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TV 드라마와 달리 일부러 이동해 돈을 주고 관람해야 하는 영화이기에 감독이 관객을 가르치려 들면 아무래도 흥행에서 불리하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감독과 투자자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생일’(이종언 감독)은 매우 영리한 최루탄이다. 세월호 참사를 매개체로 추억과 트라우마를 동시에 합주한다.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학생 수호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여. 당시 베트남에서 회사를 경영했던 아버지 정일(설경구)이 귀국해 여동생 정숙(이봉련)으로부터 받은 새 주소로 찾아가 아내 순남(전도연)과 딸 예솔(김보민)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20일 관객들의 관심을 끄는 한국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 ‘악질경찰’(이정범 감독), ‘돈’(박누리 감독)이 동시에 개봉된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중간에, 그리고 3월 비수기라는 시장성도 아랑곳하지 않고 뚜껑을 열 만큼 배급사가 자신감을 가진 것일까?사뭇 다른 스타일의 세 감독이 각각의 장르를 구현한 이 작품들은 묘하게도 유명 연예인의 추악한 행위 혹은 혐의가 속속 드러나거나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린다. 더불어 한국전쟁 이래 가장 첨예하게 국론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악질경찰’은 누아르에 탁월한 솜씨를 보인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런데 여느 누아르와 색깔은 유사하되 주시하는 지점이 좀 다르다. 니힐리즘이나 페시미즘보다 함무라비 법전에 무게를 싣는다. 이이제이 혹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는 식이다.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인 단원고 여학생 송지원은 경찰을 꿈꾸던 천사 같은 마음결을 간직한 소녀였다. 희망을 상실한 지원의 아버지가 자살 소동을 벌이고, 때마침 그곳에 있던 안산 단원경찰서 형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미쓰백’(이지원 감독)에서 아버지와 계모에게 죽을 위험에 처한 소녀 지은 역으로 데뷔한 김시아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이집트에서 개최된 제3회 샤름 엘 셰이크 아시아 필름 페스티벌(SAFF)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가버나움’(나딘 라바키 감독)은 13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클럽 버닝썬을 계기로 승리를 비롯해 정준영까지 유명 연예인을 둘러싼 추잡한 범죄 혹은 의혹이 장마철 하수구처럼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혼탁한 현실에서 국지적 사회를 넘어선 인류애적 메시지를 담은 독립영화와 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은 상업적 외형에도 불구하고 메타포와 알레고리로 점철된 시퀀스로 이룬 플롯이 꽤 심오하고, 대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핸디캡 때문에 예술성을 제대로 평가받을지 살짝 우려가 드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시종일관 음울하고 몽매주의적인 주인공들을 얼마나 이해할까?도의원 구명회(한석규)는 청렴한 도덕성으로 시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강력한 차기 도지사감으로 부상 중이다. 해외 출장을 다녀와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아들이 그의 승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인류가 문명과 문화로 거듭 번영해온 이래 국가는 공화제, 참주제, 과두제, 왕정제, 민주주의, 사회주의 등의 탈바꿈을 거치며 결국 자본주의를 맹주 자리에 앉혔다. 자본주의를 선택한 주체가 인류든 국가든 과학이 철학과 종교보다 합리적인 현대에서 모든 가치관이 돈으로 귀결되는 건 현실이다.대한민국 증권 1번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돈’(박누리 감독)의 소재는 그다지 새롭지 않지만 주식 문외한에게도 플롯이 어렵지 않으면서 내용은 매우 심오하다는 게 강점이다. 욕망과 선택, 현실과 양심의 대립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아사코’(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는 판타지의 외형으로 시작돼 개개인의 이기적인 심리를 매개로 참다운 사랑과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묻는다. 오사카의 여대생 아사코(카라타 에리카)는 거리에서 우연히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만난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이어간다.아사코는 바쿠의 집에서 즐거운 저녁식사를 한다. 늦은 밤 바쿠는 갑자기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사겠다며 나간 뒤 돌아올 줄 모른다. 걱정이 돼 집을 나선 아사코는 바쿠를 보자 울음을 터뜨린다. 허름한 목욕탕에 들어갔다 잠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결국 진실은 은폐하지 못한다. 빅뱅 멤버 승리는 ‘아니다’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카톡은 조작이다’ 등의 궁색한 변명이나 부인 등으로 사실을 가리려 했지만 하나, 둘 숨겨진 면모가 드러나는 중이다. 여기에 한차례 범죄 의혹이 무마됐던 정준영의 진면목까지 적나라하게 수면 위에 떠올랐다.그들이 일반인에 비해 음악이나 예능 분야에서 재능과 끼가 두드러진 건 사실이다. 외모도 뛰어나다. 여기에 인기 연예인이란 ‘포장’까지 둘렀으니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들과 여성들이 자유롭게 연애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밀폐된 공간 내 죽음 앞에서 탈출하는 공포 영화는 많았다. ‘이스케이프 룸’(애덤 로비텔 감독)은 유사한 길을 걷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나면 메이저스튜디오 소니가 왜 여기에 ‘방’을 내줬는지 충분히 수긍할 만큼 러닝 타임 내내 손에서 땀이 마를 줄 모른다. 사투의 인정투쟁으로 쟁취한 숭고미!세계적인 방 탈출 게임 회사 미노스가 거액의 상금을 걸고 영민한 여대생 조이(테일러 러셀), 잘나가는 펀드 매니저 제이슨(제이 엘리스), 게임에 이골이 난 대니(닉 도다니), 전직 이라크전 파병 여군 아만다(데보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MCU 마니아들의 최대 관심사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사라진 어벤져스가 ‘엔드 게임’에서 어떻게 부활해 타노스를 어떤 방식으로 물리쳐 우주의 절반의 생명체를 부활시키는지에 있을 것이다. 그 연결고리로 널리 알려진 ‘캡틴 마블’(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감독)은 그래서 관심이 클 수밖에.지구력 서기 1995년. 우주 저편에선 크리 족과 스크럴 족이 전쟁 중이다. 미국 공군 파일럿이었던 비어스(브리 라슨)는 무슨 연유에선지 크리 족 정예부대 스타포스의 일원이 돼있다. 부대장 욘-로그(주드 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박재범 극본, 이명우 연출)가 지상파 심야 미니시리즈로선 이례적인 16%의 시청률을 올리고,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가 관객 200만 명을 넘겼다. 사제와 목사가 주인공이란 유사성을 지녔기에 당연히 종교가 서사와 각 캐릭터에 영향을 끼치지만 농도는 좀 다르다.‘열혈사제’는 구담성당에 부임한 해일(김남일)과 스승인 주임신부 영준(정동환)의 논쟁을 통한 종교적 고뇌가 살짝 펼쳐졌지만 영준의 의문사 후엔 그보단 해일과 폭력조직 두목 철범(고준)의 대결, 형사 대영(김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여자 연예인이라면 대놓고 섹슈얼리티(성욕, 성의 사회적 문화)를 앞세우기 마련이다. 메릴린 먼로가 대표적이었고, 요즘 걸그룹이 미니스커트와 핫팬츠 일색인 게 그러하며, 여배우의 화보는 대부분 말초신경을 노린다. 어쩌면 ‘여배우’라는 글 자체에 섹슈얼리티의 모든 함의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요즘 흥행 중인 영화 ‘증인’(이한 감독)과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의 여주인공 김향기(19)와 고아성(27)은 예외다. 어릴 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그녀들은 성인이 된 지금 ‘증인’과 ‘항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의 흥행은 과연 내달 6일 ‘캡틴 마블’의 가세에도 계속될 것인가? ‘사바하’의 흥행 질주는 ‘극한 직업’의 독주를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다소 약세로 보였던 ‘증인’(이한 감독)이 ‘극한 직업’을 밀어내고 2위에 오를 수 있게끔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까지 발휘하는 중이다.영화 흥행의 성공 혹은 실패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사바하’의 비결은 감독이 심어놓은 각종 종교적 의미와 철학적 성찰에 있을 것이다. 소여에 충격을 주는 반전과 복선, 사고의 공간을 뒤흔드는 복병 등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14일 시작된 MBN ‘오늘도 배우다’는 세대 간, 이념 간의 분화와 대립이 첨예한 요즘 시대에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고, 그래서 뭔가 찡한 느낌을 주는 예능이다. 왜 촛불 대열과 태극기-성조기 부대가 대치하는지, 조부모와 손주의 대화는 어떻게 단절됐는지의 이분법적 이원론이 테제다.정통 콩트 코미디와 시트콤이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넘어간 뒤 예능 프로그램이 대세인 게 요즘 추세지만 예능의 지나친 홍수 속에서 자기복제와 커닝을 거듭하는 소모전으로 답보상태에 있는 것 역시 인정할 일이다. ‘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오는 27일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와 ‘자전차왕 엄복동’(김유성 감독)이 나란히 개봉된다. 인터넷 신조어에 익숙하고, 빅뱅 탑이 방송에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나오는 게 왜 비난받을 일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에겐 예외겠지만 나머지 다수에겐 의의가 크다.그 주말은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는다. 1910년 8월 국권피탈로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이 분연히 떨쳐 일어나 독립의 용틀임을 한 결정적 계기가 된 날이다. 국회의원이 공석에서 ‘뿜빠이’를 외치는 이 한심한 사태 속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지난 20일 개봉된 영화 ‘사바하’(장재현 감독)가 ‘극한 직업’의 흥행 독주를 저지하며 흥행 선두에 올랐다. 화제는 호불호의 논란을 야기하기 마련. 이 영화에 대해서도 그런 극단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기존 한국의 오컬트 스릴러에 비교할 땐 확실히 진일보했다는 데엔 대체로 긍정하는 분위기다.윌리엄 프리드킨이나 프란시스 로렌스, 그리고 ‘엑소시스트’(1975)와 ‘콘스탄틴’(2005) 마니아 입장에선 불쾌할지 몰라도 ‘사바하’가 그와 유사한 내용과 수준의 철학을 추구한 건 명증하다. 싫은 기호도 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의 주인공 판수는 범죄가 일상인 일자무식자다. 생계를 위해 조선어학회에 입사한 뒤 우리말 지킴이들과의 대화에서 “벤또든 도시락이든 그게 뭐가 중요해, 먹고사는 게 중요하지”라고 웅변한다. 생물학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민족주의적 관점에선 무지하기 그지없다.또 작가 동익은 이광수 등 일부 문인들이 일제 지지 성명을 내자 치욕이 극에 달해 분뇨를 투척한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와 ‘자전차왕 엄복동’(김유성 감독)이 오는 27일 개봉된다. 내달 1일은 3·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BS 금토 드라마 ‘열혈사제’가 11%대의 시청률로 미니시리즈의 사각지대였던 주말의 패러다임을 새로 쓰고 있다. 영화 ‘극한 직업’으로 명실상부한 ‘제일 뜨거운 여배우’가 된 이하늬를 비롯해 ‘기묘한 가족’으로 코믹 연기의 지평을 넓힌 김남길과 크게 망가진 김성균 등의 캐스팅이 단연 돋보인다.그런데 이 드라마는 캐스팅이 전부가 아니다. 마치 ‘내부자들’이나 ‘베테랑’을 보는 듯한 기시감이 결코 클리셰에 그치는 게 아닐 정도의 수준으로 서사를 펼쳐나가고, 과감하게 종교를 매개로 정의의 가치관을 비롯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조민호 감독)는 일부 과거 회상 장면을 제외한 대부분을 모노톤으로 설정함으로써 일제 강점기의 암울하고 음울한 시대상과 유관순 등 애국 열사들의 무참하고 비참한 수감생활을 전달하는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살짝 거친 연출 스타일을 매끄럽게 만드는 매직을 발휘한다.17살 관순(고아성)은 1919년 종로에서 시작된 3·1만세운동을 잇는 고향 충남 병천에서의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다. 함께 참가한 부모를 일본군의 총에 잃은 그녀는 오빠 관옥과 함께 서대문감옥에 투옥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 ‘살인마 잭의 집’은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20분 만에 100여 명을 퇴장케 했지만 종영 후 기립박수를 받은 것처럼 기호와 인식에 따라 자아 고취의 교묘한 변전, 혹은 도그마 선언의 극단을 이루는 궁극의 예술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다. 152분. 청소년 불가. 2월 21일 개봉.전설적인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재구성한 잭(맷 딜런)이 신비의 인물 버지(브루노 강쯔)와 여행하며 지난 12년간 60명 이상의 사람과 숱한 동물을 예술이라는 미명 하에 무차별 살해한 ‘고해성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