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상업적 구도는 선악의 대결을 통한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 다수의 예상을 깨는 반전, 억지스러움이 묻어나지만 눈물을 유도하는 감동 등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채비’(조영준 감독, 오퍼스픽쳐스 배급)는 자극적인 가공양념이 배제된 유기농 무비다. 한때 유행했던 ‘힐링’이란 단어가 안성맞춤이다.서울의 중심이지만 서민이 많이 사는 홍제동. 늙은 애숙(고두심)은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문경(유선) 인규(김성균) 남매를 키우며 살아왔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지난 25일 열린 제54회 대종상영화제는 이미 수많은 영화팬들로부터 외면당한 지 오래지만 주최 측은 물론 영화인들에겐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주관, 지원해온 가장 오래된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청룡영화상과 함께 경쟁적 파트너쉽 관계를 유지하는 동반상승 효과로 한국영화 발전에 공동으로 이바지해주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있다.이번에 조직위원회는 대대적인 개혁을 통한 ‘리부트’를 선언했지만 ‘절반의 성공’이란 다소 희망적인 평가와 ‘역시나’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리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침묵’(정지우 감독,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의 제목이나 포스터만 보고 ‘그저 그런 치정과 법정 드라마려니’ 했다간 큰코다친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감독은 물론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등장인물들과의 두뇌싸움을 펼칠, 그리고 지적인 유희를 즐길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만 한다.태산그룹 회장 임태산(최민식)은 20대 무남독녀 미라(이수경)와 둘이 사는데 인기가수 유나(이하늬)와 약혼한 사이다. 유나는 미라와 친해지려 하지만 아버지에게 적대감을 가진 미라가 유나를 곱게 받아들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중 풍부한 유머로 재미에 집중한 작품이라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 2편과 ‘데드풀'이 대표적이다. 그리스-로마 신화도 쉽지 않은데 북유럽 신화를 끌어들인 ‘토르’ 시리즈는 그 복잡한 우주관부터 등장인물과 지역의 이름까지 생소해 난해했지만 3편인 ‘토르: 라그나로크’(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급, 이후 ‘토르3’)는 의외로 쉽고 엄청나게 웃긴, 재미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작품이다.‘가오갤’ ‘데드풀’ '글래디에이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메쏘드(Method)는 그리스어 meta(따르다)와 hodos(길)에서 유래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일정하게 따라야 하는 길(방법)이다. 영화 ‘메소드’(방은진 감독, (주)엣나인필름)는 결코 퀴어무비가 아니다. 외형은 두 남자의 어긋난 사랑으로 포장됐지만 정작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은 참사랑과 아티스트로서의 참다운 숙성이라는 점에선 분명히 문제작이다. 불과 22일 18회 차의 짧은 촬영기간이지만 그 속에 담아낸 감독의 메시지와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소름 끼칠 정도다.연극계에서 메쏘드 연기의 달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요즘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는 마동석에서 시작돼 윤계상으로 매조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깡패’보다 더 위압적인 마동석의 캐릭터가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한편 윤계상의 첫 악역도전이 신선한 충격과 놀라운 재미를 안겨준다. 2004년 '발레교습소'로 영화를 시작한 윤계상의 연기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한 평가가 줄을 잇는다. 지금까지 멜로물의 단골주인공이었던 윤계상의 이런 변신은 이미 오래전 굳어진 하나의 패턴이다.국내의 경우 불과 10여 년 전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애지중지 키워온 불쌍한 아들이 갑자기 살인을 저질렀다. 이 사실을 안 엄마는 진실을 밝혀야 할까, 아들을 위해 이를 아는 자신 외의 유일한 증인을 죽여야 할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2009)는 비뚤어졌지만 당사자에겐 가장 절실했던 모정을 주제로 전개됐다.진짜 주제가 복수일지, 어긋난 모정에 대한 고뇌일지 모를 이 비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법과 도덕에 위배될지라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못 할 게 없는, 그런 모정을 그렸다. 모든 걸 떠나 엄마의 사랑은 무조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부라더’(메가박스(주)플러스엠 배급)는 창작뮤지컬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장유정이 자신의 동명뮤지컬을 영화화한 ‘김종욱 찾기’의 메가폰을 잡은 이후 두 번째 스크린 도전작으로 역시 자신의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원작이다. 과연 장 감독은 영화계에 안착할 수 있을까?이석봉(마동석)은 서울에서 국사 학원 강사로 일하지만 정작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유물 발굴로 인한 일확천금을 노리는 ‘잿밥’ 욕심꾸러기다. 그는 도굴에 필요한 억대의 장비를 구입하느라 융자를 받는 바람에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소위 ‘B.A.P의 남동생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한 TRCNG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0일 SBS ‘인기가요’를 통해 처음으로 대중과 만난 TRCNG에 대한 각 매체의 지대한 관심과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그렇다. 다국적 메이저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이 내달 일본에서 그들을 데뷔시킨다는 소식 역시 눈치 빠른 일본에서도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K팝은 분명히 한류열풍의 선두주자 역할을 해낸 효자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가 일본에서 시작돼 아시아 전체로 확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전 세계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국내에서 상영 중이다. 대단한 흥행성적은 아니지만 뜻있는 관객들은 이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그래서 새삼스레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와 그의 세계관이 잘 투영된 ‘프로메테우스’(2012)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빌뇌브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스콧 감독의 철학과 문명에 대한 고찰을 잘 반영해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와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연작이지만 각각 다른 감독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무서운 영화’ ‘반지의 제왕’ ‘킬 빌’ 등의 흥행시리즈와 ‘화씨 9/11’ 등 다수의 의미 있는 영화들을 기획한 할리우드의 실력자 하비 웨인스타인(65)의 성추행에 대한 비판이 연일 강하게 이는 가운데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배트맨을 맡았던 벤 애플렉(45)도 동일선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애플렉은 11일(이하 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힐러리 버튼에게 부적절하게 행동했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썼다. 전날 연예정보 사이트 저스트 제러드가 ‘버튼이 트위터에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곽경택은 ‘친구’로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친구’만한 후속작이 없다는 핸디캡도 동시에 지닌 감독이다. ‘극비수사’(2015)에서 소신을 강조하며 드디어 작품 속에 휴머니즘과 철학의 생명력을 제대로 불어넣을 줄 알게 된 그가 처음으로 손댄 미스터리스릴러 ‘희생부활자’(쇼박스 배급)는 그래서 기대와 궁금증을 품게 만드는 작품이다.최명숙(김해숙)은 일찍 남편을 여읜 뒤 딸 희정(장영남)과 아들 진홍(김래원)을 키우기 위해 트럭에 각종 생필품을 싣고 다니며 노점상을 펼쳐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그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21세기 걸그룹의 대명사인 소녀시대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티파니 서현 수영이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남으로써 태연 윤아 유리 써니 효연의 5인조로 재편됐다. 2007년 9인조로 데뷔해 2014년 9월 제시카가 떠나면서 8인조가 될 때만 해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이번엔 상당한 변화다.SM은 일단 확고한 5인조라는 편성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팬들의 반응을 봐서, 떠난 3명이 뜻을 같이한다는 전제하에 프로젝트 차원의 8인조 활동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 그러나 재계약을 포기한 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이 지난 3일 개봉된 이후 매일 5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추석연휴 흥행시즌을 독주하고 있다. 이전의 1위 ‘킹스맨: 골든 서클’을 3위로 끌어내렸고 2위 ‘범죄도시’보다 2배 이상 앞선 성적이다.화제작인 만큼 부정적인 반응도 당연히 존재한다. 중간에 잠깐 액션신이 등장할 뿐 긴장을 느낄 만한 서스펜스나 반전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우리 국민이 잘 아는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김훈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새로울 게 없다. 러닝타임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얼마 전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순위프로그램에서 익숙하지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쟁쟁한 아이돌스타들을 제치고 윤종신(48)의 ‘좋니’가 정상을 차지한 것. 지난 6월 22일 발표된 이 곡은 가온차트 34주차에서 디지털 종합, 스트리밍 종합, BGM, 노래방 차트 등에서 정상을 찍었다. K팝이 세계 대중음악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대한민국 아이돌스타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올라설 정도로 월드스타의 주류로 떠오른 이 디지털시대에 윤종신이란 아날로그 ‘늙다리’ 가수는 어떤 의미일까?다수의 시청자가 개그맨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2월 개봉된 ‘컨택트’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로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드니 빌뇌브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유일한 라이벌은 바로 자신이라고 확고하게 각인시킨 언어철학과 더불어 인생철학의 정수였다. ‘킹스맨’이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외친다면 ‘컨택트’는 벤자민 리 워프의 ‘언어가 생각하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명언을 화두로 삼는다.천체물리학자인 이안과 언어학자인 루이스를 맞붙여 ‘모든 문명의 기초는 과학’ Vs ‘모든 문명의 기초는 언어’라는 갈등을 빚게 만들고 당연히 승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추석 연휴가 드물게 10일씩 주어짐으로써 극장가의 흥행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꽤 진한 울림을 주는 한국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가볍게 제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킹스맨: 골든 서클’이 압도적인 선두를 질주 중이지만 언론시사회 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CJ엔터테인먼트 배급)과 ‘범죄도시’(강윤성 감독,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배급)가 흥행전쟁에 가세할 예정이라 관객들의 ‘골라 보는 재미’는 크게 증폭될 것이다.영화를 즐기는 방식은 각자 다양할 터지만 재미와 의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킹스맨2’)이 지난 27일 개봉일 48만 1751명의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48만 7486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외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인 ‘로건’의 25만 6255명도,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최고 흥행 오프닝 기록인 ‘아수라’의 47만 5482명도 깬 신기록이다.이는 북미에서 전편만 못하다는 혹평이 흘러나왔고, 국내 언론시사회 이후에도 비슷한 부정적 평가가 여러 매체에서 쏟아진 것과 다른 결과물이다. 1편 때와 달리 주연배우와 감독이 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북한은 연신 무력시위를 벌이고,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초강경대응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일본은 미국을 무조건 지지하는 가운데 노골적으로 우리나라의 정치 문화 등에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마치 열강들의 각자 다른 제국주의의 이해관계도 안에서 복잡한 추상화가 됐던 대한제국 혹은 그 이전의 이씨조선시대를 보는 듯하다.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은 1636년의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김훈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정말 절묘하게도 현 정치상황과 맞물려있다. 지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첨단의 디지털 시대는 인류에게 많은 편리함을 줬지만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애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인터넷 댓글이나 SNS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게 다반사고, 민족적으론 우리의 훌륭한 한글이 파괴되는 폐해 또한 심각한 수준. 생활언어는 물론 언론매체의 글마저 자꾸만 자극적, 원색적으로 변해간다.맞춤법에 어긋나는 게 당연시되고 있고, 반어법을 넘어서 나쁜 말이 좋은 말이 돼간다. ‘깡패’가 그렇고 ‘악마’가 그렇다. 도대체 ‘악마의 재능기부’란 말이 말이 되기나 한 걸까? 악마의 재능이 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