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날씨의 아이’(2019)는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근 애니메이션이다. 16살 섬 소년 호다카는 가출해 2달째 계속 비가 내리는 도쿄로 간다. 3일을 굶자 맥도날드에서 ‘알바’를 하는 18살 소녀 히나가 공짜로 햄버거를 준다. 호다카는 배에서 만났던 케이스케의 작은 편집 대행사에서 숙식하며 그의 조카 나츠미와 함께 어시스트를 해 준다.호다카는 불량한 어른에게 끌려가는 히나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우연히 습득한 권총을 허공에 발사한다. 그리고 큰돈이 필요한 그녀를 위해 국지적으로 어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뤽 베송이라고 하면 대부분 스칼릿 조핸슨이 맹활약한 ‘루시’나 망한 블록버스터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의 감독, 혹은 ‘택시’ 시리즈의 제작자를 떠올릴 것이다. 영화 좀 봤다고 하면 ‘레옹’부터 ‘제5원소’를 그릴 법하다. 그러나 그의 시그너처는 프랑스 누벨 이마주의 대표작 ‘그랑 블루’(1988)다.1968년 그리스 해변 마을. 잠수에 능한 이탈리아 출신 소년 엔조가 골목대장 노릇을 하고, 그보다 2살 어리고 덩치도 작은 프랑스 소년 자크는 그에게 살짝 주눅이 들어있다. 자크의 홀아버지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네덜란드 영화 ‘블랙 위도우: 파이널 챕터’(디어드릭 반 루이옌 감독, 2019)는 마블의 블랙 위도우와는 전혀 상관없다. 할리우드의 상업적 구문론과는 다소 결이 다르지만 꽤 탄탄한 플롯이 색다른 재미와 완성도를 보장한다. 캐나다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마리아는 전 남편 지미에게 폭행당하는 동료 티나를 도와준다.전과자인 지미는 친구를 대동하고 나타나 권총을 꺼내들고 그 과정에서 마리아는 지미를 죽인다. 이 사건을 한 손님이 찍어 SNS에 올리고 전 세계의 뉴스가 보도하자 마리아의 진짜 정체가 밝혀진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빅토리아 시대의 끝 무렵인 1898년 영국 런던. 대륙에선 독일과 프랑스가 패권 다툼을 하고 있었지만 식민지 사업으로 앞선 제국주의 영국이 가장 번성하던 때. 3국이 아프리카 대륙을 제멋대로 ‘땅따먹기’ 하던 시기다. 인도 파병 경험이 있는 군인 겸 건축가 패터슨 대령(발 킬머)이 케냐 사보강 다리 건설 책임자로 파견된다.제국의 명분은 아프리카를 구하고 노예 생활을 청산해 줄 철도 사업이라고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보다 먼저 현지 식민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인부들은 현지의 이슬람교도와 인도에서 압송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윌리엄 프리드킨이 호러의 바이블 ‘엑소시스트’(1973)로만 기억되듯 ‘베티 블루 37.2’(1986)는 프랑스 영화계 누벨 이마주의 대표 주자 장 자끄 베넥스의 일생의 역작이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배경으로 치명적인 사랑이 펼쳐지고, 때론 광기가 넘실대면서도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연인들의 세계가 전개되다 충격적인 결말로 매조진다.해변가 방갈로에 얹혀사는 30살의 작가 지망 배관공 조그(장 위그 앙글라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관능적이고 즉흥적인 19살 베티(베아트리스 달)와 사랑에 빠져 함께 산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75년 영국 런던. 생리학 박사 랭(톰 히들스턴)은 세계적 건축가 로열(제레미 아이언스)이 설계한 40층 고급 아파트 25층에 입주한다. 고소득층 사람만 입주할 수 있는 데다 입주 심사마저 까다로운 이곳은 따로 밖에 나갈 필요 없이 건물 내에 모든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다채로운 서비스가 제공된다.랭은 바로 위층에 사는 아들을 둔 치명적인 미혼모 샬롯과 연인 사이가 된다. 이곳은 하층민, 중층민, 상층민 등으로 계급이 형성돼있다. 랭은 40층 펜트하우스와 옥상 정원을 소유한 로열의 부름을 받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드림걸즈’(2006)는 엠마 왓슨 주연의 ‘미녀와 야수’(2017)를 연출한 빌 콘돈 감독의 뮤지컬로 흥행과 수상 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1960년대. 가수 지망생 디나(비욘세), 에피(제니퍼 허드슨), 로렐은 디트로이트 극장의 오디션에 참여해 눈도장을 찍지만 커티스(제이미 폭스)의 농간으로 우승을 놓친다.쇼 비즈니스계 입성을 노리는 자동차 판매원인 커티스는 그녀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직접 관리하고자 했던 것. 그는 세 명에게 스타 지미 얼리(에디 머피)의 백 보컬리스트 자리를 제안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01년 9월 11일 대폭발 테러 사건이 일어나자 미국은 북한, 이라크,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함으로써 자국민 보호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명분으로 동맹국인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2003년 3월 20일 오전 바그다드 남동부 등에 미사일 폭격을 가함으로써 전쟁을 개시했다.하지만 속셈은 이라크의 원유를 확보하고, 중동 지역에서 친미 블록을 형성함으로써 정치구도를 재편하며, 미국 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데 있었다. 이후 현지에 미군을 주둔시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경합했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셀린 시아마 감독, 2019)은 겉으로 보면 퀴어 무비지만 알고 보면 아직도 잔존한 ‘메일 게이즈’(남성적, 이성애적인 여성의 대상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더불어 여성의 자립성과 독립성을 주창하는 강렬한 테제가 빛나는 아트버스터다.18세기 프랑스 한 외딴섬. 백작 남편을 여의고 홀로 두 자매를 키우는 부인은 정략적 중매결혼으로 첫딸을 결혼시키려 하다가 잃는다. 부인은 둘째 엘로이즈(아델 에넬)를 자신의 고향 밀라노로 시집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내일도 우린 사랑하고 있을까’(저우난 감독)는 대놓고 기억을 소재로, 겨울을 배경으로 한 멜로라는 점에서 미셸 공드리 감독의 걸작 ‘이터널 선샤인’을 연상케 하는데 매우 귀엽게 시작해 ‘쿨’하게 매조지는 미덕이 돋보인다. 3년 차 회사원 페이리(리홍치)는 소심한 성격이라 사내에서 존재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IT 엔지니어이지만 택배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그는 스스로 ‘필요할 때 쓰고 필요 없으면 구석에 처박아 두는 공구맨’이라 부를 정도다. 미모의 시만(안젤라베이비)이 첫 출근해 고장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한때 예술가로 손꼽혔지만 이젠 블록버스터 감독 이미지가 굳은 장이머우의 ‘황후화’(2006)는 모든 걸 떠나 웅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미술 하나만큼은 정말 볼 만한 사극이다. 당나라 말기. 한낱 무신이었던 황제(저우룬파)는 양나라의 도움을 받아 정권을 잡은 뒤 양의 공주를 황후(공리) 자리에 앉혔다.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원상(류예)을 둔 황제는 황후와의 사이에서 원걸(저우제룬)과 원성 두 왕자를 낳았다. 황후와 원상은 수년간 불륜 관계인데 최근 소원해졌다. 원상이 황실 주치의 장역유의 딸 소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몰 타임 크룩스’(2000)는 뛰어난 작품성과 부도덕한 사생활의 양면성을 지닌 우디 앨런 감독의 스노비즘 풍자 코미디의 보석이다. 어수룩한 은행털이 전과자 레이(우디 앨런)와 프렌치(트레이시 울만)는 가난한 부부다. 레이는 친구 3명과 공모해 은행 옆의 휴업 중인 피자집을 임차해 땅굴을 파서 은행 금고에 침입한다는 계획을 세운다.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가게에 ‘선셋 제과점’이란 간판을 달고 프렌치가 직접 만든 쿠키를 판다. 의외로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늘어 프렌치는 사촌 메이를 직원으로 채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네고시에이터’(1998)는 ‘모범 시민’,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F. 게리 그레이 감독의 초기 미스터리 스릴러로 꽤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니 로먼(새뮤얼 잭슨)은 12년간 인질범 협상가로 맹활약해왔고 캐런과의 신혼의 단꿈에 젖은 시카고 경찰이다.파트너 네이트에게 경찰 상해보험과 관련해 내부에서 횡령 사건이 벌어지고 있고, 내사과 니바움이 연루됐다는 정보를 듣는다. 한밤에 메시지를 보낸 네이트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간 대니는 총살당한 그를 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밤빛’(김무영 감독)은 상업적 구문론에 익숙한 관객에겐 대단히 불친절하거나 불편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깊이를 즐기고자 하는 관객에겐 짙은 여운이 뼛속까지 파고들 독립영화다. 오래전 아내와 헤어진 희태(송재룡)는 병으로 살날이 얼마 안 남자 모든 인연을 털고 산으로 들어가 약초를 캔다.어느 날 여름방학을 맞은 중학생 아들 민상(지대한)이 찾아오자 건조한 반복이 일상이던 그의 삶의 틈으로 한 줄기 빛이 쏟아진다. 민상이 있다고 그의 생활 패턴이 달라질 것은 없지만 평소대로 산에 오르고 계곡물에 세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언노운’(2011)은 ‘하우스 오브 왁스’, ‘오펀: 천사의 비밀’의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이 관객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리는 반전 액션 미스터리다. 미국의 마틴(리암 니슨) 박사는 아내 리즈(재뉴어리 존스)와 함께 생명공학정상회의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베를린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간다.체크인하려는 순간 서류 가방 하나가 빠진 걸 깨달은 마틴은 택시를 불러 공항으로 간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택시는 강에 빠지고 운전기사 지나(다이앤 크루거)가 기절한 마틴을 구해준 뒤 홀연히 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그동안 인류의 일상을 지배해온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우리나라는 26일부터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 코로나19는 머지않아 극복되겠지만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 확실하다. 현재의 상태가 유지되거나 더욱 디지털적으로 변전될 것이다.국민의 문화생활 측면에선 방송과 영화 콘텐츠 감상 패러다임의 변화다. 이제 수많은 국민은 ‘안방극장’이나 멀티플렉스 등의 한정된 장소에서의 감상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해도 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사마에게’(와드 알-카팁 감독 , 2020)는 그렇잖아도 복잡한 중동지역에서 가장 처참한 시리아의 한 여대생이 카메라를 잡기 시작해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하페즈 알 아사드가 1971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시리아는 내내 아사드 집안이 다스렸다. 바샤르는 2000년 집권 이후 현재까지 대통령이다.2010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은 아프리카 북부에서 중동 지역으로 옮겨가 ‘아랍의 봄’이 됐는데 시리아 역시 2011년부터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다. 이 작품을 이해하고 충분한 감동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54년. 연방보안관 테디(리어너도 디캐프리오)는 방화광 래디스가 불을 지르는 바람에 아내를 잃은 데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파트너 보안관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중범죄자 수용 정신병원 셔터 아일랜드에 간다. 감쪽같이 탈출한 여성 레이첼을 찾는 게 임무.고립된 이 섬은 선착장을 통해 배를 타는 게 유일한 탈출 수단인데 항구와 배는 철저하게 병원이 통제하고 있다. 인터뷰한 환자 컨스 부인은 뭔가 숨기는 듯하더니 은밀하게 그의 수첩에 ‘도망쳐’라고 쓴다. 그런데 책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조지 클루니의 표적’(1998)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의 작품성과 ‘오션스’ 시리즈의 재미를 동시에 지녔거나 혹은 그 두 가지의 장점이 약간씩 결여된 스티븐 소더버그의 문제작이다. 평단은 호평을 했지만 적지 않은 관객은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주연배우의 매력만큼은 보증수표다.200여 개의 은행을 털고 교도소에 복역 중인 잭(조지 클루니)은 사기죄로 들어온 증권가의 거물 리플리의 저택에 5000만 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땅굴을 파 탈옥한다. 연방 보안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한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2007)은 델 토로 특유의 다크 판타지가 짙은 여운을 준다. 의사인 남편 카를로스, 에이즈에 걸린 7살 아들 시몬과 함께 사는 로라는 자신이 자랐지만 폐쇄된 보육원을 매수해 이사한 뒤 장애 아동 보호소로 꾸민다.로라는 어릴 적 기억을 찾아 지금은 기능을 잃어버린 등대 밑 해식동굴로 시몬을 데려간다. 시몬은 동굴 안에서 누구와 대화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개껍질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동굴 안에서 사귄 새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