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청샤오둥, 탕지리 공동 감독의 영화 ‘동방불패’(1992)는 많은 관객들이 홍콩 무협영화 중 걸작으로 손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품 중 하나다. 진융의 무협소설 ‘소오강호’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1990)의 속편으로 제작돼 엄청난 세계관과 인생관을 펼치면서 이원론(이항대립)의 정수를 보여준다.1595년. 패권 다툼으로 정국이 어지러워진 일본의 닌자와 무인 등 여럿이 명나라 남쪽 해안가에 정착한다. 한족에게 피해의식이 강한 묘족의 리더 임아행은 일월신교라는 마교를 설립하지만 의동생 동방불패(린칭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라디오 DJ 아버지와 요절한 가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매기는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현재 10년째 예전 히트곡을 우려먹고 사는 슈퍼스타 그레이스의 개인 비서로 일하고 있다. 프로듀서를 꿈꾸는 그녀는 매일 밤 음악 공부를 하며 실력을 키우고, 사사건건 매니저 잭과 의견충돌로 엄발난다.그녀는 우연히 마켓 옆에서 작은 공연을 하는 싱어송라이터 데이빗을 알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주말 파티에 오라고 초대한다. 그저 가수 지망생인 줄만 알았던 그의 집은 으리으리했다. 그가 숨은 보석 같은 존재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홍난파 가옥]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울긋불긋 꽃 대궐 차리인 동네/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1924년 학교 글짓기 시간 15살의 어린 학생이 고목나무 아래 꽃 피고 새 울던 시골집이 그리워 쓴 시 한편... 어린 학생이었던 이원수의 시에 후일 홍난파가 곡을 붙여 방송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이후 한 세기 가까이 남녀노소, 도시와 농어촌, 국경을 넘어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한 소절쯤은 불렀던 민족 동요 ‘고향의 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독립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김희정 감독이 ‘열세살, 수아’,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 ‘설행-눈길을 걷다’에 이어 ‘프랑스 여자’로 내달 4일 관객과 만난다. 40대 중반의 미라(김호정)는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에 갔다 쥴을 만나 결혼한 뒤 국적을 바꾸고 정착해 살다 서울에 돌아온다.연기와 연출을 함께 공부했던 후배 영화감독 영은(김지영)과 연극 연출가 성우(김영민)와 매일 단골 카페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를 회상하는 일상을 보낸다. 그런데 그녀는 현재에서 갑자기 과거로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조엘 에저튼이 주연과 감독을 맡은 영화 ‘더 기프트’(2015)는 복수에 관한 스릴러인데 왠지 잔인하지 않고 따뜻하다. 꽤 큰 보안업체 간부인 사이먼과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로빈 부부는 사이먼의 진급을 위해 지사를 옮기며 다소 외진 곳으로 이사하고, 쇼핑몰에서 쇼핑 중 고교 후배 고든을 만난다.사이먼이 출근한 뒤 로빈은 갑자기 집 앞에 나타난 고든을 발견한다. 고든은 부부의 대저택에 매료되고 로빈은 집 구경을 하라고 허락한다. 사이먼의 퇴근 시각 무렵인지라 내친 김에 로빈은 저녁식사를 제안하고, 다음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델리카트슨 사람들’을 공동 연출한 장 피에르 주네와 마르크 카로의 협업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1995)는 대놓고 프로이트를 명제로 던진다. 독신의 과학자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9명의 인간을 창조하지만 유전자가 꼬여 의도와 다르게 태어난다. 아내로 만든 비스무쓰는 난쟁이가 된다.아들로 만든 여섯 쌍둥이는 잠꾸러기가 된다. 자신을 이을 천재 과학자로 만든 크랑크는 꿈을 꾸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으로 태어나자마자 늙은이가 되고, 친구로 만든 이르뱅은 미완성으로 뇌만 수족관을 떠다닌다. 과학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중명전]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서울시민들이 꼽은 가장 걷고 싶은 길은 ‘덕수궁 돌담길’이라고 한다. 도심의 낭만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덕수궁과 정동 거리, 그러나 불과 100년 전 정동일대는 프랑스, 러시아, 미국, 영국공사관 등이 들어서 있는 열강들의 각축장이었다. 그 구석진 정동 안쪽 격변의 역사를 말없이 품고 있는 곳 ‘대한제국의 운명이 갈린 곳’ 중명전이 있다. 1905년 11월 10일 덕수궁 중명전에 나타난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 국왕의 친서를 전달하고,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S.W.A.T. 특수기동대’(클락 존슨 감독, 2003)는 풋풋하던 27살, 32살의 콜린 패럴과 제레미 레너의 매력과 스릴러적 재미를 느끼기 충분한 액션 영화다. LA 스왓의 파트너 짐과 갬블은 은행강도 사건에 투입되는데 갬블이 실수로 인질에게 총을 쏘는 바람에 풀로 반장에게 불려가 문책을 당한다.풀로가 총기실로 발령을 내자 분노한 갬블은 그에게 대들고 그걸 말리는 과정에서 갬블은 짐이 생존하기 위해 풀로에게 자신을 고자질했다고 오해해 싸운 뒤 퇴직한다. 6개월 후. 전설적인 베테랑 혼도(새뮤얼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서울의 역사와 함께 우리 곁에 가장 친근한 산과 성문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바뀌면 목멱산이 제일 먼저 신호를 보낸다. 비가 오면 빗소리에 색이 바뀐다. 시원한 빗소리에 목멱산 성곽 따라 소나무에도 새순이 돋고 노란꽃이 흔들린다. 진달래 참꽃이 피면 목멱산 소월길에서 해방촌 소월담까지 봄을 담는다. 여름 소나기가 내리면 목멱산 물길은 해방촌에서 미군기지 안 둔지산을 적시고 만초천까지 흘러간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소월길에 제일 먼저 은행나무가 노랗게 바뀐다. 하얀눈이 내리면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초미의 관심사’는 배우 남연우의 두 번째 장편 연출 영화로서 촬영 중 연인이 된 치타(김은영)의 배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태원 일대 클럽에서 가수 블루로 활동 중인 순덕에게 어느 날 불쑥 엄마가 찾아온다. 막내 유리가 가게 월세 300만 원을 들고 잠적했다며 같이 찾자고 한다.이태원은 한때 가수를 꿈꿨으나 순덕을 임신하는 바람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리까지 갖는 바람에 꿈을 포기한 엄마의 고향. 엄마는 실종 신고를 할지, 절도 신고를 할지 헷갈린다며 일단 이태원 지구대로 향한다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세 얼간이’(라지쿠마르 히라니 감독, 2009)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에서 가장 극찬을 받은 인도 영화다. 재미, 감동, 교훈 중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재미있고 바람직한 상업 영화의 교과서다.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파르한이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쓰러지고 기장은 출발지로 회항한다.공항에 내린 파르한은 멀쩡하게 걸어간다. 명문 공대 ICE 졸업 후 연락이 두절된 란초의 주소를 찾았다는 동창 차투르의 전화에 꾀병을 부렸던 것. 파르한은 란초와 함께 단짝이었던 라주를 불러내고 그렇게 그들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 고등어, 갈치, 삼치, 꽁치 조기, 임연수 등등 초벌구이를 거쳐 손님들을 기다리는 다양한 생선들... 그리고 지난 40년, 좁다란 동대문 골목길을 이어온 진풍경 이곳의 소문난 불맛을 아시나요? 종로 5가 4거리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종로대로와 청계천 사이에 위치한 종로 40가 길. 백반집과 함께 10곳이 넘는 생선구이집이 몰려있어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으로 소문난 맛 골목이다. 평화시장을 비롯한 인근 도소매시장 상인들은 물론 이젠 외국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위플래쉬’(2014)는 인생을 달관한 자세를 보였던 ‘라라랜드’(2016)에 비하면 다소 거칠긴 하지만 삶의 목적은 반드시 성공은 아니라는 주제의식 하나만큼은 교훈적이다. 드럼 천재 앤드류는 음악대학에 입학해 최고의 실력자면서 최악의 폭군인 플레처 교수의 밴드에 들어간다.플레처의 교육 방식은 지독하기로 악명이 높다. 잔인할 정도로 경쟁을 시키는 건 기본이고 인격 모독, 인종차별, 인신공격 등의 폭언과 폭행이 다반사다. 그는 메인 드러머 자리를 놓고 앤드류를 포함해 3명을 경합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던칸 존스 감독의 ‘소스 코드’(2011)는 양자역학으로 탄생한 소스 코드라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SF 스릴러 영화로서 ‘공각기동대’나 ‘매트릭스’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연관이 깊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진짜인가, 꿈에서 본 세상이 진정 내가 사는 우주일까, ‘장자’의 호접몽을 거론한다.아프가니스탄에 헬기 조종사로 파병됐던 콜터 대위가 눈을 뜨니 시카고행 열차. 맞은편에 앉은 낯선 미모의 교사 크리스티나가 친한 척한다. 화장실의 거울에서 자신의 얼굴이 다른 사람인 걸 확인한 후 주머니
[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서울역] 서울임을 알리는 한강철교를 지나 그리고 낯선 도심에 모여든 사람들... 운명과도 같은 가난을 피해 출세를 꿈꾸던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던 곳 서울역.경인선을 시작으로 일제는 조선 전역에 대륙 침략과 민족 수탈을 위한 기간시설을 치밀하게 건설해 나갔다. 그리고 1925년 경성역이 준공하게 된다. 대리석이 깔린 넓은 대합실과 붉은 벽돌, 둥근 둠이 올려진 경성역. 당시 일본의 도쿄역 다음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동양 제2의 규모였다. 경성역은 애초에 염천교 부근에 있었던 남대문역에
[미디어파인 칼럼=종교‧근대건축물 답사] 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인 문화지평은 서울 시내에 들어선 종교별 첫 건축물에 대해 건축문화와 인문역사를 아우르는 답사를 진행한다.서울시 건축문화 활성화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하는 답사와 아카이빙은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10개 종단에서 서울에 지은 첫 종교건축물과 주변에 있는 근대 건축물에 대한 것이다. 오는 16일 첫 답사를 시작으로 매월 1~2회씩 10월까지 총 7회 진행된다.종교 건축물은 오랫동안 한 자리를 지키면서 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교감을 형성하고 문화재적으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프랑스 예술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선입견은 ‘화장실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나온 듯하다’는 것이다. 특유의 용두사미 같은 결말 때문이다. 하지만 배우를 겸하는 니콜라스 베도스 감독의 ‘카페 벨에포크’는 정반대다. 신파, 작위성, 유치함 없는 기승전결이 마음을 상쾌하고 따뜻하게 해준다.신문에 만화를 연재했던 빅토르는 종이가 사라지고 인터넷판으로 발행되자 실직해 무기력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중년의 외아들 맥심은 자기 회사를 운영하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상담사인 아내 마리안 역시 바쁘게 살아간
[미디어파인 칼럼=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이번 3편에서는 말러 교향곡들의 명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리카르도 샤이, 조나단 노트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한다.마리스 얀손스(Mariss Jansons), 현대의 말러누가 뭐래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세계 최고의 말러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다. 번스타인 역시 일찍이 이 곡의 명연을 이 악단과 남겼지만 얀손스는 해석의 궤를 달리한다. 현과 목관, 금관군에 동등한 비중을 부여해 노래하게 하고, 마치 눈앞에서 연주하듯 투명함을 살리고 있다. 작곡가 말러의 손을 떠난 텍스트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안녕, 미누’는 1992년부터 18년 가까이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로 살다 강제 출국된 네팔의 미누를 주인공으로 한 ‘바나나쏭의 기적’(2018)의 지혜원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88올림픽 이후 이주 노동자들이 들어왔지만 1993년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모두 미등록 신분이었다.제도적 취약 때문에 관광비자로 입국한 미누는 의정부 일대의 식당을 거쳐 서울 창신동 봉제 공장에서 꽤 실력 있는 재단사로 일했다. 각종 대회에 출전해 노래 실력까지 뽐내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건 2003년
[미디어파인=유진모의 무비&철학] 타이완 주바다오(구파도) 감독의 영화 ‘몬 몬 몬스터’(2017)는 학원 호러의 겉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리 간단치 않고 꽤 심오하면서도 처연한 스릴러다. 고교생 린은 학교에서 불량학생 런의 주도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담임선생은 부처를 외며 염주만 굴릴 뿐 진실에는 관심 없고 매우 도식적이다.런이 린에게 친구의 학급비 봉투 절도죄를 씌우자 결백을 증명하는 린의 변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임은 지역 봉사를 명령하고 런 일행과 함께 린은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를 실행한다. 그들은 국민혁명군 출신 치매 노