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화 논평] 설악산의 단풍이 서서히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갈 즈음인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동안 제96회 전국체육대회가 “세계 중심 강원에서, 함께 뛰자 미래로!”란 슬로건아래 강릉을 주 개최지로 한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열린다. 전국을 아우르는 유일한 우리나라 스포츠 종합 제전인 전국체전은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강원도, 강원도 교육청, 강원도 체육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강원도 전국체전은 1985년 춘천‧원주‧강릉에서 열린 제66회, 그리고 1996년 제77회 체전에 이어 3번째로 19년 만에 다시 전국체전을 치르게 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개최 역량 점검하는 전초대회
강원도는 1985년 춘천‧원주‧강릉에서 열린 제66회, 그리고 1996년에 이어 3번째이며 19년 만에 다시 전국체전을 치른다.

강원전국체전은 이제 불과 2년 4개월 남짓 앞으로 다가온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가 치르는 가장 큰 규모의 종합 스포츠 행사다. 이에 따라 이번 전국체전은 동계올림픽의 성공개최 역량을 사전에 평가받고 가름해 볼 수 있는 전초대회인 셈이다. 무엇보다 전국체전의 성공개최는 곧바로 대회 운영 등 모든 면에서 동계올림픽에 계승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주 개최지인 강릉은 평창동계올림픽 빙상경기가 열리는 주 무대로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관중들의 참여도, 숙소, 축제, 교통, 보안 등 갖가지 사전예행연습이 가능하다. 그 어느 때보다 강릉 전국체전이 주목받는 이유다.

강원도도 이에 대비해 최문순 강원지사(강원도 체육회장) 주재로 지난 9월 10일 최종준비상황 보고회를 갖고 개폐회식 공개행사 연출, 종합상황실 운영, 성화봉송 최종주자 선정, 경기장 유지관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지사는 “이번 체전은 2018동계올림픽의 예행연습 의미도 크다”면서 “남은 기간 동안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동계올림픽 종합계획을 잘 짜는데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강원도소방본부도 9월 23일 자연재난은 물론 사회재난 발생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43개 유관 기관‧단체 합동으로 2018평창동계올림픽과 제96회 전국체전 대비 2015년 긴급구조종합 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회 성공 개최에 힘을 보태고 있다.

47개 종목, 70개 경기장서 펼쳐져
이번 강원체전에는 44개 정식종목, 3개 시범종목 모두 47개 종목 경기가 70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기존 경기장의 활용해 이용도를 높이고 전 도민의 참여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도내 18개 시․군에 1개 이상의 경기가 열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예선 대회 출전 관계로 핸드볼이 사전 경기로 치러 진 것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와 맞물려 있는 복싱, 체조, 펜싱, 요트, 배드민턴, 볼링, 하키 등은 전 경기 및 일부 경기가 사전경기로 열렸다.

이에 따라 체전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핸드볼 남녀 일반부의 코로사(경남)과 인천시청이 차지했다.

한편 강원도는 4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체전에서 사용될 33개 주요 경기장을 신축 및 보수를 마쳤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강릉종합운동장은 시설기준이 까다로운 육상경기가 열리는 만큼 전국체전 시설 가운데 가장 많은 102억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9월 21일 준공식을 가졌다.

◇ 경기종목

각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출전
올해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중간 년도로 지난 7월 광주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제외하고는 종합국제대회가 열리지 않는 홀수해이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고향과 직장 팀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그렇지만 결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이번 강원체전은 바로 2016년 리우올림픽에 대비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훈련을 쌓아 온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내 라이벌들과의 기량 점검의 장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즉 태릉과 진천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훈련에 매진하던 선수들이 뿔뿔이 고향과 직장으로 흩어져 고향과 직장 팀을 위해 명예를 드높이고 자신의 훈련 성과를 점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호기가 바로 이번 전국체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증명하듯 각 종목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우선 양궁은 최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 전초대회에서 최미선(광주여대)이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데 이어 기보배(광주시청) 강채영(경희대)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도 따냈다. 남자 개인전에서는 김우진(청주시청)이 금메달, 구본찬(안동대)이 동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최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국가대표라고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인 오진혁(인천제철․제주)을 비롯해 단체전 동메달리스트들인 임동현(청주시청․충북) 김법민(대전체육회․대전)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창환(코오롱엑스텐보이즈․경기)과의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홍성군청․충남)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윤옥희(예천군청․경북)가 현역 국가대표들의 벽을 넘어 명예회복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세계 정상을 자랑하는 사격도 리우올림픽의 전망을 가름해 볼 수 있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권총 황제’ 진종오(KT․부산)의 아성을 과연 누가 넘보느냐가 이번 체전에서의 초점. 진종오는 지난 4월 2015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 월드컵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세계기록(206.0점)을 수립하면서 세계 사격 역사상 처음으로 남자 10m 공기권총 본선-결선과, 50m 본선-결선 등 4부문에서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2014인천아시안게임 2관왕 김청용(흥덕고․충북)과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3관왕 박대훈(동명대․부산)이 ‘제2의 진종오’로 겁 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밖에도 유도의 김재범(한국마사회․제주) 왕기춘(양주시청․경기),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여자 태권도의 황경선(고양시청․경기)과 베이징올림픽 남자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손태진(삼성에스원․서울) 차동민(한국가스공사․대구) 등 그야말로 각 종목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

그러나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연세대)와 지난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때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도마의 신’ 양학선(수원시청)은 불참했다.

14연패에 도전하는 경기도에 서울이 도전장
강원체전에 참가하는 선수단은 17개 시도에서 임원 6,327명, 선수 18,543명 등 모두 24,780명이며 18개 지역 해외동포, 이북 5도 선수단 등 모두 3만여 명이 참가한다. 경기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고등부․대학부․일반부․해외동포부로 나눠 종합채점제로 진행된다.

이번 체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경기도의 종합우승 여부. 시도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1949년 제30회 전국체전부터 서울올림픽으로 종목별 전국규모 대회로 전국체전을 겸한 1988년 제69회 전국체전을 뺀 지난해 제주체전까지 총 64번의 전국체전 성적을 보면 서울이 34회, 경기도가 26회, 경북이 2회, 그리고 충남과 전남이 각각 1회씩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은 1952년 제33회부터 1968년 제49회 전국체전에서 경북에 종합우승을 내줄 때까지 무려 16연패의 위업을 쌓았다. 그 뒤에도 서울의 강세가 지속되다 1977년 제58회 전국체전에서 경기도가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서울과 경기는 서로 우승을 나누어 가지면서 우리나라 체육의 양웅(兩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2002년 제주체전을 계기로 경기도가 주도권을 잡은 시작해 2014년 제주체전까지 13연패를 달성해 16연패의 서울을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이를 반영하듯 경기도는 가장 많은 2,075명(선수 1,598명, 임원 417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14연패에 도전하고 있으며 서울(선수 1,395명, 임원 368명, 합계 1,823명)을 숫적으로도 압도하는 모양새다.

한편 홈 팀 강원도는 1,751명(선수 1,387명, 임원 304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 선수단을 출전시켜 19년 만에 종합 3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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