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 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3년 11월, 종로구 소격동에는 미술계 최대의 화제였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을 했다. 서울관의 화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둘을 잇는 근대의 공존이다. 그중 미술관의 주출입구인 붉은색 벽돌 건물은 1928년 개원한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의원의 외래 진찰소 건물로 1932년 일부 준공 후 1933년 증축으로 40년 가까이, 보안과 통제로 불가침 영역이었던 국군 기무사령부이자 일제강점기엔 서울대 의대의 전신이 된 경성의전 외래진료소가 있었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고스트버스터즈 라이즈’(제이슨 라이트맨 감독)은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즐겨도 무난한 상업 서스펜스 영화이지만 ‘고스트버스터즈’ 1, 2편을 예습하고 보면 더욱 흥미진진할 수 있다. 1984년 뉴욕에서 동료 3명과 함께 유령 사냥꾼 고스트버스터즈로 활약했던 이곤(해롤드 래미스)은 2020년 시골 서머빌에 칩거 중이다.아내와 딸을 외면한 채 무언가에 골몰하던 이곤은 서머빌 ‘흙 농장’에서 심장마비로 숨진다. 16살, 12살 남매 트레버(핀 울프하드), 피비(맥케나 그레이스)를 홀로 키우며 살던 이곤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F 소설의 고전 중의 고전이라고 칭송받는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1984년 컬트의 거장 데이비드 린치가 ‘사구’로 영화화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현재 국내 극장가에는 21세기의 대표적인 천재 감독 중 하나인 드니 빌뇌브가 리메이크한 ‘듄’이 상영 중이다. ‘사구’와 달리 연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린치는 4시간짜리로 찍은 뒤 3시간짜리까지 타협했지만 유니버설 등 투자자들은 2시간짜리를 고집했고, 결국 141분으로 개봉되는 바람에 내용이 많은 면에서 설득력을 잃었다며 ‘듄’은 서막임에도 무려 15
[미디어파인 칼럼=정분임 작가의 아무튼 영화&글쟁이 엿보기] "우리 이 아파트 팔고 저 아래 빌라 새로 생긴 데로 이사 갈까?""싫어."초6 딸은 완고했다. 빌라에 산다는 것이 창피하단다. 전에 반 친구가 반지하에 산다고 아이가 안타깝게 여겼던 표정이 기억난다.TV 예능에서 집 구해주는 장면을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집 인테리어가 허접하고 남루했다. 거기에 나오는 집들은 아파트, 빌라, 전원주택, 단독주택, 주상복합, 원룸 등 참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궁전같이 화려한 집도 있었다. 우리 동네 새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김동리의 걸작 단편 소설(1936)을 최초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시킨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는 원작의 재미, 중립, 철학을 극대화한 예술성이 돋보인다. 제44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게 지극히 당연한, K-애니메이션의 상전벽해이다.유난히 예술을 사랑한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그림 무녀도에 관한 사연을 화자가 내레이션으로 펼쳐 나가는 액자 형식으로 진행된다. 경주 외곽에 사는 무녀 모화(소냐)는 홀로 혼외 아들 욱이(김다현)와 수양딸 낭이(안정아)를 키운다. 제 미천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건국대 상허기념관]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건국대학교. 교정으로 들어서면 2만여 평의 호수 일감호를 시작으로 여느 대학처럼 최신식 건물들이 즐비하다. 그 교정 한가운데로 들어서 있는 붉은색 고풍스러운 벽돌 건물 하나, 건국대학교의 모태이자 지금은 상허기념관이라는 이름의 대학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옛 서북학회 회관이다. 서북학회 회관(西北學會 會館)으로 불렸던 이 건물은 건립 당시만 해도 민족애국계몽단체인 서북학회의 회관으로 종로구 낙원동 282번지에 그 터를 잡았던 건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베어’, ‘연인’의 장 자크 아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트 무비 감독이다. 그런데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는 그의 이전 작품과는 달리 커다란 재미를 선사하는 상업 영화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가을. 나치는 유럽 대륙을 유린한 뒤 미국 동맹국인 소련의 마지막 보루 스탈린그라드를 침공한다.기세등등한 독일군의 파상 공세는 전쟁 물자까지 부족한 소련군을 파죽지세로 짓밟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소련군 정치 장교 다닐로프(조셉 파인즈)는 선전 전단을 뿌리기 위하여 전장의 한복판에 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울프’(1994)는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가 연출하고 연기파의 대명사 잭 니콜슨이 주연을 맡은 호러 영화이다. 니콜슨의 명연기도 훌륭하지만 당시 30대 중반의 나이로 가장 빛나는 미모를 뽐낸 미셸 파이퍼의 충만한 매력을 감상하는 게 덤이다. 50대의 윌(니콜슨)은 뉴욕 유력 출판사의 편집장이다.억만장자 알든이 출판사를 인수하는 중이고, 윌의 후배 스튜어트(제임스 스페이더)가 편집장 자리를 노려 그에게 아부하고 있다. 윌은 출장 갔다 돌아오는 한밤 시골길에서 늑대를 친 뒤 차에서 내려 확인하다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는? 비주얼이다. 그림이 볼 만하거나 아름다워야 한다. 오락용이다. 재미있거나 최소한 웃음을 줌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줘야 한다. 예술이다.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켜 주거나 “나 그 영화 봤어. 좋아해.”라고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킬링 타임용이라지만 기억에 남아야 한다.가장 프랑스인다운 영화를 만드는 미국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결코 쉽지 않음에도 꽤 많은 관객들이 열광하는 이유이다. 그런 그가 오는 18일 새 작품 ‘프렌치 디스패치’로 돌아온다. 이 작품은 전술한 그의 모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1991년 4월 26일 서울 명지대학교 앞에서 ‘학원 자주화 완전 승리와 노태우 정권 타도 및 총학생회장 구출을 위한 결의 대회’가 개최되었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경찰은 그 악명 높은 백골단(사복 전경)을 투입했고, 신입생 강경대(19)는 그들이 무자비하게 휘두른 쇠 파이프에 두부를 맞아 사망했다.27일부터 대학생들은 노태우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면서 연세대학교에서 규탄 대회를 벌였는데 이는 전국 20개 대학에서의 강경대 폭행 치사에 항의하는 집회와 시위로 이어졌다. 그리고 다음 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쿵푸 허슬’(저우싱츠 감독, 2005)은 저우(주성치)가 연출은 물론 각색과 제작에 참여하고,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콜럼비아트라이스타가 투자, 배급한 블록버스터이다. 중국 B급 코미디의 대명사로서 엄청난 ‘팬덤’을 거느린 저우의 작품 중 가장 상업적인 만큼 많은 재미를 담고 있는 버라이어티 쇼이다.조직폭력배 도끼파가 경찰까지 쥐락펴락하는 1940년대 상하이. 도심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중년의 한 부부는 빈민이 사는 돼지촌을 만들어 운영하며 살고 있다. 고아로 자란 부랑아 싱(저우)은 공갈로 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케이 팩스’(이안 소프틀리 감독, 2001)는 리처드 쉔크만 감독의 영리한 철학 SF ‘맨 프롬 어스’(2007)에 필적할 만한 수작이다. 어느 날 맨해튼 기차역에 허름한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프롯(케빈 스페이시)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경찰은 신분증도 없이 횡설수설하는 수상한 그를 정신 병원으로 보낸다.첫 결혼에 실패해 아들과 등을 돌렸지만 두 번째 결혼에서 두 딸을 얻어 행복하게 사는 파웰(제프 브리지스) 박사가 그의 치료를 맡는다. 프롯은 지구로부터 1000광년 떨어진 거문고자리의 케이 팩스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낙원동 떡전골목] 순수와 장수를 뜻하는 떡국으로 새해를 열고... 명절마다 생일마다 제사마다 먹었던 떡... 그리고 우리 떡의 명맥을 잇고 있는 서울의 한 거리가 있다. 창덕궁과 창경궁이 가까운 낙원동 일대엔 한국전쟁을 전후해 터를 잡은 옛 떡전골목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 떡집 대부분은 짧게는 3~40년에서 길게는 100년 가까이 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 한때 수 십 곳에 달했던 떡집들이 지금은 열 곳 남짓으로 줄었고 궁중 떡으로 유명한 이곳의 맛과 멋은 여전히 서울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중 마지막인 ‘스파이더맨 3’(2007)는 흥행 성적 459만여 명이 증명하는 재미를 넘어선 수작이다.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절친’ 해리(제임스 프랭코)가 자신이 아버지(악당 그린 고블린)를 죽였다고 오해하고는 공격해 오자 반격하다 그에게 중상을 입힌다.병원에서 깨어난 해리는 해리성 기억상실증으로 일부 기억을 잃고는 자신의 병석을 지킨 ‘절친’ 피터에게 고마워한다. 피터는 데일리 버글에서 프리랜서 사진 기자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데다 스파이더맨으로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가족과 그리움에 관한 신동민 감독의 자전적 영화이다. 혜정(김혜정, 노윤정)은 바람난 철부지 남편과 헤어진 뒤 큰아들 동민(신정웅)과 둘째 동휘마저 독립하자 홀로 노래방을 운영하며 산다. 보일러가 고장 났다며 동민을 부르자 그는 한걸음에 달려온다.재미있는 얘기를 해 주겠다며 “얼마 전 아빠가 술 한잔하자며 찾아왔는데 새 여자와 결혼식을 올린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한다. 자신과는 결혼식을 안 올렸다고, 그 여자에게는 동민만한 딸도 있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혜정은 유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담보’(강대규 감독, 2020)는 관객들을 울려 보겠다고 작정하고 만든 최루 영화이다.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 열을 올리는데 의외로 어린 승이 역의 박소이(9)의 뛰어난 연기력과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의 귀여운 매력이 이 작품 속에 푹 빠지도록 만든다.1993년 인천. 중년의 두석(성동일)은 사채업을 하는 친구의 못 받은 돈을 대신 받아주는 일을 동거인 종배(김희원)와 함께 하고 있다. 3달째 이자가 밀린 조선족 명자(김윤진)를 길거리에서 마주친 두석은 그녀의 9살 딸 승이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전라남도 여수에서 3대째 돼지국밥 식당 동백을 운영하는 순철(박근형)은 곧 팔순이다. 워낙 인심이 사나워 친구가 없는 그의 팔순 잔치에 손님이 안 올 것을 우려한 환갑의 아들 남식은 주민들에게 공짜 술을 대접하며 참석을 부탁하지만 이를 본 순철은 행패만 부릴 따름이다.손님이 떨어지자 순철은 가족들에게 폐업 의사를 전하고, 남식 부부는 반발한다. 손자 귀태는 음악에만 관심이 있을 뿐 식당 운영에는 무관심하다. 그런데 어느 날 대명그룹 회장 장연실이 10살 손녀 혜지와 함께 동백을 찾는다. 죽은 아버지
[미디어파인 칼럼= 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부민관] 일제 강점기, 동양극장, 단성사, 명치좌 등의 여러 극장들은 영화 상영으로 인기가 높았던 경성부민들의 문화공간이었다. 하지만 많은 연극단체와 악극단을 위한 대규모 공연장으론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던 1935년, 태평로를 사이에 두고 지금의 서울시 청사인 경성부청 맞은편에 국내 최초의 다목적 공연장이 들어섰다. 현재 서울 시의회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부민관은 1,800명을 수용했던 대강당 외에도 중강당과 소강당, 조명과 냉난방 시설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휴가’(이란희 감독)는 낭만적인 제목과 달리 매우 아프고 처연하다. 홀로 고교 3년생 현희(김정연), 중학 2년생 현빈(이승주) 두 딸을 키우는 재복(이봉하)은 5년째 서울 강남역에서 부당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 중이다. 지친 동료 영석(서광택), 만용(황정용)과 갈등하다가 일주일간 휴가를 갖기로 결정한다.지방 소도시 허름한 집으로 돌아온 재복은 현희로부터 수시모집에 합격했으니 예치금 40만 원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큰소리를 치지만 막막하다. 그 돈을 빌리기 위해 친구 우진(신운섭)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바그다드 카페’(퍼시 애들런 감독, 1987)는 지난 4월 국내에서 세 번째 개봉되었을 정도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걸작이다. 독일 로젠하임 출신의 야스민은 미국 여행 중 남편과 헤어지고 남편이 버린 커피포트와 여행 가방을 들고 라스베이거스 끝 황량한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있는 바그다드 카페에 들어선다.그곳 주인은 카페, 주유소, 그리고 모텔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허름한 숙소를 운영하는 브렌다. 무능한 남편은 며칠 전 싸운 뒤 집을 나갔다. 사춘기 아들 살은 벌써 딸을 낳았지만 온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