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주’(차성덕 감독)는 외견상 지난여름 개봉된 문제작 ‘살아남은 아이’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 법전이냐, 보원이덕의 공자냐’라는 질문이 오버랩 된다. 그런데 주체와 객체가 바뀜으로서 새로 정립된 주제의식이 다분히 독보적이어서 보는 이를 더 고통스러운 슬픔에 빠뜨린다.19살 영주(김향기)는 5년 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고교를 중퇴하고 유일한 가족인 중학생 동생 영인(탕준상)의 뒷바라지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고모와 고모부는 남매의 전 재산인 연립주택을 빼앗지 못해 안달이지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창궐’의 장동건, ‘암수살인’의 주지훈, ‘아수라’의 황정민의 공통점은 누가 봐도 상업영화의 주연‘급’ 배우가 악역을 맡아 돋보였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배우가 연기력의 완성을 위해 거쳐야 할 필수 관문, 혹은 톱스타가 슬럼프를 극복하거나 피해야 할 최종 배수진으로써 악역이 각광받고 있다.20세기 중후반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에서 주연급 배우가 악역을 맡는다는 건 극히 이례적이었고, 제작 시스템 역시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1년 ‘친구’에서 장동건과 유오성이 수위 분간이 힘든 안타고니스트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본과 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영화화됐다. 일본 버전이 지난 2월 개봉된 데 이어 오는 8일 한지에 감독, 청룽(성룡) 주연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또 하나의 이야기’가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세 좀도둑 샤오보(왕준카이), 아지에(둥쯔젠), 통통(디리러바)은 웬일인지 한 집안을 마구 파괴한다. 마침 퇴근하는 그 집의 주인인 중년여성을 결박하고 BMW를 빼앗아 도망친다. 그들이 도착한 동네는 폐허에 다름없다. 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호평 속에 개봉됨으로써 록밴드 퀸과 그들의 음악, 그리고 리드보컬리스트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관심이 새삼스레 높아지고 있다. 영화는 잔지바르 출신 이민자 파로크 불사라가 공항 수하물 노동자로 일하다 캠퍼스밴드 스마일에 합류하면서부터 시작된다.프레디 머큐리로 개명한 그는 밴드의 이름을 퀸으로 바꾸면서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함께 실질적인 리더로 부상한 뒤 나중엔 명실상부한 팀의 중심이 된다. 영화는 이런 퀸의 성공가도와 머큐리의 파란만장한 사생활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퀸의 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미스터리 스릴러 ‘동네사람들’(임진순 감독)은 믿음직스러운 한편 고정된 이미지의 과소비가 지적되는 마동석(기철)과 ‘아저씨’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김새론(유진)이 주인공이라는 게 기대감을 주면서도 한편으론 좀 염려스러운, 양날의 검의 영화인데 메시지만큼은 큰 울림을 준다.한때 동양챔피언까지 지냈던 복싱 코치 기철은 협회 간부들의 전횡을 못 참고 부회장에게 폭력을 휘두르면서 일을 때려치운 뒤 여동생의 주선으로 지방 한 중소도시 여자고등학교의 기간제 체육교사로 부임한다. 교감은 그에게 학생주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일라이 로스 감독)는 일단 잭 블랙(조나단)과 케이트 블란쳇(플로렌스)이라는 흥행의 보증수표가 주인공이라는 게 무척 미덥다. 전체 관람 가 등급에 소년 오웬 바카로(루이스)도 주인공이란 점에서 가벼운 판타지로 지레짐작하는 선입견만 피한다면 실망은 없을 듯.루이스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엄마의 오빠 조나단의 집으로 간다. 독신인 조나단에겐 딸을 잃고 혼자 사는 이웃사촌 플로렌스가 유일한 친구다. 앞집의 핸쳇 아줌마는 새벽에 색소폰을 부는 조나단과 매일 부닥친다. 집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 감독)는 퀸이 귀에 익다면 ‘그저 그런’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혹은 에이즈로 45살에 떠난 프레디 머큐리의 사생활을 흥밋거리로 내세운 전기 드라마 정도로 예단할 수 있다. 맞을 수도 있지만 진짜 주인공이 주옥같은 20곡의 히트곡과 퀸 자체라는 데서 틀렸다.그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다시는 볼 수 없는 퀸의 라이브를 직접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영상과 사운드만으로도 이 영화의 값어치는 라이브에 가깝다. 브라이언 메이(기타리스트)와 로저 테일러(드러머)가 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다큐멘터리 영화 ‘1991, 봄’(권경원 감독)은 역사는 강물처럼 흘러가지만 살아있으며 돌아오기도 하기에 과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며 다원성과 통일성을 하나로 보고 대립물의 충돌과 조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한 헤라클레이토스를 연상케 한다.1987년 6월 항쟁으로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지만 이듬해 들어선 노태우 정권은 전임 전두환 정권의 폭정을 그대로 이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조폭은 발본색원-일망타진 못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밤치기’(정가영 감독)는 독립영화의 신선함보다는 오히려 상업영화를 넘보는 발칙함이 돋보인다. 왜 독립영화가 다양성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왜 그게 상업영화의 발전을 담보하는지 잘 보여준다. 정가영이 각본, 연출, 주연을 맡았지만 여성의 시각으로 남성을 이해하는 시선이 따뜻하다.독립영화 연출을 위해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20대 중반 가영은 30살 남자 진혁(박종환)을 만나 그의 성생활 및 연애에 관해 내밀한 내용까지 인터뷰를 한다. 부딪치는 술잔의 수와 만나는 횟수가 더해질수록 둘은 아주 가까워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이슈&피플] ‘대상 이병헌과 최우수상 아이유, 논란은 없었다’(오마이뉴스). ‘2018 APAN 스타 어워즈, 권위와 영광이 있는 행사로 마무리’(문화일보). 지난 13일 열린 ‘2018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의 수상 및 행사 내용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이 찬사를 보냈다. 시청자들도 긍정적 반응이었다.‘전 방송사의 드라마를 아우르는 국내 유일한 시상식’이라는 APAN은 과연 어느 수준까지 와있고 앞으로의 숙제는 뭘까? 이번 행사에 처음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필자는 다소의 주관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공조’의 김성훈 감독과 현빈(왕자 이청)이 다시 만난 ‘창궐’은 유해진은 없지만 장동건(병조판서 김자준), 조우진(박 종사관), 정만식(청의 충신 학수), 이선빈(궁사 덕희), 조달환(승려 대길) 등의 화려한 라인업만큼은 단연 눈에 띈다. 때는 병자호란 뒤 청의 속국이 된 조선의 왕 이조(김의성)의 시대.청으로부터의 자립을 도모하는 도총관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유럽에서 온 한 상선과의 밀거래를 통해 화승총을 수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선에 억류돼있던 좀비 하나가 제물포 땅을 밟은 뒤 그 지역에서 걷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은 꽤 탄탄한 플롯에 썩 재미있는 스토리로 구성돼있는데 그 완성도의 절반 이상은 원작 및 각본의 힘일 것이다. 변호사 태수(유해진), 가슴 성형 전문의 석호(조진웅), 레스토랑 사장 준모(이서진), 교사를 그만둔 백수 영배(윤경호)는 속초에서 함께 자란 45살 죽마고우다.태수의 아내 수현(염정아)은 시어머니까지 함께 사는 시집살이에 쌓인 말 못 할 스트레스를 SNS 문학 모임을 통해 풀고 있다. 석호의 아내 예진(김지수)은 정신과 의사고, 준모의 사업 자금을 대준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콜롬비아 영화계의 신성 마놀로 크루즈가 각본, 연출, 주연을, 카를로스 델 카스티요가 공동 연출을 맡은 ‘엘 마르’는 상업영화의 공식에 익숙한 이에겐 초반에 지루하고 결국 불편함 끝에 ‘왜?’라는 의문만 남겠지만 삶의 명분과 존재의 이유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고민해본 이에겐 감동적일 것이다.일찍 바다에서 남편을 잃은 로사(비키 에르난데스)는 바다에 인접한 수상 가옥에서 퇴행성 근육긴장 질환으로 어릴 때부터 누워 지내는 아들 알베르토를 지극한 정성으로 돌봐주며 살고 있다. 알베르토는 작은 거울 하나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액션 어드벤처 영화 ‘액슬’(올리버 달리 감독)은 모든 걸 떠나 관객이 뭘 원하는지 제대로 맥을 짚어낸 센스만큼은 단연 돋보인다. 애완견이 가족이 되고, 로봇 애완견이 생명체로 여겨지는 세상, 이 스마트하지만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영원한 친구이자 보호자가 필요한 절박함을 제대로 찔렀다.미국 첨단 IT 회사 크레인은 군대의 의뢰로 스스로 진화하는 AI를 기반으로 구성된 로봇 군용견 액슬을 완성하지만 납품을 앞두고 그게 도주하는 바람에 비상이 걸린다. 아마추어 모터크로스 선수 마일스(알렉스 뉴이스테터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위플래시’ ‘라라랜드’에 열광했던 관객이라면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새 영화 ‘퍼스트맨’은 다소 뜬금없을 것이다. 스트링을 멜로디 파트의 주역으로 내세운 교향곡 스타일의 웅대한 음악은 여전히 셔젤답지만 그 소재와 비주얼 그리고 주제에서 특히 ‘라라랜드’와 완전하게 차별화하기 때문이다.주인공은 누구나 다 아는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미국의 우주인 닐 암스트롱. 내용은 그런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결코 순탄치 않은 그의 인생 여정이다. 달에 성조기를 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새롭게 극장가의 흥행 판도를 짠 ‘베놈’과 ‘암수살인’(김태균 감독)의 경쟁에서 한국 영화인 이유도 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암수살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역시 이지은 감독이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미쓰백’이 오는 11일 가세한다.‘암수살인’의 변별성은 여타 미스터리 스릴러가 범인이 누구인지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거나 범인을 잡는 과정의 스릴을 즐기게 만드는 것과 달리 잡힌 범인이 주장하는 알려지지 않은 살인사건의 진위 여부와 사실일 경우 그 피해자의 신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CF 출신 베이커 형제(조나단, 조쉬) 감독이 연출한 미스터리 SF 액션 ‘킨: 더 비기닝’은 작품성을 논하자면 이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수작 ‘천국의 아이들’을 연상케 한다. 천국은 반어적 혹은 은유적 표현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환경이지만 아이들은 천사라는 얘기. ‘킨’ 역시 유사한 형제들의 얘기다.백인 할(데니스 퀘이드)은 갓 출소한 청년 친아들 지미(잭 레이너)와 입양한 14살 흑인 일라이(마일스 트루잇)와 함께 산다. 할은 두 아들을 평등하게 ‘혹독하게’ 대한다. 그리고 착하게 살 것을 ‘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주인공 에디(톰 하디)가 방송사 기자라는 점에서 소니와 마블의 새 빌런 히어로 영화 ‘베놈’(루벤 플레셔 감독)은 DC의 ‘슈퍼맨’이 연상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스파이더맨3’에서 등장한 심비오트가 또 다른 주인공이니 형제인 ‘스파이더맨’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여기에 최근 공개됐던 전신마비의 주인공을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 ‘스템’이 슈퍼히어로로 만드는 영화 ‘업그레이드’까지 겹친다. 서사 구조는 마블의 형제들은 물론 대다수 영웅 액션 영화의 클리셰를 답습한다. 그럼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영화 ‘암수살인’(김태균 감독)이 돋보이는 지점은 먼저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진범의 정체를 숨기다가 마지막에 전혀 뜻밖의 인물로 반전을 던지는 전통적 형식과 미리 밝히지만 그를 잡는 과정에서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변주적 방식 모두 피해가는 것.자신의 연인을 살해한 태오(주지훈)는 영화 초반 강력계 형사들에게 잡히고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는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는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형사 형민(김윤석)에게 면회를 요청해 자신의 살인 및 사체유기가 7건이라고 스스로 자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2016년 전국 총 53개의 학대피해아동쉼터가 보호한 아동 수는 전해보다 24.1%가 증가한 1030명. 접수된 아동학대신고 2만587건 중 10.6%의 신고자가 가족이 아닌 제3자였다. 이혼율 세계 1위인 한국의 부모들은 이혼 후 새 파트너와의 행복을 꿈꾸지만 적지 않은 아이들은 행복을 잃는다.‘미쓰백’은 이지원 감독이 겪은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다. 백상아(한지민)의 엄마 정명숙(엄마)은 일찍 남편을 여의자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알코올중독자가 된 후 상아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결국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