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느 영환들 나름의 계산이 없을까마는 ‘클로젯’(김광빈 감독)은 정말 치밀한 셈법을 적용해 장르적 재미를 최대한 부각하면서도 드라마와 교훈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한편 유머에 소홀하지 않는다. 공포의 존재는 벽장 속에 자신의 이계를 창조한 민담 속의 요괴 어둑시니와 그를 따르는 요괴들이다.건축 디자이너 상원(하정우)은 지난해 아내 승희와 딸 이나(허율)를 승용차에 태우고 이동하던 중 대형 트럭과의 충돌 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나의 보호자 역할을 충분히 못했기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Closet은 명사 ‘벽장’과 ‘드러나지 않은’ 혹은 ‘본인만 알고 있는’이란 형용사다. 벽장은 사람들에게 판타지가 있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을 할 때 한 번쯤 이곳에 숨었던 적이 있었을 만큼 나만 알고 있는 은밀한 장소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에선 ‘나니아 연대기’처럼 다른 세계로 가는 판타지의 통로다.‘클로젯’(김광빈 감독)은 한국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벽장을 공포의 소재로 삼은 오컬트 호러다. 품격과 교훈에 재미까지 갖췄다. 건축 디자이너 상원(하정우)은 지난해 교통사고로 아내 승희를 잃고 외동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친절한 금자 씨’의 오수희로 데뷔한 라미란은 어느새 감초로 자리매김하더니 ‘걸캅스’(2018)로 당당하게 주연을 꿰찼지만 흥행 성적으로 보나 활약상으로 보나 살짝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정직한 후보’(장유정 감독)는 그녀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한 코미디를 극대화했기에 그 아쉬움을 달랠 만하다.여당의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이번에 4선에 성공하면 대권에 도전할 계획. 정치에 문외한이었던 그녀는 엄마 같은 할머니 옥희(나문희)의 권유로 입문해 멀쩡한 그녀를 사망으로 위장한 뒤 ‘꼼수’ 약관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설 연휴 극장가의 승자는 단연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이었다. 320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2위인 ‘히트맨’의 147만 명의 2배가 넘는 스코어를 올렸다. 이 영화는 소재는 무겁고, 주제는 진지하다. 그림의 톤도 어둡다. 유머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고른 계층이 찾고 있다.이병헌은 “시나리오가 정치적이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 감독은 “흥분하지 않고 냉철하게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고자 했다. 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고자 가명을 부여했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다루지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최근 tvN이 드라마에서 특히 강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요즘 같은 플랫폼과 채널이 풍족한 시대에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15%대의 최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건 tvN이라는 채널보다는 대본과 연출력과 더불어 현빈과 손예진이라는 확실한 커플이 주인공을 맡은 덕분일 것이다.두 사람은 영화 ‘협상’(2018)에 함께 출연한 때를 전후로 해서 첫 번째 열애설을 야기한 바 있다. 지난해 ‘사랑의 불시착’이 시작되면서도 다시 점화돼 널리 번졌다. 그러나 그런 소문이 나돌 때마다 냉정하게 부인하며 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토르: 라그나로크’의 감독 겸 배우인 사모안 타이카 와이티티가 연출하고 히틀러 역을 맡은 ‘조조 래빗’은 여러모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1999)를 떠올리게 만드는 수작이다. 그만큼 슬프면서 더 많이 웃기고 더욱 많은 상념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차별화되는 판타지 코미디다.제2차 세계대전 말미 독일. 아버지가 이탈리아 전장에서 조국을 위해 싸운다고 믿는 10살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엄마 로지(스칼렛 요한슨)와 단둘이 산다. 나치 ‘광팬’인 그는 히틀러에게 충성하기 위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나이트 헌터’(데이비드 레이먼드 감독)는 반전 하나로 엄청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심리 스릴러다.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 헨리 카빌이 주역 마셜을 맡아 그 큰 덩치로 액션을 펼치기보다는 두뇌와 감정으로 연쇄살인범과 심리전을 펼치는 지적인 매력을 뽐낸다.원목을 실어 나르는 트럭에서 30대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고 강력계 형사 마셜이 나선다. 부검 결과 여자는 강제 감금돼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전직 판사 쿠퍼(벤 킹슬리)는 수양딸 라라를 미끼로 내세워 원조교제를 하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이 시대 할리우드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걸작 ‘인셉션’이 오는 29일 9년 6개월 만에 롯데시네마 단독으로 재개봉된다. 워쇼스키 형제(당시)가 ‘매트릭스’의 시나리오를 쓰고 찍을 때 보드리야르를 끼고 살았듯 놀란은 플라톤을 베개로, 장자를 이불로 삼아 지내지 않았을까?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일로 먹고사는 미국인 코브(리어너도 디캐프리오)는 국제적인 수배자라 수년째 딸과 아들을 만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세계적인 에너지 회사 CEO인 사이토(와타나베 켄)가 그에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록계엔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분류되는 기타의 거장이 있다. 27살에 요절한 미국의 지미 헨드릭스, 그리고 영국의 제프 벡과 에릭 클랩튼이다. 헨드릭스가 세상을 떠난 후론 그 자리에 영국의 지미 페이지를 대신 넣기도 한다. 헨드릭스는 피드백 주법 등 일렉트릭 기타의 모든 테크닉을 완성했다.또한 치아로 현을 물어뜯고, 누워서 연주하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파격의 끝을 달렸다. 벡은 ‘면도날’로 불릴 정도로 날카롭고 정확하며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한다. 페이지는 레드 제플린의 불후의 명곡 ‘Stair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우민호 감독은 장편 데뷔작 ‘파괴된 사나이’부터 후속작 ‘간첩’까지 단타를 치더니 ‘내부자들’로 드디어 홈런의 손맛을 봤다. ‘마약왕’이 자신이 이제 장타자가 된 걸 확인만 하는 수준에서의 희생 플라이였다면 ‘남산의 부장들’은 수준만큼은 최소한 투런 혹은 쓰리런이다. 한국 누아르의 정점이다.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가에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박 대통령(이성민)과 곽상천(이희준) 경호실장을 총살하기 40일 전. 워싱턴에서 규평의 전우이자 전 중앙정보부장인 박용각(곽도원)이 하원의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스터 주: 사라진 VIP’(김태윤 감독)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란 착안과 그들이 힘을 합쳐 테러 세력을 분쇄한다는 클리셰까지 기시감이 풍부하지만 나름의 노력은 가상한 영화다. 특히 이성민의 고군분투와 유일한 실제 동물 알리(이선균)의 활약은 눈물겨울 정도.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는 후배 민 국장(김서형)에게 밀린 뒤 실장 승진에 목을 매고 있다. 한중수교 25주년을 앞두고 중국 측에서 특사로 판다 밍밍을 선물하자 정보국은 밍밍의 안전한 수송을 맡게 된다. 태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봉준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여읜 고아인데 워낙 싸움 실력이 출중해 국정원 교관 덕규(정준호)의 귀에까지 소문이 들어간다. 고아들로 구성된 암살단 방패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던 덕규는 봉준을 여기에 합류시켜 살인기계로 키운다. 조직의 에이스로 성장한 봉준(권상우)은 임무 수행 중 사망한다.그러나 그건 속임수였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던 봉준은 타의에 의해 손에 피를 묻히는 킬러 생활에 넌더리가 났고 더 이상 늦기 전에 꿈을 실현시키고 싶어 사고사로 위장하고 잠적한 것. 수혁으로 신분을 바꾸고 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마이애미 경찰 마약수사반의 베테랑 마커스(마틴 로렌스)는 외손자가 태어나자 지긋지긋한 경찰을 그만두고 쉬겠다고 술자리에서 절친한 동료 마이크(윌 스미스)에게 토로한다. 마이크는 은퇴를 말리기 위해 뜀박질을 제안하고 그렇게 달리는데 갑자기 오토바이를 탄 사내가 나타나 마이크를 난사한다.그 후 검사, 판사, 마약 전문가 등이 차례로 살해당한다. 6개월 후. 코마 상태에서 3번이나 심장이 정지했던 마이크는 기적적으로 병상에서 일어나 마커스의 딸 메건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마커스에게 함께 범인을 잡자고 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데뷔작 ‘투발루’(1999)로 대사 없는 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바이트 헬머 감독이 주특기를 뽐낸 ‘브라 이야기’는 훨씬 더 쉽고 재미있으며 재기 발랄하다. 여자의 가슴에 대한 판타지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품을 만하다. 왜? 여자아이도 젖을 먹고 자라고, 성장하며 풍만한 가슴을 꿈꾸기 마련이니.전북 군산 혹은 베트남 하노이를 연상케 하는 아제르바이잔의 다닥다닥한 철길 마을. 은퇴를 앞둔 기관사 눌란은 보조 기관사를 태우고 매일 이 비좁은 선로를 운행한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기차가 다니지 않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가 목소리 연기로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된 애니메이션 ‘스파이 지니어스’(닉 브루노& 트로이 콴 감독)는 주인공이 그리 많지 않아 몰입도가 좋고, ‘맨 인 블랙’을 연상케 하는 스케일에 눈이 즐겁다. 14년 전 경찰인 엄마를 잃고 홀로 자란 월터는 스파이 에이전트에 입사한다.이 조직은 전 세계를 위협하는 무기 M9어쌔신의 거래 첩보를 입수하고 최정예 요원 랜스를 일본으로 파견한다. 야쿠자 기무라는 세계 정복의 야욕을 불태우는 슈퍼 빌런 킬리언에게 어쌔신을 넘긴다. 그러나 랜스는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22일 개봉되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사살하기 전의 40일 동안의 행적을 그린 영화로 52만 부 이상 판매된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가 ‘안가’에서 가수 심수봉과 여대생 신모 씨 등을 앉혀놓고 시바스 리갈을 마시다가 배석한 김재규 부장의 권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을 다뤘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만한 팩트다. 우 감독은 2015년 ‘내부자들’로 스타덤에 오른 연출자다. 그는 왜 이토록 한국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태수(안재홍)는 국내 3대 로펌 중 하나인 JH로펌의 수습 변호사다. 로스쿨 동창은 당당히 정식 변호사로 근무 중이지만 그는 수습이라 락원그룹 민 이사의 재판이 아닌, 구치소 접견이나 해야 하는 신세. 시위대에 포위된 JH 황 대표(박혁권)를 보고 구해준 인연으로 드디어 그의 시야에 들어간다.황 대표는 큰 고객 가브리엘이 인수한 동산시의 동물원 동산파크의 경영난을 해소하라며 태수를 새 원장으로 앉힌다. 동물원엔 전임 서 원장(박영규), 수의사 소원(강소라), 사육사 건욱(김성오)과 해경(전여빈)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와 ‘엔드게임’을 연출한 루소 형제가 제작하고 ‘왕좌의 게임’의 브라이언 커크가 연출한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은 소품처럼 출발해 점층법으로 사이즈가 확장되는 형사 미스터리 액션이다. 32살 레이는 전사한 전우의 동생 마이클을 친동생처럼 아끼지만 범죄에 대동한다.둘은 동업자 토리아노에게서 코카인 30kg이 있다는 정보를 듣고 밤 12시쯤 맨해튼의 모스토 와인 판매점을 급습해 창고 문을 연다. 그런데 코카인은 300kg이나 있었다. 그중 50kg만 챙겨 빠져나가려는데 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스타워즈 에피소드 4-새로운 희망’(1977)으로 시작된 시리즈의 대단원의 막을 내릴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J. J. 에이브럼스 감독)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피소드 8)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기에 충분하다. 단, 지난 8개 에피소드의 장대한 스토리를 꿰지 못하면 몰입이 쉽지 않다.악의 세력인 퍼스트 오더의 수장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은 어떻게 해서든 레아 공주가 이끄는 저항군의 마지막 제다이 레이(데이지 리들리)를 파트너로 포섭하기 위해 계속 안간힘을 쓴다. 다스 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좀 봤다는 마니아에게 가장 빈번하게 걸작으로 손꼽히는 ‘시네마천국’을 연출한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1998년에 내놨고, 우리나라엔 4년 뒤 개봉됐던 ‘피아니스트의 전설’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새해 첫날 재개봉된다. 음악이 강화된 ‘시네마천국’을 보는 듯한 감동과 감격의 파도다.1990년. 대형 증기선 기관실에서 일하는 대니는 승객들이 하선하자 돈이 될 만한 것을 찾아 일등석 연회장을 뒤지다 피아노 위에 놓인 박스 안에 누운 갓난아이를 발견한 뒤 나인 헌드레드(팀 로스)라고 이름을 붙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