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새벽 바람이 목을 타고 넘어온다. 스카프와 모자를 눌러쓰고 걸어도 세찬 바람이 몸 구석구석에 머문다. 매서운 강바람이 겨울임을 알린다. 한강을 건너야 동작이다. 100여 년 전 한강을 어떻게 건너갔을까? 나룻배를 타고 추운 겨울에 건너기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한양에서 한강을 건너는 왕의 행렬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한양도성 옛길을 따라 목멱산 아래 첫 동네를 지나니 궁금증이 물밀 듯 밀려온다.목멱산 아래 둔지미 마을에서 한강을 바라보다 다리를 건너간다. 목멱산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바람이 차갑다. 가을의 끝인 듯 은행나무에 매달린 노란 은행잎이 휘날린다. 숭례문 성벽을 따라 오르니 억새가 흔들거리며 손짓을 한다. 목멱산 백범광장에서 잠두봉과 한강이 한눈에 보인다. 도성 안과 밖의 모습은 언제나 흥미롭다. 숭례문 밖 남지가 있었고, 한양도성 옛길에 남묘가 있었다. 목멱산 성곽에서 바라 본 한강은 동에서 서로 말없이 흘러간다.100여 년 전 한강 나루터는 어느새 다리가 놓여져 붐빈다. 저 멀리 한남대교에서 반포대교,동작대교와 한강대교 그리고 원효대교는 언제 만들어졌을까?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통인시장 정자 앞은 언제나 북적거린다. 시장을 가는 사람과 인왕산을 오르는 사람이 만나는 광장이다. 잠시 쉬어가는 정자에서 세종대왕도 만날 수 있다. 이곳 어딘가에서 600여 년 전 충녕대군이 태어났다. 궁담길 밖 이곳이 세종마을이다. 눈에 익은 마을버스도 오간다. 서울시청 광장에서 경복궁역을 지나 10분이면 수성동 계곡이다. 경복궁에서 걸어서 10분에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인왕산 정상도 오를 수 있는 곳이다. 청바지를 입은 사람, 넥타이를 메고 걷는 사람, 모자를 눌러 쓴 외국인까지 옥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인왕산 정상의 물은 어디로 흘러갈까? 가을비를 맞으며 수성동계곡에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이 지나니 낮이 짧아진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도 분다. 계곡을 향하는 길목에는 꽃무릇이 활짝 피어 절기를 실감케 한다. 추분이 지나니 추어지는 날씨밖에 없다. 찬 이슬이 내리면 단풍이 들고 한로 지나 은행잎이 노랗게 되면 서리가 내린다. 자연의 섭리다. 인왕산도 가을을 준비한다.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니 순환도로다. 횡단보도를 건너 또다시 계곡를 만난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입하를 지나 소만(小滿)으로 가는 절기다. 경희궁의 모란이 지고 작약이 꽃망울을 터트린다. 겨우내 땅속에서 버틴 작약은 탐스럽게 함박꽃이 되어간다. 경희궁 꽃길 따라 성벽이 이어져 있다. 성벽과 성벽 사이 성문이 보이지 않는다. 서쪽에는 서대문이 없다. 돈의문터만 외로이 표석으로 서 있다. 100여 년 전 근대화의 바람에 소리 없이 사라지고 없다. 돈의문 언덕위에서 경운궁을 향해 거닌다. 덕수궁(德壽宮)이 더 친근한 이름이다.경운궁 궁담길의 역사와 유래 덕수궁은 성종의
꽃 피고 꽃 지니 백악산은 반쯤 핀 모란 같이 아름답다곡우 지나 입하 오니 나무 새순 초록으로 울울창창하네삼춘차(三春茶) 한잔 창덕궁 지나 사색길 종묘를 걷는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경복궁의 북문 신무문에서 앞을 보니 화강암 바위들이 즐비하다. 겸재 정선의 그림 속 바위들이 눈에 띈다. 취미대,대은암,독락정,청송당등 장동팔경첩이 바로 이곳이다. 300여 년 전 그림 무대가 펼쳐진다. 꽃들과 나무순들이 조화롭게 얽혀있다. 길을 따라 오르니 청계천 발원지 백악산과 인왕산의 골짜기다. 지네처럼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만곡을 깨우는 곡우(穀雨)가 지나 입하(立夏)를 향해 가는 인왕산은 곳곳이 별천지다. 24절기 6번째 청명과 입하 사이 곡우에 꽃비가 내린다. 참꽃 진달래 지고 벚꽃 꽃비 되어 휘날리니 도화가 인왕산 청계동천을 붉게 물들인다. 꽃은 피고 꽃이 지니 인왕춘화에 상춘객이 인왕산 기차바위의 주인 노릇을 한다.‘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군명신현(君明臣賢) 상하상화(上下相和)방득길운(方得吉運) 진재진명(進財振名)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 성을 메우니온갖 생물이 힘차게 자라 생육하는구나리더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아리랑 고개로 날만 넴겨다오물적삼 챙겨들고 집을 나서니바람이 무섭더냐 파도가 무섭더냐하늘을 머금고 바당에 잠기면 바당이내 것인가 파도가 내 것인가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한양도성에서 제주성까지 ‘제주 아리랑’소리를 들으며 옛길을 걷는다. 옛 사람의 눈으로, 옛 사람의 마음으로 제주를 보고 느끼고 싶다. 100년 전 제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200년 전 제주는 어떻게 갈 수 있었을까? 마치 한양도성 옛길을 걷듯이 해안가에서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시간여행을 떠
“계룡산 높이 솟아 층층이 푸름 꽂고맑은 기운 굽이굽이 장백(長白)에서 뻗어왔네.산에는 물 웅덩이 용이 서리고산에는 구름 있어 만물을 적시도다.내 일찍이 이 산에 노닐고자 하였음은신령한 기운 다른 산과 다름이라때마침 장맛비 천하를 적시나니용은 구름을 부리고 구름은 용을 좇도다.“경재 서거정(徐居正)이 계룡산에 올라 읊은 계악한운(鷄嶽閑雲) 시(詩)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젊음이 샘솟는 계룡산을 가다백두대간에서 시작하여 지리산을 향하는 산세는 크고 웅장하다. 지리산에서 뻗어 나온 한 갈래
‘그해 겨울갈 수 없는 길과 가야 하는 길은 포개져 있었다.죽어서 살 것인가,살아서 죽을 것인가.......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김훈의 ‘남한산성’ 책 속 글을 생각하며 세찬 바람속에 남한산을 오른다, 피난길이 아닌 순례길이라 여유 있다. 전쟁터가 아닌 힐링터라 성안과 성밖을 시나브로 거닌다. 남문을 지나니 성곽길이 이어진다. 정상을 향하는 길은 힘들지만 상쾌하다. 성곽길 따라 한참을 오
‘아리아롱, 아라리가 났네아이롱 고개로 날만 냄겨주오머루 다래 넝쿨은 얼그렁 설그렁너와 나의 사랑도 얼그렁 설그렁아리아롱,아라리가 났네아이롱 고개로 날만 냄겨주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금강 따라 공산성에 애절한 가락이 들린다. 아리랑 중 가장 느린 가락이 심금을 울린다. ‘공주 긴 아리랑’소리다. 금강철교를 건너니 1500여 년 전 도읍지가 코앞이다. 누가 도읍지를 옮겼을까. 공산성은 늦가을에 말이 없다. 110m 높이 2.2km 공산성 성곽길 따라 거닌다. 오르막길 늘어선 비석군을 보
‘남원산성 올라가 이화문전(李花門前) 바라보니수진이 날진이 해동청(海東靑) 보라매 떳다 봐라 저 종달새~석양은 늘어져 갈매기 울고 능수버들 가지 휘늘어진데꾀꼬리는 짝을 지어 이산으로 가며 꾀꼬리 수리루 음허~‘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남도민요 가락이 가을 하늘에 울려 퍼진다. 이화문전이 아니라 단풍직전처럼 남원성에서 교룡산성까지 오르는 길은 오색에 물든다. 바람은 서늘하고 햇볕은 따뜻하다. 남원성(南原城) 북쪽 성벽을 지나 해자를 보니, 어디서 물줄기를 끌어왔을까. 바로 향교 아래 흐르는 축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삼각산을 따라 백악산을 내려오면 내사산 중 가장 낮은 산을 만난다. 혜화문에서 흥인지문에 펼쳐진 성벽은 낙타산 정상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낙타산 정상은 125m이다. 그야말로 동산이다. 이곳에 서면 한양도성이 퍼즐처럼 연결된다. 정상에서 바라 본 서울은 마치 하나의 산이다. 산과 산이 이어져 있다. 천과 천이 모여 강을 이룬다. 산과 산 사이 성벽이 있다. 성벽과 성벽 사이 성문이 있다. 인의예지,4대문과 4소문이다. 소통의 문이다. 좌청룡 낙타산,성안과 성밖 야경에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인왕산 기차바위에서 하늘을 바라본다. 가을은 땅에서 귀뚜라미 등을 타고 내려온다. 하늘에서 뭉게구름 속에 가을의 햇빛을 비추며 다가온다. 입추 지나 말복 가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말복 지나 처서 오니 여름이 문득 멈춘다. 무더운 여름 흠뻑 내린 비에 바람이 세차게 분다. 절기는 오묘하다. 4계절 24절기 중 14번째 처서(處暑)가 지나간다.인왕산 기차바위에 앉아 남쪽을 본다. 600여 년 역사를 담은 종묘, 문화를 간직한 사단과 직단의 사직단 잔디밭이 아침비에 고요하다. 경복궁 옆 경회루도 가
‘토란국과 보리밥을 넉넉하게 먹고,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땅에서 솟는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봄꽃과 가을 달빛을 감상하고,새의 지저귐과 솔바람 소리를 듣고,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 향을 맡고 있다네.한 가지 더,이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기는 마음까지 팔여(八餘)라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은 한양을 떠나 유유히 낙향한다. 안산(鞍山)을 넘어 난지도를 건너 고양 망동 명봉산에 이른다. 은휴정 정자를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숲 우거지고 산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을 거닌다. 물 안개 피어나는 계곡은 언제 보아도 정답다. 경치가 수려한 곳 자하동이다. 가슴 설레는 지명이다. 고려시대 개성에 자하동이 있었다. 600여 년 전 한양도성 창의문 밖 아름다운 계곡에도 있었다. 자하문(紫霞門)이라 불리며 자문밖 자하계곡물이 흘러 세검정천에 모였다.자하동천(紫霞洞天),자하동 계곡을 거닌다관악산 연주봉에서 물줄기는 과천으로 내려온다. 계곡은 길다. 깊은 계곡은 물과 너럭바위가 많다. 기암절벽과 골짜기가 이어진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인왕산과 백악산의 활기찬 기운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왕산 기차바위가 마치 힘찬 기차와 같다. 바위와 바위 사이 소나무와 산사나무가 울창하다. 한폭의 그림이다. 붓과 먹을 준비한다. 비가 세차게 내린다. 잠시 후 비가 그친다. 인왕산 바위가 물을 먹는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화강암 덩어리를 보며 엷게 붓을 놀린다. 비에 젖은 소나무와 잣나무를 터치한다.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하얀 구름이 바위틈에 내려 앉는다. 우중에 폭포를 구경 할 시간이다.빗물은 계곡을 향한다. 옥구슬 구르듯 흘러가는 물줄기
‘소나무 꽃가루는 금가루처럼 날리고, 계곡물은 옥소리같이 맑게 흐르네.너럭바위에 나그네가 와 앉으니, 옛 신선들이 놀던 단이 있는 듯 하구나.‘산과 흐르는 계곡물이 아름다운 승경지, 자하동천을 그린 시(詩)다. ‘자하동(紫霞洞)’이라는 하위량의 5언절구 한시가 노래 같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백악산과 인왕산을 잇는 곳에 창의문(彰義門)이 있다. 4소문 중 북소문으로 불리었다. 궁밖과 궁안을 경계짓는 성문이다. 숙정문이 굳게 닫혀 북문 역할을 하였다. 청운동과 부암동의 경계이다. 자하문(紫
‘새벽빛 한강에 뜨니 큰 집들 낚시배에 가린다.아침마다 나와 오뚝 앉으면 첫 햇살 목멱산에 오른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새벽빛이 어슴푸레 흐르는 이른 아침, 양천현감이던 겸재 정선이 한강과 아름다운 산을 보며 붓을 힘껏 움직인다. 목멱조돈(木覓朝暾)이다. 목멱산은 예나 지금이나 소나무 울창하고, 봉수대와 국사당이 있는 명산 이었다.겸재 정선은 오랜 벗 사천 이병연을 생각한다. 인왕산과 백악산 자락 집에서 시와 그림을 나눈다. 한양도성안 산과 강 그리고 계곡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화폭에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생기면서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가슴에 금이 갔다.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에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김광섭의 는 소박하고 조용한 성(城)너머 마을,삶의 이야기를 실타래처럼 풀어준다. 백악산과 삼각산 사이 산과 산이 이어지는 곳에 마을이 있다. 예로부터 양지마을로 산세와 지세가 좋은 큰 동네이다.성북동(城北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