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의릉 옛 중앙정보부 강당] 조선 20대 왕 경종과 계비 선의왕후 어 씨가 잠들어있는 의릉. 그러나 33년간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일반인에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던 은밀한 공간이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남겨놓은 굴곡진 역사의 흔적들을 살펴본다.
오랫동안 금기의 영역이었던 의릉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무려 43년 만의 일이다. 의릉의 주인인 경종과 선의왕후 어 씨의 봉분. 이를 중심으로 좌우에 여러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 바로 중앙정보부 청사로 쓰였던 건물들이다.
그러나 실상은 김대중 납치사건, 인민혁명당 사건,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 등 국민을 감시․통제했던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었다.
그런데 최고 권력기관이 있던 시절, 의릉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정자각 앞엔 연못과 일본식 정원이 생겨났고 주변에는 외래 수종들이 가득했다. 조선의 왕릉을 마치 위락시설처럼 꾸며놓은 것이다.
의릉을 둘러싼 천장산과 봉분 사이에는 2층짜리 낮은 건물 하나가 들어서 있는데 과거 중앙정보부 강당으로 쓰였던 건물이다. 2004년 9월 4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바로 이 강당에서 1972년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다. 남북은 분단 이후 최초로 합의한 공동성명을 통해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3대 통일 원칙을 밝혔다.
첫째,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셋째,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
7․4 남북공동성명의 3대 원칙(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은 이후 남북 간의 모든 접촉과 대화의 기본지침이 되었다
강당 건물 2층에는 회의실이 자리해 있다.
중앙정보부에서 이름을 바꾼 국가안전기획부가 내곡동 청사로 이전하면서 1996년 의릉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그리고 2003년부터 본래의 의릉 모습을 되찾기 위해 복원공사를 시작했다. 연못을 메운 자리에는 금천교를 복원했고 외곽을 둘러싼 콘크리트 담장과 철조망 펜스, 초소, 지하벙커 등은 모두 철거됐다.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군림했던 중앙정보부.
조선 왕릉에 남겨진 이 굴곡진 역사의 과오를 씻어내고 이제 새로운 역사를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 <의릉 옛 중앙정보부 강당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 네이버TV : https://tv.naver.com/v/1930466
☞ 유튜브 : https://youtu.be/t2rMtYZYFiw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ㆍ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