 이니셔티브를 쥐었지만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는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게 됐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통합추진위원장

▲ 이기흥 대한체육회 통합주진위원장

“대한체육회 역사성과 정통성을 지키는데 작은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체육회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만들어 내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한 이기흥 위원장(대한체육회 부회장)은 “체육계에 몸담은 18년 동안의 많은 혜택에 대하여 빚을 조금이나마 갚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선배 체육인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이루어 낸 100년 대한체육회 위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 위원장은 “우리 체육인들이 대한체육회의 정확한 위상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며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의 이 말에는 체육인들이 대한체육회의 위상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있었다면 혼자서 좌충우돌하지 않고 단합된 힘을 보여 줘 쉽게 난제들을 풀 수도 있었다는 뜻으로 들렸다.

“대한체육회는 일제의 압제에도 굴하지 않은 선배 체육인들이 1920년 7월 13일 창립해 정부가 수립되기도 전인 1947년 6월 20일 KOC가 설립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했으며 1954년 3월 16일 사단법인이 되고 1983년 1월1일에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특수법인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대한체육회는 사단법인으로 민법을 따라야 하고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체로 IOC 헌장을 준수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만으로 함부로 다룰 수 있는 단체가 아닙니다.”

통합체육회 출범과 맞물린 3대 쟁점 해결을 위해 사단법인을 규정한 민법과 IOC 헌장, 그리고 국민체육진흥법까지 모두 공부했다는 이 위원장은 “대한체육회의 역사성과 정통성은 어떠한 경우라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몇 차례나 힘주어 말했다.

이 위원장은 무엇보다 특히 대한체육회는 전문체육을 총괄하면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해 왔고 나라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메신저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면서 그만큼 이에 합당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합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1981년 국민생활체육회가 출범할 당시 전국시도지부를 모두 결성하면 대한체육회 특별가맹단체로 가입하기로 각서를 썼고 정부가 보증했습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굳이 특수법인으로 승격시키면서까지 대한체육회와 동등한 자격으로 통합을 하라고 하니 우리 체육인들은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의심을 하는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통합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엘리트 체육은 깎아내리면서도 생활체육을 우대하는 인상에 대해서도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끝으로 이 위원장은 “지난 18년 동안 체육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올림픽 선수단장을 비롯해 많은 직책을 거친 만큼 이제는 더 이상 욕심이 없다”면서 통합체육회가 출범하면 체육회의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정태화 한국체육언론인회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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