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기예르모 델 토로의 걸작 ‘셰이프 오브 워터’(2017)와 흡사한 포스터를 한 ‘파리의 인어’(마티아스 말지우 감독, 2020)는 그 작품과의 상대평가가 좀 곤란한 동화 같은 판타지 로맨스이다. 40살 독신 가스파르(니콜라스 뒤보셸)는 일과가 끝난 저녁엔 아버지가 운영하는 선박 카페 플라워 베르제에서 노래한다.어느 날 카페 옆 강둑에서 상처를 입고 쓰러진 인어 롤라(마릴린 리마)를 발견해 병원에 데려가지만 접수대 직원은 의료보험증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빅토르와 미레나는 그 병원에 근무하는 부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몬스터 콜’(2016)은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2007)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를 반하게 만든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가는 경유지가 된, 기념비적인 ‘아픈 동화’다. 12살 코너(루이스 맥더겔)는 암 투병 중인 엄마(펠리시티 존스)와 외딴집에서 단둘이 사는데 학교에선 ’왕따‘다.한 급우가 이끄는 무리에게 매일 얻어맞고 산다. 아버지는 엄마를 임신시켜 미대 진학을 가로막은 것도 모자라 재혼해 딸을 낳았지만 무능력해 코너에게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 코너는 엄마의 병수발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불광대장간]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골목. “탕! 탕! 탕!” 쇠를 두드리는 망치소리가 아침부터 골목길에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간판은 물론 그 존재를 보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 대장간. 불광대장간, 지붕에 올려진 번듯한 간판은 서울시에서 전통 점포로 인증한 표시라고 한다. 대장장이 박경원(77)씨와 아들 상범(47)씨 부자(父子)의 일터인 `불광대장간’의 아침 풍경이다. 이곳에선 화덕에서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어리를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매질하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크리미널’(아리엘 브로멘 감독, 2016)은 첩보 미스터리 영화라고 홍보되지만 첩보극으로서의 재미는 그다지 크지 않은 대신 기억 이식이란 개념을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웅변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매우 강하다. 런던 주재 CIA 요원 빌리(라이언 레이놀즈)가 스페인 테러리스트 헤임달의 부하에게 살해된다.‘더치맨’이라 불리는 해커가 미국 국방부를 해킹해 미사일 통제권을 장악한 뒤 미 대사관에 되팔려 했고, 빌리는 가방에 현금과 여권을 넣은 채 더치맨을 만나려다 살해됐는데 가방의 행방이 묘연하다. 더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박혜령 감독, 2020)은 사전엔 없지만 식구라는 단어와 유사한 개념의 밥情이란 제목을 통해 셰프 임지호(65)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가 자연에서 채집한 온갖 재료들로 예술 작품에 가까운 요리를 정성 들여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과정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수려한 풍광과 함께 보여 준다.임지호가 태어났을 때 4명의 누나가 있었고, 아버지는 한의사였다. 세상 물정을 어느 정도 알 나이가 됐을 때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아내가 아들을 낳지 못하자 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니키타’(뤽 베송 감독, 1990)는 ‘레옹’(1994)보다는 덜 세련되긴 했지만 그걸 예고하는 서곡으로서 소외와 사랑에 대해 담고 있는 메시지와 표현하는 방식만큼은 매우 강한 진동을 지녔다. 19살 니키타(안느 파릴로드)는 부랑자 친구들과 강도질을 하다 경찰을 총으로 쏴 죽이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재판정에서도 난동을 부린 그녀가 깨어난 곳은 감옥이 아닌 정부가 만든 킬러 양성소. 담당 요원 밥(체키 카료)은 그녀는 공식적으로 죽었다며 일정한 교육을 수료한 뒤 킬러로서 활동을 하든가, 아니면 묘지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산을 넘어 고개 넘어강물 따라 내려 간다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아리랑 고개 넘고 넘어쓰리랑 고개 넘고 넘어님 찾아 꿈 찾아 넘어 간다아리아리 아라리오남한산성(南漢山城) 넘고 넘어이성산성(二聖山城) 돌고 돌아한강 따라 배를 타네 이 강 따라 내려가면광나루 옆 송파나루이 강 건너 멈추어라가슴 아픈 삼전도(三田渡)라물결 따라 강물 저어배를 타고 내려 간다님을 찾아 꿈을 찾아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응봉(鷹峰)에 봄이 오니노란꽃이 개나리요연분홍꽃 진달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삶의 지혜를 전달해 주는 영화는 무수하게 많은데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로브 라이너 감독, 2007)은 그중 필독서로 손꼽기에 손색이 없을 듯하다. 자동차 정비사 카터(모건 프리먼)는 대학 때 연인 버지니아가 임신하는 바람에 중퇴하고 지금까지 아내와 3남매를 위해 헌신해 왔다.에드워드(잭 니콜슨)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 사업가이지만 성격이 괴팍해 친구도 없고 4번의 이혼 끝에 얻은 유일한 딸 에밀리와는 연을 끊고 혼자 살고 있다. 주로 병원 사업을 하는 에드워드는 암 선고를 받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김포국제공항] 국내 최초의 공항인 김포국제공항은 1942년 준공되어 1957년까지는 군용비행장으로 사용되었으나, 1958년 국제공항으로 지정됐다. 태평양 전쟁 직전인 1939년, 일본군은 이미 김포에 활주로를 만들어 가미카제 특공대의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6.25가 터지면서는 유엔사령부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김포 비행장을 징발해 오랫동안 미 공군이 소유하게 됐다.1948년 최초의 민간항공사 대한국민항공사(KNA)를 설립하고 서울-부산 취항을 시작으로 서울과 주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톰보이’(2011)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뒤늦게 공개됐다. 10살 로레(조 허란)는 6살 자매 잔, 셋째를 임신한 엄마, 그리고 컴퓨터 관련 일을 하는 아빠와 사는 평범한 소녀다. 아버지의 직장 문제로 이제 막 새 동네로 이사 왔다.소녀들보다는 소년들과 뛰어놀고 축구를 하는 게 더 좋은 그녀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지만 입고 다닌다. 창밖으로 소년들이 노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그들 곁에 슬며시 다가가고 그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배우에서 감독으로 갈아탄 스캇 쿠퍼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몬태나’(2018)는 의외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수작이다. 흔히 웨스턴 무비라고 하지만 기존 서부 영화와는 결이 다른 로드 무비다. 미국인들이 서부를 개척하며 인디언들과의 갈등이 고조되던 19세기 말 미국 정부는 전시적인 목적으로 7년간 잡아둔 샤이엔족 추장 옐로 호크(웨스 스투디) 가족을 고향인 몬태나 주 ‘곰의 계곡’으로 돌려보내려 한다.대통령의 명령서를 받은 대대장은 퇴역을 앞둔 만년 대위 블로커(크리스천 베일)를 호출해 호송 임무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세기 청조 말의 혼란기. 명문 문파인 무당파의 마지막 제자로서 당대 최고의 실력을 갖춘 무사 무바이(저우룬파-주윤발)는 사부의 원수인 푸른 여우를 죽이지 못한 죄책감과 더불어 자신을 위해 희생한 친구의 정인인 쉬리안(앙쯔충-양자경)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데 죄악감 때문에 강호를 떠나려 한다.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400년 된 명검 청명검을 쉬리안에게 준 뒤 그들의 은인인 베이징의 타이 대인에게 전하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청명검을 전하자마자 도둑이 들어 훔쳐 가고, 쉬리안은 왕실 보안 책임자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역설의 거장’ G. K. 체스터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목요일이었던 남자’(발라즈 주슈트 감독, 2016)는 원작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은 데다 다소 난해하지만 깊게 음미하면 꽤 심오한 담론을 느낄 수 있다. 시골 성당의 신부 스미스는 헌금 수금원에 불과하다는 자괴감과 더불어 솟구치는 성욕 등에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낸다.어느 날 고해성사를 하러 온 한 창녀의 유혹에 못 이겨 그녀와 관계를 맺으면서 그간 빼돌린 헌금을 모두 빼앗긴 뒤 성당에 불을 지른 죄로 로마의 사길리아 수도원에 수감돼 성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충정아파트] 충정로를 걷다 보면 마치 앞면이 잘려나간 듯 보이는 낡고 오래된 녹색건물이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다. 1층에 상가가 조성되어 있는 이곳은 입구부터 3개의 서로 다른 재질로 ‘충정아파트’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곳. 건축가이자 건축주였던 일본인 도요타 다네오의 이름을 따서 도요타 아파트, 또는 한자 음대로 풍전아파트로 불렸던 충정아파트. 구 건축물대장엔 1937년 8월 준공으로 기재돼있지만 ‘등기에 의한 등재’라는 대목으로 봐서 그 이전에 준공된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02년 ‘본 아이덴티티’로 시작된 본 시리즈는 ‘007’ 시리즈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이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첩보 영화로서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다. 이후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으로 이어지다 뜬금없이 맷 데이먼이 아닌 제레미 레너를 내세운 ‘본 레거시’로 살짝 실망을 주기도 했다.‘제이슨 본’(2016)은 데이먼은 물론 폴 그린그래스 감독까지 복귀해 시리즈를 제대로 매조진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에 열광한 관객들에겐 추억의 소환이자 아쉬운 종착지다. 제이슨의 움직임을 포착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중경삼림’(1994)은 홍콩을 대표하는 예술적 감독 왕자웨이(왕가위)의 영화 중 가장 걸작이라고도, 혹은 가장 쉬운 작품이라고도 평가된다. 사복 경찰 223(카네시로 타케시-금성무)은 5월 1일 생일을 한 달 앞둔 만우절에 5년간 사귄 연인 메이에게 거짓말처럼 실연당한 뒤 매일 5월 1일로 유통기한이 정해진 파인애플 통조림을 구매한다.4월 30일 밤까지 메이의 연락이 없자 30개의 통조림을 한꺼번에 먹은 뒤 한 바에 들러 게워 내고 술을 마시며 이곳에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겠노라 다짐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천장지구’(찬묵싱-진목승 감독, 1990)는 1980~90년대 홍콩 영화에 열광한 마니아들에게 ‘영웅본색’만큼 잊지 못할 누아르일 것이다. 원제 ‘天若有情’(하늘에도 정이 있다면, 하늘이 정이 있는 듯하다)와 ‘연애의 순간’이란 영어 제목에서 보듯 젊은 남녀의 맹목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을 강렬하게 그린다.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타이완 출신 창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화(류더화-유덕화). 어릴 적 엄마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바람에 같은 일을 하는 3명의 엄마 친구들 손에 자란 그는 폭력 조직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무장원 소걸아’(찬지아샹-진가상-감독, 1992)는 찬지아샹(진가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저우싱즈(주성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저우 특유의 코미디와 철학이 어우러져 참된 삶의 전범을 똥기는 무협 영화다. 아찬은 남부러울 것 없는 광저우의 갑부 소 장군(우멍다-오맹달)의 무매독자다.그는 집안에 돈이 넘쳐나기에 아쉬울 게 없어 글조차 배우길 꺼렸다. 25살 생일에 술집 이화원에 갔다 기생 여상(장만-장민)을 놓고 황제의 최측근 고위 관리 왕야와 시비가 붙는다. 왕야는 무림 고수 무기의 도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폭풍 속으로’,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가 남자보다 더 남자‘들’의 심리를 훨씬 많이 알고 그런 내면의 외화에 탁월한 솜씨를 보여 각광받는 여류 감독이라면 ‘섀도우 클라우드’의 중국계 뉴질랜드인 로젠느 리앙 감독은 페미니즘을 가장 거칠고 재미있는 액션으로 은유하는 작가로서 빛을 발한다.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3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연합군 공군기지. 막 이륙하려는 폭격기에 영국 공군 소속 여군 비행장교 개릿(클로이 모레츠)이 탑승한다. 그녀는 라이거트 소령의 비밀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인어’(2016)는 유명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프로 한 건 맞지만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저우싱즈(주성치) 감독 특유의 B급 코미디의 외피로 치장한 참된 사랑과 자연 보호에 관한 영화다. 인어들은 아직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청정지역 칭뤄만에서 살고 있다.그런데 어느 날 돈밖에 모르는 젊은 부동산 재벌 류 사장(덩차오)이 이곳을 사들여 소음으로 특정 어종을 쫓아낼 뿐만 아니라 생존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소나라는 기계를 설치하고 무분별하게 개발하려 한다. 바다에서 생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